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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찬

아이들의 하늘 주비위 간사

충주 탄금대(彈琴臺). 그곳에 반세기를 상징처럼 서있는 건물이 하나 있다. 충주문화원이다. 그 입구에는 작은 화단이 하나 있다. 반세기 동안 그 화단에 살다간 풀이며 나무들이 몇 가지나 될까? 지금은 개나리를 중심으로 여러 꽃풀들이 하나 둘 자리를 잡아간다.

하트 모양으로 매어 놓았던 개나리는 봄 내내 그곳을 찾는 사람들의 눈길을 모았다. 그리고 그곳에서 2017년 봄 추억을 사진으로 담아갔다. 꽃이 지고 잎이 나며 새 가지도 돋아 제법 무성하다. 그 아래에 초롱꽃이 움터 이제 꽃망울을 터뜨렸다. 그 사이 패랭이와 데이지 모를 얻어 심어 붉거나 노란 꽃단지가 하나 늘었다. 그리고 몇 개 목화씨를 넣어 둔 것이 봄비에 하나 둘 돋아나 목화밭을 예정하고 있다.

지난 겨울 그 화단에는 왕겨를 깔았었다. 수도 계량기 동파를 막기 위해 방앗간에서 얻어온 왕겨. 그 빈 쭉정이를 후벼파며 뒤지는 녀석이 있었다. 쥐다. 조그맣고 앙증맞은 녀석은 찾아보니 '등줄쥐'라고 한다. 화단은 녀석의 앞마당 쯤 되는가 보다. 겨울을 나며 추워도 나와 돌아다니며 빈 쭉정이 왕겨를 후비는 것이 안쓰러워 배추며 무 껍질이며 먹을 것을 녀석이 다니는 길목에 놓아 주었다. 긴 겨우내 틈틈이 그렇게 했다. 가끔 눈에 보일 때면 제법 토실해진 것 같기도 해 뿌듯했다.

봄이 되어 겨우내 덮였던 왕겨를 태웠다. 왕겨의 뜨거운 불땀이 식어 까만 재가 되었다. 화단 여기 저기 뒤섞어 거름이 되었다. 그 위에 봄 꽃풀들이 하나 둘 돋아난 것이다. 화단 주변 여기저기에 구멍이 많다. 반세기를 지나온 세월만큼이나 많은 구멍은 보기에 싫지 않다. 어쩌면 연륜이며 세월일 것이다. 그 구멍들이 쥐돌이의 사방 통로다.

조막막한 녀석이 구멍 어딘가에서 고개를 내밀고 주변을 살핀다. 그리고 정해지면 쏜살같이 내튄다. 정말 빠르다. 화단을 중심으로 생활하는 줄만 알았는데, 봄이 되니 맥문동 밭 사이로 움직임이 보이기도 했다. 무언가 하고 한참을 보았더니 야외음악당 쪽에 마실을 다녀오는지 쥐돌이가 꼼작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계단을 가로지를 때는 엄청 빠르게 또 내튀었다. 그리고 구멍으로 쏙. 그 순간 그 구멍은 쥐구멍이 된 것이다.

몇 일 전, 초롱꽃이 망울을 터뜨렸다. 꽃 무게에 못이겨 줄기가 척 늘어졌다. 그런데, 뭔가 무너져 내리는 듯한 소리가 났다. 그리고 한 가지가 시야에서 사라졌다. 바위에 발돋움해 올라선 쥐돌이가 대담하게 초롱꽃 가지 하나를 꺾었던 것이다. 그것을 물고 또 쥐구멍으로 쏙. 맹랑하다. 한참을 지켜보았다. 저쪽 구멍에서 반짝 두리번 살피더니, 패랭이 무지 속에 몸을 숨긴다. 몇 번을 쥐구멍으로 패랭이 무지로 들락거리며 왔다갔다 하더니, 이번에는 패랭이 한 줄기가 꺾여 또 쥐구멍으로 쏙. 조금 뒤에 다시 나온 쥐돌이는 다시 패랭이 무지로 왔다갔다 했다. 그 중간에 한 포기 심어놓은 데이지 노란 무지 속에 왔다 갔다. 이번에는 데이지 한 줄기가 꺾여 다시 쥐구멍으로 끌려들어갔다.

증인이 필요했다. 문화원 간사님과 누나를 불렀다. 저기를 보라며 쥐구멍을 가리켰다. 기다리니 또 녀석이 두리번두리번 작은 눈을 반짝이며 살폈다. 다시 시작된 녀석의 꽃 꺾기에 또 데이지 한 줄기가 쥐구멍으로 끌려들어갔다. 놀랍다. 신기하다.

그런데 녀석의 꽃 꺾기는 먹기 위한 걸까? 아니면, 꽃을 탐하는 녀석에게 봄에 여친이라도 생긴 걸까? 새싹을 잘라먹다 못해 이제는 꽃줄기 채 꺾어가는 녀석의 행동은 보는 내게는 상식 밖의 이상한 것이었다. 하지만, 녀석에게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쥐구멍 안쪽 어딘가에 있을 녀석의 집에는 봄꽃 향기가 그득할지 모른다. 그리고 아직 한 마리 밖에 보이지 않지만, 반세기 견뎌온 건물 아래에 또 다른 세계를 이룬 어딘가에 녀석의 짝도 있을 것이다.

버린 스티로폼 박스를 주워다 이것저것 심어 놓았다. 상추를 딸 때면 서너닢 녀석의 쥐구멍 앞에 놓아준다. 그렇잖으면 화단이 녀석의 텃밭이 될 수도 있겠다는 걱정에서다. 가끔 길고양이 한 마리가 머물며 토실한 녀석을 탐하는 걸 보았다. 무사하기를. 그래서 녀석에게 지어준 우리들의 별명은 '꽃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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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