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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희의 '결' - 청주 비중리 석조삼존불좌상을 찾아

충북 유형문화재 제114호-2017년 국가지정문화재 보물 지정 예고

  • 웹출고시간2017.05.11 18:20:14
  • 최종수정2017.08.03 18:29:43

봄날의 비중리 석조삼존불좌상 주변 경치.

고요 속에 흐르는 구스타프 말러 교향곡 5번 4악장은 애틋하다. 선율에서 음악가의 생애가 그려진다. 연주곡 초입 부분은 비중리로 찾아드는 소소한 풍경과 잘 어울린다. 연인을 향한 사랑의 세레나데를 멈출 수 없듯, 봄날에 비중리 경치는 음악 속 사랑하는 연인을 만나는 것처럼 떨림 그 자체이다. 안개가 엷게 깔린 듯 흐린 분위기 속으로 빨려 들어간 시골 마을. 석불 주변에는 고랑을 길고 곧게 낸 밭이 드넓게 펼쳐지고, 갈아놓은 밭에선 금방이라도 새싹이 돋을 듯 생기가 넘친다.

2017년 국가지정문화재 보물 지정 예고된 청주 비중리 석조삼존불좌상.

중반으로 넘어갈수록 음악가의 삶이 말해주듯 강렬해진다. 골목으로 휘돌아지며 나타난 거구의 느티나무와 마주친 순간 넋을 놓는다. 바람결에 살랑거리는 연둣빛 새순을 바라보고 어찌 감탄하지 않으랴. 하지만, 시나브로 세월은 흘러 이곳을 터로 잡고 머물던 선인은 온데간데없다. 느티나무가 오래된 이야기와 그날의 광경을 모두 기억하리라 생각하니 온몸에 전율이 일어난다. 길 없는 길 위에 오래도록 방치되어 훼손된 석조삼존불좌상과 석불의 유래를 확연히 알 수 없어 안타깝다. 결국, '비중리 절터'의 석불은 전설로만 남을 것인가.

석조삼존불좌상이 바라보는 시선을 따라 본 풍경.

소중한 문화유산을 보고자 가는 길이 왜 이토록 외지고 허술하랴. 지난해 삼존불을 보고자 디뎠던 밭을 또 밟고 오른다. 밭고랑을 내디디며 생각 따로 발 따로 허정거리며 철책을 타고 넘나든다. 나무의 한탄이 귓전에 들리는 듯하다. 1997년 보호각을 만들어 느티나무 아래 방치되어 있던 불상을 안치한 것이란다. 절터로 추정되는 이곳은 오랜 세월 방치되어 자연스레 논과 밭이 되거나 민가의 마당이 되고 만 것이다. 지금도 절터 주변으로 기와 조각이 여기저기 흩어져 절의 존재를 짐작하게 한다.

석불은 삼국시대인 6세기(500년대) 중반 대형석조불상 중에서 가장 오래된 형태이다. 특히 좌우로 각각 사자상(獅子像)이 한 마리씩 배치된 일광삼존불(一光三尊佛) 형상은 드물단다. 청주지역에서 국경을 접했던 고구려·백제·신라의 특수한 역사적 상황을 잘 반영하고 있어 2017년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로 지정 예고되었다. 석조삼존불좌상의 기사를 읽으며 이제야 우리지역 문화유산의 가치를 인정받은 것 같아 기쁘다.

문득 지난해 불상을 처음 소개해주신 박 교수님의 얼굴이 겹쳐진다. 서산에 백제의 미소로 잘 알려진 마애삼존불이 있다면, 청주에도 비중리 석조삼존불상의 미소가 있다고 열변을 토하던 박 교수님이시다. 어떤 사람은 석불을 모른다고 하여 먹고 사는 일에 문제 될 건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우리의 뿌리와 정신과 문화가 없다고 생각해보라. 존재의 뿌리를 거슬러 오른다면, 그런 입말은 나올 수 없으리라. 여하튼 보물 지정 예고에는 '석불이 우리 지역 귀중한 문화유산'이라고 목소리를 높이던 교수님의 노력도 있으리라. 무엇보다 무지의 눈을 뜨게 한 교수님께 머리 숙여 감사를 드린다.

청주 비중리 석조삼존불좌상과 석조여래입상은 청주시 청원구 초정약수터에서 약 2km 떨어진 곳에 자리한다. 삼존형식은 특히, 대좌의 양쪽 측면에 두 마리의 사자가 호위하는 사자좌(獅子座)는 삼국시대 이른 시기에 유행했던 형식이다. 이 삼존상은 6세기 중엽 삼국의 경계지역인 청주에서 전해오는 가장 귀중한 초기 삼국시대 불상으로 그 역사적, 미술사적 의의가 크단다.

일광삼존불 형식의 석조삼존불좌상을 문화유산자료와 함께 톺아본다. 일광삼존불은 삼국시대 크게 유행한 '하나의 광배 안에 불상 세 구를 함께 조각'한 형태다. 가운데 본존불이 자리하고 양 옆으로 보살 입상이 자리한다. 본존불 좌우에 두 마리 사자가 호위하니 두려울 것이 없을 듯싶다. 불상은 오랫동안 방치되어 네 조각으로 파손된 것을 복원하여 접합 흔적이 불신에 고스란히 남아있다. 동글동글 복스러운 자태의 우협시보살은 늘어진 옷 주름을 양손으로 걷어잡은 듯한 모습으로 남아 있고, 아쉽게도 좌협시보살은 사라지고 없다.

6세기 중엽 초기 삼국시대 불상인 청주 비중리 석조삼존불좌상.

본존불은 결가부좌를 취하고 앉아 옷자락이 무릎을 덮고 대좌까지 흘러내린다. 얼굴이 심하게 파손되었으나 전체적인 불상의 부드러운 자태로 보아 분명히 자애로운 미소를 짓고 계시리라. 본존불의 오른손은 가슴 앞에 들어 둘째손가락을 구부린 채 시무외인(施無畏印)을 짓고, 왼손은 무릎 위에 살포시 얹고 있다. 어깨는 각지지 않고 부드러운 곡선으로 흐르며, 어깨와 무릎 아래로 옷자락을 길게 늘어뜨린 모습은 백제의 납석제 여래좌상과 많이 닮았단다. 신체의 굴곡은 윤곽을 선으로 간략히 표현하였고, 법의는 매우 굵고 두꺼운 선이나, 가슴 아래 타원형을 그리며 물결치는 듯 고졸하다.

2017년 국가지정문화재 보물 지정 예고된 청주 비중리 석조여래입상.

전각 앞에는 보물로 지정 예고된 석조여래입상과 빈 광배 한 기가 자리한다. 석조여래입상의 얼굴은 마모되었으나, 좁은 어깨에서 늘어진 옷자락의 주름은 풍성하다. 주름은 마치 액체가 줄줄 흘러내릴 듯 생동감이 넘친다. 오랜 세월을 입증하는 듯 검버섯 피고 부서진 빈 광배 또한 형체는 잘 알아 볼 수 없지만, 새긴 이의 지극한 정성과 섬세한 손길, 선인의 숨결은 지금까지 생생하다. 우리나라 석불의 시원 양식이 이곳이라고 생각하니, 얼마나 소중하고 가치 있는 문화유산인가 싶다.

보물 승격 지정 예고가 늦은 감이 있다. 이제라도 청주 문화유산인 석조삼존불의 진가를 알고 보호에 나설 것이니 다행스럽다. 어서 보물로 승격되어 석불을 만나러 오르내리는 길도 격에 맞았으면 좋겠다. 그 길로 많은 이가 석불의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오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4악장의 볼륨을 높인다. 말러 특유의 낭만이 선사하는 위로와 감동을 음미한다. 방금 전에 보았던 협시보살의 입가에 어린 고졸한 미소가 내 입가에도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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