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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장금의 절기밥상 - 느티떡, 돌나물 물김치

부처님 오신 날

  • 웹출고시간2017.05.07 16:52:13
  • 최종수정2017.05.07 16:52:13

지명순

U1대학교 교수

조선후기 실학자 유득공의 <경도잡지>에 보면 '손님을 맞아 느티떡과 볶은 콩, 삶은 미나리로 반찬을 차려내는데 이것을 부처님 오신 날 소반(蔬飯)이라고 한다.'는 구절이 있고, 농가월령가 4월령에도 '초파일 절식, 느티떡은 4월의 별미'라고 노래하고 있다. 하지만 사찰에서 느티떡의 명맥이 끈긴지 오래, 그 이름도 생소한 느티떡을 재현하기 위해 괴산으로 길을 나섰다.

괴산의 '괴'가 느티나무 '槐'자를 쓰고,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나무도 괴산에 있고, 300년 이상 된 느티나무가 60여 그루나 있다고 하니 느티떡을 재현하는 장소로 이보다 더 좋은 곳은 없으리라.

느티나무

ⓒ 이효선
괴산군 칠성면, 일곱 개의 보물이 묻혀 있다는 칠보산 자락에 아늑하게 자리 잡은 천년 고찰 각연사(覺淵寺)를 찾아갔다. 한낮의 태양아래 느티나무 새순이 푸르름을 더 해서 일까 곱게 늙어가는 절이 나이를 잊은 듯 싱그러워 보이고 계곡 물소리도 시원하게 들린다. 절 입구에 걸린 색색 연등은 오늘따라 더욱 반갑다.

느티떡

ⓒ 이효선
각연사 앞마당에서 사찰음식 알림이로 왕성하게 활동하고 계시는 표복숙 사찰음식문화연구원장을 만났다. 표 선생님의 안내에 따라 법공스님께 인사를 드렸다. "이 절에서 느티떡을 만들어 보려고 해요." "우리 절에 오래된 느티나무가 많아요. 저도 느티떡 맛이 궁금하네요."라고 흔쾌히 허락하시며 향기로운 보이차로 손님을 대접하신다.

연하고 향기로운 느티나무 잎사귀가 만발하는 계절, 사실 '땄다'기 보다 '훑었다'고 해야 맞는 표현일 것이다. "이때쯤 따야 잎이 연하고 부드러워 떡 재료로 적당해요" 어린잎 사이로 연두색 작은 구슬 같은 것이 몽글몽글하게 붙어 있다. "이게 뭐예요·" "느티나무 꽃이에요" "아니 연두색 꽃도 다 있어요· 처음 봐요." "이 나무가 400살 정도 되었으니 재래종인데 개량종과는 다르게 꽃이 많이 펴요. 느티나무는 꽃이 작아 생명력이 길어요." 장수하는 나무답게 느티나무 잎에는 혈압을 낮추고 염증을 가라앉히는 효능이 있으며 우리나라에서 발병률이 높은 폐암을 치유할 수 있는 카달렌(cadalene)이란 약리성분이 대량 들어 있어 약재로 각광받고 있다.

돌나물

ⓒ 이효선
돌나물로 물김치를 담을 요량으로 사찰 뒷마당으로 향했다. 돌 틈 사이에서 자라는 돌나물이 다육이처럼 앙증맞다. 순수 자연산 그대로다. 끈질긴 생명력을 가진 돌나물은 양기가 많아 음기인 암을 이겨내는 기운을 가지고 있다.

깨끗이 씻은 느티나무 잎에 소금과 설탕으로 밑간을 한 후 체에 내린 쌀가루에 섞었다. 그리고 시루에 거피팥 고물을 넉넉히 깔고 그 위에 느티나무 잎을 섞은 쌀가루를 얹었다. 고물과 쌀가루를 반복하여 켜켜로 소복이 채웠다. 구수한 떡 익는 냄새가 나기 시작, 20~30분간 푹 뜸을 들여 쪘다. "느티떡 만들기가 생각보다 쉽네요." "사실, 원리만 알면 떡 만들기처럼 쉬운 음식이 없어요." 떡은 쌀가루에 제철 재료를 섞어 찌는 계절감을 담아내는 음식이다. 봄에는 쑥을, 여름에는 상추를, 가을에는 무을 넣는 것처럼 느티나무 잎도 떡의 재료로 사용된 것이다

떡과 물김치는 찰떡궁합, 다시마 물에 밀가루를 풀어 '풀국'을 끓이고 여기에 고운 고춧가루를 섞고 소금으로 간을 맞추어 국물을 만들었다. 살살 씻어 건진 돌나물을 듬뿍 담고 얄팍하게 썬 더덕과 미나리, 홍고추를 합하여 국물을 부으면 물김치 담기 끝~ "여름김치는 밀가루 풀을 쑤어야 풋내가 안나요. 절에서는 오신채를 사용하지 않으니 다시마 우린 물로 맛을 내죠." 사찰음식의 비법을 전수해 주신다.

더덕

ⓒ 이효선
느티떡과 돌나물 물김치로 부처님 오신 날 시절식 느티떡 한상이 차려졌다. "혹시 떡이 뻣뻣하면 어쩌나 염려 했는데 쑥보다도 부드럽고 향기롭네요." "느티잎이 익으면 부드러워져요. 먹을 만하죠?" "넘 맛있고 신기해요" 돌나물 물김치도 한 입, 떡이 목에 메이지도 않고 쑥쑥 잘 넘어간다.

부처님 오신 날 특별한 사람만 먹었다는 음식, 부처님이 우리에게 축복을 내리는 듯하다. 긴 세월 변함없이 사랑 받아 온 느티나무처럼 넉넉하고 여유로운 마음을 느티떡 한 조각에 담아 온 누리에 빛으로 오신 부처님을 축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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