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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장금의 절기밥상 – 생고사리 조기찜, 생고사리 나물

부모님 살아 계실 때

  • 웹출고시간2017.05.14 15:18:53
  • 최종수정2017.05.14 15:18:53

지명순

U1대학교 교수

단비가 촉촉이 대지를 적시는 날, 아침밥을 든든히 먹고 고사리 따러 길을 나선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먼 산은 피천득님의 '오월'의 시에 나오는 '찬물로 세수 한 스물 한 살의 청신한 얼굴' 같아 보인다. 산 높고 공기 맑은 천등산 자락의 아담한 마을, 충주시 산척면 명서리에 도착했다. 기암절벽을 이룬 산 밑으로 개울물이 맑게 흐르는 삼탄유원지이다. 대학 시절 친구들과 충북선 기차를 타고 MT왔던 곳, 친구들과 아름다운 추억을 간직한 풋풋한 스물 한 살의 여대생은 어느새 중년의 여인이 되어 다시 찾았다.

외지에서 찾아온 손님을 동네 이장님께서 반겨주신다. "예전에는 화전민들이 머물렀던 곳으로 큰 변란이 있을 때마다 피난처로 삼았던 오지마을이었지만 지금은 여름철이면 피서객으로 동네가 들썩들썩하는 곳이 되었쥬~"라고 한다. "농작물을 심으면 멧돼지가 작살을 내유~ 그래서 고사리를 심기 시작 했쥬~" 요즘 제철 맞은 고사리 수확이 한창이란다.
ⓒ 이효선
비가 내리는 날에도 쉬지 않고 일하고 계신 우성자 어머니를 만났다. "발 조심 햐~. 밞으면 안 돼~" 자세히 보니 여기저기 햇고사리가 올라오고 있다. "비가 오는데도 일을 하세요·" "하루만 지나면 패버려서 못써~!" "어떤 고사리가 좋은 건가요·" "오동통하고 아기 주먹처럼 오므리고 있는 게 좋지~!" 고사리를 똑똑 꺾는 재미에 비를 맞아도 자꾸자꾸 고사리에 손이 간다. 고사리가 바구니에 한가득, "젊은 새댁이 오늘 우리 집 고사리 동나게 하것네~!!" 허리 펼 사이도 없이 가마솥에 불을 지핀다. "고사리는 펄펄 끓는 물에 말랑말랑 해 질 때까지 삶아야 혀~, 그래야 부드럽고 연하지!" 삶아 건진 고사리는 색이 선명하다. 이것을 비닐하우스 안에 친 발 위에 펼쳐 넌다. 햇볕에 잘 말리면 시커먼 색으로 고슬고슬하게 변하게 되는데 두고두고 제사상 나물로, 얼큰한 육개장 건지로, 빈대떡의 고명으로, 쓰이게 된다. 고된 일이지만 손자에게 용돈이라도 쥐어주고 싶은 맘에 할머니의 발걸음은 가볍다.
ⓒ 이효선
생 고사리로 요리를 하려면 삶은 고사리를 물에 담가 쓴맛을 뺀 다음 사용한다. 제철 맞은 조기로 생고사리 조기 찜을 만들고 생고사리 나물도 만들어 주신단다. 먼저 생 고사리를 냄비 바닥에 넉넉히 깔고 매콤한 양념장을 끼얹고 그 위에 뱃살이 노란 참조기를 올리고 부추도 길게 썰어 얹은 다음 다시 양념장을 듬뿍 끼얹어 뚜껑을 덮어 불을 올린다. "울 아버지가 좋아 하시던 음식이여, 이 맘 때면 아버지 생각나서 한 번씩 만들지, 이거에 약주 한 잔이면 최고라고 하셨지"하면서 아련히 당신의 아버지를 떠올리는 사이 부글부글 얼큰한 국물이 자작하게 줄어 들어갔다.

생 고사리를 조선간장, 마늘, 파, 깨소금, 들기름을 넣고 주물럭주물럭하여 볶는다. 방법은 마른 고사리와 똑같다. 다른 게 있다면 볶다보면 물이 저절로 나와 물을 따로 넣지 않아도 된다. "생 고사리는 비린내가 많이 나, 생강즙 조금과 후추 가루 넣어야 해, 나물이 익으면 구수한 맛으로 바뀌니 걱정하지 말어" 진짜 시간이 지나자 비린내는 사라지고 구수한 냄새가 솔솔, 마지막에 참기름 한 방울 떨어뜨리니 푸르스름한 생고사리 나물 완성~
ⓒ 이효선
갓 지은 쌀밥에 매콤하고 칼칼한 고사리와 조기 살까지 얹어 꿀꺽, 달아난 입맛도 살아 날 것 같다. "음~고사리와 조기가 환상의 궁합이에요. 비도 내리는데 막걸리 한 잔이 딱 어울리겠는 걸요." "아버지 생각나시죠·" "그랴, 부모 살아 계실 때 잘 혀, 돌아가면 후회 혀~"하신다.

궐채(蕨菜)라고 불리는 고사리는 몸에 열을 내리는 작용과 대변을 잘 보게 하며 종기의 독을 풀어준다. 고사리는 식이섬유가 풍부해 장운동 촉진과 변비 예방, 시력 보호, 빈혈과 골다공증 예방 등에 효과가 있다. 노인 건강에 도움이 되는 성분이 풍부하게 들어있다.

초여름, 부드러운 고사리 맛이 사랑하는 부모님을 생각나게 하는 입하 절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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