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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동

청주시 상당구 건축과

사람들의 마음을 흔드는 꽃놀이 때문에 봄을 오랫동안 기렸지만 오랜 기다림에 지쳐 어느새 춘곤증에 자신을 맡긴다.

그러는 사이 노란 개나리가 피고 하얀 목련이 꽃망울을 터트리고 그 생명이 다하기 전에 무심천변은 매년 봄 틈새를 노리는 꽃들의 전쟁이 시작되었다.

벚나무는 겨우내 죽은 척 움츠려서 서 있다가 봄비를 품으며 서로 살아있음을 알리는 소리 없는 춘화의 경쟁은 시작하였다.

드디어 무심천변에 미동도 없던 벚나무들이 꽃망울을 터트려 화사한 벚꽃이 무심천을 뒤덮었다가 어느새 꽃잎이 바람결에 날아다닌다..

한국 사람들에게 벚꽃놀이는 참으로 특이한 것 같다.

꽃나무 사이를 걸으며 서로 사랑을 확인하기보다 벚꽃과 사랑에 빠져 사진을 찍는 나무사이에 '불법노점상 집중단속' 이란 현수막이 바람에 펄럭이지만 벚꽃의 화사한 틈바구니에서 자기이익만 챙기려고 눈치싸움을 벌이는 불법노점상이 있다.

길거리음식은 위생적으로 검증되지 않았는데도 사려는 사람들은 줄을 서서 기다린다. 문맹은 아닐 텐데 자기이익만을 위해 때로는 법을 외면하며 우기거나 떼를 쓰고 밤늦게까지 이를 막는 단속반들과 실랑이는 끊이지 않고 고성이 오가며 서로 안면을 구기고 감정만 상한다.

벚꽃이 피면 벌떼들의 윙윙거림이 단속반과 노점상의 다툼을 해결할 구세주인데 사람들의 다툼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불평불만 없이 먼 거리를 날아와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고 노동을 즐긴다.

벌들이 날아드는 횟수가 늘면 붉은 꽃들이 시나브로 흰색으로 변하고 며칠이 지나 하늘 한쪽에서 먹구름이 일면서 지상의 욕심쟁이를 보낼 비가 꽃잎을 떨군다. 벚나무 아래를 가득 메웠던 단속반도 노점상도 인파들도 지루한 일상으로 돌아가면 무심천변은 고요함만 남아 소리 없이 새싹을 틔워 올리는 것이 한국의 벚꽃놀이다.

몇 해 전 일본을 다녀왔다.

일본 사람들에게 순간 활짝 피었다가 순간 지는 '사쿠라' 는 일본의 국화인 셈인데 벚꽃이 피면 너나 할 것 없이 간단한 먹거리와 바닥에 깔 자리를 갖고 꽃이 만발한 장소를 찾아든다.

서로 둘러 앉아 소박한 먹거리를 즐기며 이야기꽃을 피우지만 술을 마시거나 고성방가로 주변을 시끄럽게 하지 않고 벚나무 아래서 휘날리는 꽃잎을 바라보며 봄을 노래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문화적인 차이라고 하지만 문화적 차이는 뭔가 부끄러운 마음이 든다. 다름을 인정하되 옳은 것은 타산지석으로 삼아 내년부터 우리의 벚꽃놀이는 꽃을 즐기고 봄의 경치를 즐기러 나오는 상춘객이 되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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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