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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장금의 절기밥상 - 꽃차, 화전

꽃마중 오셨군요· - 꽃차와 화전

  • 웹출고시간2017.04.23 15:21:11
  • 최종수정2017.04.23 15:21:11

지명순

U1대학교 교수

"花無十日紅"이라고 했던가! 화사하게 피었던 벚꽃이 버스커버스커의 '벚꽃엔딩' 노래와 함께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괴산군 청천면 국립공원 화양동 계곡으로 찾아 가는 길, 다른 지역보다 기온이 낮은 이곳은 꽃소식도 느리다. 아직도 길가에는 벚꽃이 피어 있고 먼 산은 분홍색과 연두색 수채화 물감을 뿌려 놓은 듯 예쁘다.

시원하게 흐르는 계곡 건너 양지바른 언덕에 그림 같은 하얀 집이 정태효 선생님 댁이다. 집 앞에 서니 "꽃 마중 오셨군요."라고 쓰여 진 글이 주인장의 인사를 대신한다. 집안에 들어서니 120여 가지의 빛깔고운 꽃차가 가득, "우아~예쁘다", "어디서 이렇게 많은 꽃들을 구하셨어요·" 감탄사가 저절로 나온다. 그녀가 꽃차 만들기 시작한지는 6년째, 처음엔 취미로 만들어 가족과 마시다가 지인들께 선물도 하다가 지금은 대학교 평생교육원에서 강의까지 하는 전문가가 되었단다.

산수유꽃(그림 왼쪽)과 생각나무꽃

ⓒ 이효선
마당가에 매화가 이제야 핀 걸보니 확실히 이곳의 기온이 낮은 게 확실하다. 그러니 화양계곡이 여름에 피서지로 인기가 많을 수밖에, 팝콘같이 연한 핑크빛으로 동글동글하게 달린 매화가 앙증맞다. "모조리 따서 차를 만들어야지!" 야심차게 맘먹었는데 "한꺼번에 따면 안돼요." "꽃봉오리가 갓 벌어질 때 따야 꽃 향이 살아 있어요." "옛날엔 대나무 칼로 땄다는군요."라고 한다. 순간 헉~ "꽃차가 쉽게 만들 수 있는 게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그녀의 표현을 빌리자면 매일 아침 이슬로 세수한 꽃만을 따서 차를 만든단다.

생강나무 꽃을 따러 뒷동산에 올랐다. 생강나무는 잎, 나뭇가지, 꽃에서 생강처럼 향이 강하게 난다고 붙여진 이름, 어혈 풀고 두통, 기침 등 감기에 다려 마시면 온기를 불어넣어 오한을 없애준다. "아니 이거 산수유 꽃 아닌가요·"하고 묻자 "산수유 꽃은 꽃자루가 길어 꽃이 흐드러지게 피는데 비해 생강나무 꽃은 가지에 딱 달라붙어 펴요." 근본적인 차이는 " 산수유는 열매를 약으로 쓰기 위해 중국에서 들여온 나무라 집 근처에 있고, 생강나무는 우리나라에서 자생하는 나무라 주로 산에 있어요."라고 한다. 두 종류의 꽃을 손바닥에 올려놓고 비교해 보니 확실히 모양이 달랐다. 생강나무 가지까지 잘아 꽃을 한바구니 담고 그 위에 진달래꽃도 몇 잎 따서 올렸다.

매화차

ⓒ 이효선
매화꽃을 커다란 팬에 한지를 깔고 올려놓았다. 한 번에 센불에서 말리면 향이 날아가기 때문에 불기운 쏘이기를 아홉 번 반복한다. 그래서 이것을 "덖는다." "구증구포(아홉 번 쪄서 아홉 번 말린다는 뜻)"라고 한다. 생강나무 꽃은 찜통에 김을 쐬어 살균 효과를 주고 정유 성분을 뺀 다음 덖기를 반복한다. "소설 '동백꽃'의 마지막 장면에서 '나'와 점순이가 산 중턱에 한창 피어 퍼드러진 노란 동백꽃 속으로 폭 파묻혀 버렸다"라고 나오는데 "여기서 동백은 빨간색의 동백이 아니라 노란 동백 생강나무에요" "강원도에서는 생강나무를 '동백나무'또는 '동박나무'라고 부르거든요." "김유정의 고향이 강원도예요."라고 국문학을 전공자의 이력이 나오는 설명이다. "아마 생강나무 꽃향기에 취해 아무 일도 없었을 거예요"라고 웃으며 대답하자 "그건 각자 상상에 맡겨요."라고 한다. 여자들의 수다는 꽃차 만들기를 넘어 소설 속 열일곱 동갑 남녀 순박한 사랑이야기로 이어졌다.

진달래 화전

찹쌀가루에 끓는 물로 익반죽하여 보드랍게 치대어 둥글납작하게 빚었다. 찹쌀 반대기 위에 진달래를 한 잎 얹고 쑥 잎을 떼어 녹색 잎도 붙였다. 마치 비단 천에 꽃수를 놓는 것처럼 곱디고운 음식이 화전이다. 꿀을 콕 찍어 입에 넣으니 달달한 진달래가 몸속에서 피어나는 것 만 같다.

고고한 선비가 사랑했다는 매화차, 그윽한 매화 향이 입안에 퍼진다. 생강나무 꽃차는 차 물이 노랗다. 향수가 필요 없다. 향에 취해 한 잔, 색에 취에 두 잔, 맛에 취에 세 잔...., "꽃차 늘 마셔서 그런지 이제 안경을 안 써도 글씨가 잘 보여요" "정말 신기해요!"라고 꽃차의 효능을 자랑한다. 이제 안경을 안 써도 글씨가 잘 보여요그도 그럴 것이, 꽃차에는 파이토 캐미칼('파이토(phyto)'와 화학을 의미하는 '케미컬(chemical)'의 합성어: 식물이 병원균 해충, 곰팡이 등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뿌리나 잎에서 만들어지는 모든 화학물질로 색이 진한 것이 특징)성분을 함유하고 있는데 채소나 과일보다 항산화 효과가 10배나 더 높다.

때는 바야흐로 지는 꽃이 아쉬운 봄의 마지막 절기 곡우(穀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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