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9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미움에서 그리움으로… 입양인의 애끓는 사모곡

가정의 달 기획… 미국으로 입양된 강미숙씨
1983년 괴산 장날 부모와 이별
가족 찾고자 30년 만에 방문했으나 빈 손으로 귀국
"엄마가 된 뒤 부모님 용서, 사랑한다 전하고파"

  • 웹출고시간2017.05.07 20:00:08
  • 최종수정2017.05.08 10:46:21
[충북일보] "엄마가 되고서야 날 버린 부모님을 용서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미치도록 찾고 싶어요."

강미숙(37세 추정)씨는 부모님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다. 그동안은 애써 찾으려 하지도 않았다. 그리움보다 미움이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 아이의 엄마가 되고 보니 깨달았다.

"내 부모도 나를 이토록 끔찍이 사랑했을 텐데."

1983년 11월18일 괴산 장날 강미숙씨 발견 당시 모습.

ⓒ 중앙입양원
1983년 11월18일 북적북적한 사람들 속에 부모의 손을 놓쳤다. 부모가 강씨의 손을 놓아버린 것인지, 놓친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그렇게 강씨는 괴산 장날 부모와 생이별했다.

잔뜩 겁을 먹어 울고 있는 그는 낯선 아주머니의 손에 이끌려 괴산군으로 인도됐다. 강씨를 달래며 군으로 안내한 사람은 이정복(당시 나이 40)씨였다.

강씨는 이름과 나이 정도는 말할 수 있을 정도였다. 발견 당시는 빨간색 실크 상의에 몸에 붙는 바지를 입고 있었다.

하지만 수소문에도 강씨의 부모를 찾을 수는 없었다.

강씨는 청주의 한 재혼 부부 가정에서 3개월 정도(1984년 4월26일까지) 보호를 받게 됐다. 1984년 9월4일 입양기관인 홀트아동복지회로 인계돼 최종 입양이 결정됐다.

가족을 잃은 트라우마 일까. 강씨는 당시 기억이 없다.

"완전히 새로운 환경에 놓인 것에 대한 트라우마로 기억을 잃어버렸던 것 같아요."

입양 이후 가족들과 함께 있는 모습.

ⓒ 중앙입양원
미국의 한 백인 가정에 입양된 강씨는 고향과 부모를 기억에서 빠르게 지웠다.

양부모 역시 강씨를 미국인으로 키우기 위해 고향(한국)에 대한 언급이나 접촉을 자제했다.

한국을 전혀 접할 수 없었던 것은 아니다.

가족 중에 한국인 고모 한분이 있어 소소한 한국 문화를 가르쳐 줬다.

그래도 강씨는 한국이 미웠다.

"저는 백인이 되고 싶었어요. 스스로도 한국인이 아닌 미국인이라고 믿었죠."

30여년 동안 친부모에 대한 미움을 갖고 산 강씨는 결혼을 하고, 아이들 낳은 뒤 마음을 돌리게 됐다.

"자식들에게 주는 조건 없는 사랑이 무엇인지, 그리고 제 자신의 혈육이라는 것이 얼마나 강력한 것인지를 부모가 돼서 경험하고 있습니다."

6살 때(사진 왼쪽)와 현재 강미숙씨의 모습.

ⓒ 중앙입양원
강씨는 아이를 낳은 뒤 그동안 잊고 있었던 자신의 입양 과거를 되돌아 봤다.

2살 된 딸이 뒤집기를 하고, 옹알이를 하고, 걸음마를 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부모로서 가장 큰 행복을 느꼈다.

"친부모 역시 같은 감정이었겠죠. 이런 조건 없는 사랑 말이죠."

강씨는 더 이상 친부모를 미워하지 않게 됐다. 부모와 이별하게 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 무엇일까 생각하고 이해하기 시작했다.

지난 3월 친부모를 찾기 위해 한국을 방문한 강미숙씨 가족.

ⓒ 중앙입양원
강씨는 지난 3월 무작정 한국을 찾았다.

친가족을 찾기 위해서였다. 아무런 정보도 없었지만 실낱같은 기대는 있었다.

34년 전 그날, 서럽게 울고 있었던 괴산 그 장소에 다시 섰다.

주변을 돌며 전단지를 붙였다. 동네 어르신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잠시 머물렀던 희망보육원도 방문했다. 비록 아무것도 얻지 못한 채 빈손으로 돌아왔지만,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벅찬 치유를 경험했다.

"언젠가 친부모님을 찾게 된다면 저는 그들을 용서한다고 꼭 말하고 싶어요. 저를 버리고 완전히 낯선 곳에서 살아남도록 내버려둔 것을 용서한다고. 그리고 사랑한다고."

강씨는 언제든 다시 한국을 찾을 계획이다.

/ 최범규기자 calguksu@naver.com
*강미숙씨에 대한 정보를 알고 계신 분은 중앙입양원(02-6943-2654)으로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배너
배너
배너

랭킹 뉴스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 "멀리보고 높게 생각해야"

[충북일보] 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은 "충북체육회는 더 멀리보고 높게 생각해야한다"고 조언했다. 다음달 퇴임을 앞둔 정 사무처장은 26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방체육회의 현실을 직시해보면 자율성을 바탕으로 민선체제가 출범했지만 인적자원도 부족하고 재정·재산 등 물적자원은 더욱 빈약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완전한 체육자치 구현을 통해 재정자립기반을 확충하고 공공체육시설의 운영권을 확보하는 등의 노력이 수반되어야한다는 것이 정 사무처장의 복안이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학교운동부의 위기에 대한 대비도 강조했다. 정 사무처장은 "학교운동부의 감소는 선수양성의 문제만 아니라 은퇴선수의 취업문제와도 관련되어 스포츠 생태계가 흔들릴 수 있음으로 대학운동부, 일반 실업팀도 확대 방안을 찾아 스포츠생태계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선 행사성 등 현장업무는 회원종목단체에서 치르고 체육회는 도민들을 위해 필요한 시책이나 건강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의 정책 지향적인 조직이 되어야한다는 것이다. 임기 동안의 성과로는 △조직정비 △재정자립 기반 마련 △전국체전 성적 향상 등을 꼽았다. 홍보팀을 새로 설치해 홍보부문을 강화했고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