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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주연

충북도립대 자치행정학과 교수

필자는 비가 오는 날이 참 좋다. 비가 오는 날의 '쏴쏴'하며 그 대지를 적시는 소리도 좋고, 피부에 촉촉한 물기가 묻어나는 그 느낌이 좋다.

필자는 어릴 적 충청북도 시골(매곡이라고 불리었던) 처마와 골마루가 있는 매우 좁고 허름했던 전통식 한옥집에 살았었다. 학교 사택이었던 그 집은 세금혜택이 있다는 이유로 부모님께서 입주한 집이었으나 지금 생각해보면 매우 허름하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밤에 잠이 들면 천장에는 "두두두둑, 두두두둑, 찍찍"하는 쥐들이 몰려다니는 소리가 들렸으며, 비가 오는 날이면 방에 군데군데, 비가 세서 양철 깡통을 놓아두었던 그런 집이었다. 벌써 30년이 넘은 기억이지만 지금도 그 집을 생각하면 놀라우리만치 생생하게 비 내리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머릿속에 그림처럼 떠오른다. 장마철이 되면 골마루에 앉아 '쏴쏴'하고 쏟아지는 장대비를 바라보았고, 이 비는 마음도 차분해지고, 머릿속이 정리되는 듯한 느낌을 주었었다. 어쩌면 이러한 기억이 필자가 비를 좋아하는 유인기제가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필자가 이렇게 쥐와 함께 살아야할 정도로 열악했으며, 비가 오면 물이 세는 허름한 집에서 살았던 기억이 오히려 좋은 추억으로 남았다는 것은 그 당시에 부모님께서 얼마나 힘든 삶을 살았으며, 가족들을 위해 얼마나 희생하셨는지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자식에 대한 사랑이 넘쳤던 두 분이 이렇게 열악한 환경에서 필자를 키울 수밖에 없었던 그 당시의 우리 부모님의 심정을 이해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인디언들은 비가 오지 않으면 기우제를 성심껏 지내고, 이 기우제는 거의 100% 확률로 비가 오게 만든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듯이 기우제의 효과가 100%인 이유는 바로 비가 올 때까지 기우제를 계속해서 지내기 때문이라고 웃으게 소리로 하기는 하지만, 자신이 가진 전 재산이라고 할 수 있는 가축과 자신의 생명과도 같은 가족들의 삶을 위해서라는 생각을 해보면 그들이 얼마나 간절하고 얼마나 총력을 기울여서 기우제를 지낼지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필자는 가족에 대해서 그렇게 생각한다. 인디언들이 가족들의 삶을 위해서 성의와 성심을 다해서 기우제를 지내는 것을 본 후손들처럼, 힘들고 열악한 집에서 살았던 필자의 기억이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아 있는 것처럼 가족에 대한 사랑과 희생은 그 후손들에게 매우 큰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뉴스나 신문과 같은 대중매체를 살펴보면, 부모와 자식사이에서 일어나는 불효 문제, 학대 문제들을 쉽게 접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인식하는 것처럼 비단 자식이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오랜 시간동안 부모의 삶과 부모의 교육에 의해 만들어진 안타까운 현실이라는 점을 생각해 봐야 한다. 다시 말해서 필자는 효자도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겠지만, 불효자도 하루아침에 만들어 지지는 않는 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부모의 역할이 중요하고 가족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자식들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슬기롭게 할 뿐 아니라 가족이 서로 아끼며 사랑하고 살아아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필자에게는 이제 28개월, 즉 3살이 된 아들이 하나 있다. 이 아이를 바라보고 '내가 태어난 이유가 이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해서가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이 들만큼 소중하게 생각하는 아이이다. 그러나 필자는 무엇보다도 예의와 가족에 대한 사랑에 대한 부분을 강조한다. 아이가 더 행복한 삶을 살아가고 아름다운 추억을 가지기 위해서는 바로 이 가족이라는 우산이 튼튼해야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오늘은 아침부터 비가 부슬부슬 내렷다. 메마른 대지를 적시며 내려오는 고마운 비를 바라보며, 너무 가까이에 있어 보지 못했고 이해하지 못했던 이 가족이라는 우산의 의미를 한번 떠올려 보는 하루를 보내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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