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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7.05.15 14:07:32
  • 최종수정2017.05.15 20:54:48

편집자

밥의 사전적 정의는 쌀, 보리 등의 곡식을 씻어 솥 따위의 용기에 넣고 물을 알맞게 부어 낟알이 풀어지지 않고 물기가 잦아들게 끓여 익힌 음식이다. 밥은 우리나라 대다수 국민들이 무언가를 씹을 수 있을 때부터 먹기 시작해 더 이상 씹을 수 없게 될 때까지 평생을 먹는 음식이기도 하다.

맛을 느끼는 미각은 개인의 경험과 주관에 따라 달라지지만 갓 지은 '밥'에 대한 이미지는 크게 다르지 않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밥에 김이 모락모락 올라올 때 한술 크게 떠 입에 넣어본 사람이라면 밥만 먹어도 맛있다는 말에 수긍할 것이다. 많게는 하루 세끼씩, 일생을 먹으면서도 질리지 않고 밥을 먹을 수 있는 이유는 첨가할 수 있는 다양한 재료뿐 아니라 함께 먹는 음식에 따라 다른 맛을 내기 때문이 아닐까.

충청북도에서는 지난 2013년부터 최고 품질의 쌀을 이용해 정성스럽게 밥을 짓는 업소를 '밥맛 좋은 집'으로 선정하고 있다. 2017년 현재까지 도내 103개소의 밥맛 좋은 집이 선정된 상태다. 그들이 밥맛에 집중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어떤 음식들과의 색다른 궁합을 만들어내는지 밥맛 좋은 집 대장정을 시작해본다.
밥맛 좋은 집 - 4. 청주 문의면 '마중'

박의권 대표가 아침을 여는 한정식집 '마중' 앞에는 늘 깨끗한 그릇에 맑은 물이 가득 채워져 있다.

[충북일보] '마중'은 오는 사람을 나가서 맞이한다는 순 우리말이다. 대청호와 청남대 사이 위치한 한정식집 '마중'에 가면 물이 가득 담긴 커다란 그릇이 문 앞에 마중 나와 있다. 가게를 여는 박의권 대표가 하루도 거르지 않고 깨끗이 씻어 새로 채우는 맑은 물이다. 옛 어르신들이 정화수를 떠놓는 마음으로 시작한 일이 10년이 넘게 이어진 하루의 시작이 됐다. 손님들에게는 반가운 오아시스 같은 존재다. 감성적인 누군가는 계절마다 꽃을 띄워 두기도 하고 지나가던 행인이 더럽혀진 손을 헹구기도 한다.

"14년쯤 운영해보니 알겠어요. 음식점이야말로 끊임없는 혁신이 필요합니다."

'마중'의 미모 담당 임현서 사장이 갓 지은 가마솥밥을 들어보이고 있다.

박 대표가 결연한 표정으로 말했다. 국내 굴지의 화장품 회사에서 혁신팀장을 맡았던 그의 말에는 힘이 실려 있었다. 회사를 그만두고 처음 도전했던 사업은 대규모 횟집이었다. 당시 상차림을 가득 채워주는 가게들이 인기였다. 6년쯤 번창했던 사업이지만 저렴한 동네 횟집들이 유행처럼 번지면서 손님들의 발길을 앗아갔다.

누구도 쉽게 따라할 수 없는 아이템을 구상했다. 밑재료 손질부터 상차림까지 수 배의 정성이 필요한 한정식 집으로 마음을 정했다. 전국 각지에 안 가본 한식집이 없었다. 세계적으로 인정받았다는 고급 음식점부터 엄마의 손맛으로 유명한 작은 밥집까지 두루 섭렵했다. 한식 조리사 학원을 다니며 기본기도 익혔다. 맛있고 특이한 건 일단 시도해봤다. 투박한 손이 따라주지 않아 직접 음식을 하지는 못했다. 좋은 요리를 발견하면 조리장을 대동했다. 어머니와 아내의 수려한 음식 솜씨에 평생 단련된 '절대미각' 덕에 때로는 원작보다 나은 요리가 나오기도 했다.

'마중'의 상차림은 늘 같지 않다. 시시때때로 변하는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기 위해 연구를 쉬지 않는 박 대표 때문이다. 새로운 음식을 맛보고 연구하고 개발하는 동안 상차림은 계속 진화할 수밖에 없다. 누가 만들어도 같은 맛을 내도록 조리법을 적어두는 소스 관련 자료집은 나날이 두꺼워진다. 두꺼울수록 가치 있는 장부라며 소중히 챙기는 비법이다.

가마솥의 뚜껑 무게와 같은 압력을 주기 위해 무거운 뚜껑을 덮어 조리한다.

14년간 변하지 않은 건 밥뿐이다. 밥 위에 얹는 콩이 계절마다 바뀌긴 하지만 쌀, 찹쌀, 기장 등은 늘 들어간다. 가마솥의 원리와 고유의 밥맛이 좋아 시간이 좀 걸려도 1인용 가마솥에 짓는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쌀은 도정해서 바로 들여온 청원생명쌀을 사용한다. 강불과 약불 조절은 물론 뜸 들이는 초단위까지 지켜 손님상에 올린다. 그렇게 지은 밥은 식사의 시작과 끝이다. 가마솥에서 밥을 퍼내고 물을 부어두면 식사를 마친 뒤 누룽지가 훌륭한 마무리가 된다. 역시 시작이 좋아야 끝이 좋다.

박 대표는 '마중'의 운이 꽤 좋다고 생각한다. 유명 인사가 우연히 식사를 위해 찾아오는가 하면 함께 찍은 사진을 일부러 보내주기도 했다. 관광 차 인근에 들렀던 회사 관계자는 전 직원과 함께 다시 오기도 했다. 특히 많은 손님은 종교인들이다. 자극적이지 않은 음식의 맛이 생각난다며 각계 종교인들이 동시에 가게를 채운 일도 있다.

문의면의 한적한 풍경과 조화를 이루는 '마중'의 전경. 건물 한편을 덮은 담쟁이덩굴이 이색적이다.

가게에서 그가 하는 가장 중요한 일은 손님들의 평가를 듣는 일이다. 가는 손님을 붙잡고 소감을 묻는 게 아니라 손님을 조용히 따라 나선다. 그들끼리 나누는 소소한 이야기조차 허투루 흘리지 않으려는 노력이다. 식사를 마친 이들의 만족도는 일단 표정에서 드러난다. 계산을 마친 뒤에는 가격이나 상차림에 대한 평을 나누며 가게를 떠난다. 박 대표는 자신만의 배웅을 시작한 이래 큰 불만을 들어본 적이 없단다. 손님들의 만족은 힘든 시기에도 가게를 지키게 한 밑거름이다. 아마도 그가 생각하는 가게의 운은 '마중'을 찾아온 손님들이 자신도 모르게 받고 있는 박 대표의 배웅에서 시작된 것 같다.

/ 김희란기자 khrl1004@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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