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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7.06.20 17:37:16
  • 최종수정2017.06.20 17:37:42

편집자

밥의 사전적 정의는 쌀, 보리 등의 곡식을 씻어 솥 따위의 용기에 넣고 물을 알맞게 부어 낟알이 풀어지지 않고 물기가 잦아들게 끓여 익힌 음식이다. 밥은 우리나라 대다수 국민들이 무언가를 씹을 수 있을 때부터 먹기 시작해 더 이상 씹을 수 없게 될 때까지 평생을 먹는 음식이기도 하다.

맛을 느끼는 미각은 개인의 경험과 주관에 따라 달라지지만 갓 지은 '밥'에 대한 이미지는 크게 다르지 않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밥에 김이 모락모락 올라올 때 한술 크게 떠 입에 넣어본 사람이라면 밥만 먹어도 맛있다는 말에 수긍할 것이다. 많게는 하루 세끼씩, 일생을 먹으면서도 질리지 않고 밥을 먹을 수 있는 이유는 첨가할 수 있는 다양한 재료뿐 아니라 함께 먹는 음식에 따라 다른 맛을 내기 때문이 아닐까.

충청북도에서는 지난 2013년부터 최고 품질의 쌀을 이용해 정성스럽게 밥을 짓는 업소를 '밥맛 좋은 집'으로 선정하고 있다. 2017년 현재까지 도내 103개소의 밥맛 좋은 집이 선정된 상태다. 그들이 밥맛에 집중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어떤 음식들과의 색다른 궁합을 만들어내는지 밥맛 좋은 집 대장정을 시작해본다.
밥맛 좋은 집 - 9. 제천 명동 '대추나무집'

대추나무집 마당으로 들어서면 장독들과 장미나무가 손님들을 반긴다

[충북일보] 100년이 넘은 고택에서 대를 이어 전하는 손맛이라면 맛을 보기도 전에 머릿속에 그려지는 그림이 있다. 제천 의병대로에 위치한 '대추나무집'은 그 그림이 그대로 재현된 대물림 업소다. 1979년 문을 연 이 가게는 이신숙 대표가 친정어머니의 뒤를 이어 운영하고 있다.

가게 안으로 들어서면 다른 세상에 온 듯 세월이 묻어있다. 흔히 볼 수 없는 고택의 구조만이 아니다. 한편에서 장독들을 지키고 있는 건 '장미나무'다. 그 굵기와 높이가 넝쿨이라는 표현으로는 부족하다. 조금 더 들어서면 수십 년 전 벼락을 맞은 대추나무가 푸른 잎을 뽐내고 있다. 내구성을 위해 하얗게 칠한 기와는 한여름에도 눈이 내린 듯한 풍경을 연출한다.
1979년 문을 연 대추나무집의 주 메뉴는 한우 로스구이다. 제천 한우 중 갈빗살과 업진살만을 사용한다. 흔한 한우 구이를 생각하고 온 이들은 상차림을 보면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15가지에서 20가지에 이르는 산나물 무침과 각종 반찬들 때문이다. 40년 전 친정어머니가 담아둔 간장과 무장아찌도 귀한 모습을 드러낸다. 한눈에 봐도 질 좋은 고기는 방앗간에서 직접 짠 참기름을 살짝 얹고 상에 오른다.

고기를 먹고 나면 무쇠판에 끓여 먹는 오징어찌개. 새뱅이와 오징어, 묵은지의 조합이 신선하다.

무쇠 불판에 구워진 고기를 다 먹고 나면 나오는 오징어 찌개도 별미다. 어머니가 개발했던 특별한 메뉴다. 새뱅이(민물새우)와 오징어가 묵은지와 만난 특별한 조합은 조미료가 필요 없다. 자연적인 감칠맛이 난다. 나물 반찬들과 고기로 가득한 배를 두드리던 이들도 찌개와 함께 찰진 밥 한 그릇을 비운다.

이 집에서 사용하는 모든 나물은 제철, 무농약이 기본이다. 직접 농사짓는 지인과 직거래로 재료를 조달한다. 이처럼 건강한 식재료를 고집하는 건 깐깐한 남편 이종교씨 때문이다. 근무지를 옮길 때마다 가장 먼저 알아보는 것이 인근 한의원과 약국일 만큼 젊은 시절부터 건강에 대한 관심이 깊었다.

여느 한정식집 못지않은 반찬 가짓수를 자랑한다. 젓갈과 장아찌류를 제외하면 모두 바로 조리한 찬이다.

자연의 섭리대로 태양을 직접 보고 자란 식물이 아니면 먹지 않는 남편 덕에 하우스에서 재배한 식물조차 사용하지 않는다. 현미를 구하기 어려웠던 시절부터 현미를 구해와 밥을 짓게 했던 그다. 잘 익지 않는 현미를 익혀야하는 덕에 당시 흔치않았던 수입 압력밥솥을 모두 사용해봤다는 신숙씨다. "머리가 다 빠진다"며 현미밥 먹기를 만류하던 장모님도 그의 고집에 두 손 두 발을 들었다.

당연히 가게의 밥에도 그 고집이 담겼다. 부부는 청주 내수의 작은 논에서 농사진 쌀을 사용한다. 거기에 항상 12가지 잡곡을 섞어 작은 압력밥솥으로 밥을 짓는다. 잡곡에서 돌을 골라내는 게 중노동이지만 그래서 밥맛 좋은 집 가운데도 가장 밥맛이 좋을 것이라고 자부했다.

방 안에서 내다보는 마당 풍경. 벼락맞은 대추나무가 고고하게 마당을 지키고 있다.

대추나무집은 이들 부부의 과거이자 현재다. 마당의 대추나무에 사랑이 걸렸다. 과거 하숙집으로 운영하던 신숙씨의 친정집이었다. 제천으로 발령받아 하숙을 들어온 종교씨의 세심함에 빠졌다. 손이 많이 가는 한옥집이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늘 주변을 정돈하고 있는 그의 모습이 좋았단다. 유부남인척 '철벽'을 치던 그도 하숙집 막내딸의 밝은 모습에 반했다. 결혼 당시에도 서로의 건강검진 기록표를 교환했다니 건강에 대한 관심이 드러난다.

사람을 두지 않고 부부가 운영하기에 예약을 하고 가면 좋다. 오랜 세월 가게를 운영하다보니 가게 곳곳에 세월이 붙었다. 벽지는 수십 번을 덧붙여 거죽처럼 두꺼워졌다. 방에 설치된 에어컨조차 골동품에 가깝다. 방 안에서 내다보는 마당은 세월을 거스른 듯 고즈넉하다.

처음엔 정말 소질이 없었고 여전히 부족하다고 겸손하게 말하는 신숙씨의 음식솜씨는 적어도 20여 년 전쯤 완성됐을 것이다. 쉽게 생기고 사라지는 가게들이 많다. 몇 년 만에 찾아오는 손님들이 반가운 건 주인의 마음뿐 아닐 것이다. 오랜만에 찾아간 가게가 그 자리에 있어주는 것만으로 손님들 또한 충분히 행복할 것 같다. 거기에 메뉴와 맛까지 그대로라면 더할 나위 있을까.

/ 김희란기자 khrl1004@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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