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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승우

충북도 기획관리실장

필자는 커피를 참 좋아한다. 같은 커피지만 원두의 원산지와 로스팅에 따라 맛과 향이 달라지기도 하고, 마시는 사람과 장소에 따라 다른 여유를 느낄 수 있어 오묘하다.

이런 필자가 다녀본 카페 중에 기억에 남는 곳이 있다. 서울 신촌에 있는 미네르바라는 커피 전문점이 바로 그 곳이다.

1970년대 신촌을 그대로 옮겨 당시의 낭만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이 곳은 개업한 지 43년이 된 신촌 일대에서 가장 오래된 커피전문점이다.

이 곳이 뜻 깊었던 이유는 다방이 주류였던 1970년대부터 원두를 산지별로 분류하여 판매하고, 이름도 생소한 사이폰 방식을 고집하는 등 전위적이라고 할 만큼 도전적인 시도를 해왔던 내력 때문이다. 이런 도전적인 내력은 충북의 최근 행보와도 어느 정도 겹쳐 보인다.

충북은 올해의 도정기조를 '비천도해(飛天渡海)'로 정하고 외연을 확장하는데 한창이다. 이 가운데 전통무예를 포함한 스포츠산업이 자리잡고 있다. 사실 충북도는 무예산업과의 인연이 아주 깊다. 우리나라 전통무예이면서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에도 등재되어 있는 택견의 발상지가 바로 올해 전국체전이 열리는 충주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과거 삼국이 전통무예를 겨누며 치열한 각축전을 벌였던 곳이 전역에 널려 있다.

여기에 역사성을 계승하기 위한 지자체의 노력도 있어왔다. 충주는 1988년부터 매년 유네스코가 후원하는 세계무술축제를 열어왔으며, 세계무술연맹 또한 지역에 자리잡고 있다. 지난해에는 참가종목과 범위를 세계로 넓혀 제1회 세계무예마스터십을 개최하고 WMC(세계무예마스터십위원회)라는 IOC(국제올림픽위원회)에 필적하는 기구를 설립해 세계무예계에 새로운 변화를 불러왔다.

여기에 최근 스포츠어코드컨벤션 유치가 더해졌다. 지난 4월 스포츠 외교길에 올랐던 이시종 지사가 2019년 개최하기로 한 제2회 세계무예마스터십을 스포츠어코드(Sports Accord)가 함께 개최하고 스포츠어코드 컨벤션을 동시에 개최하겠다고 출사표를 던진 것이다.

스포츠어코드는 올림픽 종목과 국제대회를 망라한 100여개 국제경기연맹 연합체이며 이들이 매년 국제적 도시에서 세계 스포츠계 최대 규모의 컨벤션을 개최한다. 벌써부터 무예계는 새로운 역사가 쓰여질 것이라며 흥분하고 있다.

굳이 무예계로 한정짓지 않더라도 충북의 출사표에서는 여러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먼저 남들이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블루오션을 선점한다는 점이다. 무예산업은 전통과 역사성이라는 소프트웨어와 이를 체계적으로 운용시킬 수 있는 인프라, 경험 등의 하드웨어적 요소가 충족되어야 한다. 국제사회에서 충북이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는 점도 이러한 요소이다.

다음으로는 산업의 확장성이다. 상상력이 생명인 시대이다. 전통무예가 상상력이 깃든 게임, 영화 등의 멀티미디어와 만나면 콘텐츠가 되고 이러한 콘텐츠가 많이 소비되면 문화산업이 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공공외교에서 찾을 수 있다. 따져보면 세계무예마스터십 같이 지자체가 주관이 되어 세계를 상대로 국제대회를 개최하는 사례는 흔치 않다. 요즘 도시브랜드에 대한 관심들이 많은데 공공외교와 같이 지역 인지도를 높이는데 효과적인 게 없다.

하지만, 국제사회에서의 높은 관심에 비해 아직 지역에서는 무예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국제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은 세계무예마스터십만 보아도 안으로는 다소 아쉬운 평가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도민들에게 무예를 좀 더 이해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

'가지 않은 길(The Road not Taken)'이라는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가 있다.

1970년대 남들이 말리는 커피전문점을 고집스럽게 시작한 주인장처럼 충북도 이제 가지 않은 길을 가 보려 한다. 그 어려운 걸음을 도민들이 함께 걸어준다면 그 길이 좀 더 가깝고 즐겁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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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