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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중

전 단양교육장·소설가

학자들에게 자신의 논문이 인용되는 횟수는 영예가 됩니다. 간혹 국내 학자의 논문이 세계적인 학술지에 다수 인용되어 신문지상이나 텔레비전에 소개된 것을 본 기억이 있습니다. 지난겨울 어느 날, 여기에 생각이 머물러 혹 필자의 작품이 인용된 경우는 없는가 싶어 인터넷을 뒤지기 시작했습니다. 고맙게도 졸작(拙作)이 곳곳에 소개되어 있더군요.

그러다 한 곳에 눈길이 머물렀습니다. 필자가 1978년 '수필문학'에 발표했던 '어머니'라는 제목의 수필이 '한국현대수필문학대선집'이라는 책에 수록되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기 때문이지요. 무려 40년 전에 쓴 작품이라 까마득하게 잊고 있었는데 새삼스럽게 다가와 고이 간직한 필자의 스크랩북을 열고는 다시금 꼼꼼히 읽어 보았답니다.

<나는 어머니를 어머니라고 부르지 않는다. 여섯 살 먹은 옆집 개구쟁이 훈이처럼 '엄마'라고 부른다. 시골을 들르면 나는 '엄마'하고 즐겨 부르고 미리 연락을 받고 창밖의 인기척에 신경을 곤두세우던 엄마는 반겨 맞아주신다. 방 안으로 들어서며 큰절을 올릴까 하다가는 쑥스러운 생각이 들어, 아니지, 하며 '엄마'하고 한 차례 더 불러보고는 만다.

나는 엄마를 '내 엄마'라고 지칭하지 않는다. 내가 여럿이나 되는 듯 '우리 엄마'라고 지칭한다. 논리의 오류가 분명한데도 나는 굳이 그것을 따져보지 않았다.

우리 엄마는 항상 내 약한 몸에 신경을 쓰신다. 잔병치레를 한다거나 앓아눕는 일이 없는데도 앙상하게 튀어나온 광대뼈며 쑥 들어간 동공이 안쓰러워 그러시는 것이다. "보약을 먹여야 할 텐데." 우리 엄마로부터 이런 말씀을 듣기는 여러 번이다. 그러나 나는 나만큼이나 약한 외모를 지닌 우리 엄마께 "보약을 해 드려야 할 텐데."하고 말씀드리거나 생각해 본 기억이 없다.

어린 나이에 비한다면 나는 술을 자주 마시는 편이다. 변명이겠지만 웬만한 좌석은 선뜻 피해버리는데도 어쩔 수 없이 마시게 되는 경우가 자주 생긴다. 일전에 시골을 들를 때에는 열차에서 지인을 서넛 만나게 되어 주거니 받거니 하다 거의 만취상태에 이르러서야 집에 들어섰다. 기다리던 우리 엄마는 "얘야, 폭음하지 말거라. 제 건강은 스스로 챙겨야지." 하시며 혀를 찼다. 난처해진 나는 잘해야 한 달에 한두 번 정도 밖에는 술을 마시지 않는다고 능숙하게 거짓말을 해 버렸다.

이튿날 아침, 숙취로 인하여 일찍 잠이 깬 나는 툇마루에 앉아 우리 엄마와 함께 곤욕스러운 가난에서 서서히 탈피해 나오고 있는 내 집안이 대견스러워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이제는 너무나 늙어버린 우리 엄마의 손을 새삼스럽게 발견해 내고는 가만히 욱 죄어보았다. 당신의 분신인 내 손마디가 한결 굵다는데 생각이 머물러 그것을 말씀드렸더니 '미친 놈' 하고 말씀하셨다. 욕설을 하셨기에 나는 기분이 더 좋았다.

어제 나는 우리 엄마의 사진을 큰 것으로 한 장 마련했다. 노부모를 모시는 사람들의 권에 공감해서 택한 일이었다. 하지만 나는 우리 엄마가 서둘러 생을 마감할 것이라는 불안감 따위는 가지지 않는다. 산천이 몇 번이고 변해 가도록 살아계실 것이라는 자신을 가지고 있고, 또 그렇게 기원하고 있다. 그래서 언젠가는 얻어질 평화롭고 아늑한 얼굴의 내 아내와 내 아들 딸과 우리 엄마와 내가 함께 손잡고 나들이하는 광경을 즐거운 마음으로 상상해 보곤 한다.>

글의 주인공이었던 필자의 어머니께서 지난 5월 24일 돌아가셨습니다. 보름정도 지났는데, 선현들의 말씀이 맞아, 시시때때로 잘못 모신 부분만 되풀이 생각나 자꾸 눈물짓곤 합니다. 대중가요 제목처럼 불효자는 울 수밖에 없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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