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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장금의 절기밥상 - 청명주

하늘빛과 물빛을 닮은 청명주

  • 웹출고시간2017.04.09 15:19:31
  • 최종수정2017.04.09 15:19:41

지명순

U1대학교 교수

서양의 와인이 1년 단위로 빈티지를 정하는 것과는 다르게 우리나라에선 절기마다 재료를 달리하여 술을 담는 것이 특징이다. 우리 선조들은 정월대보름에는 귀밝이술, 2월에는 머슴주, 5월 단오에는 창포주, 8월 한가위에는 동동주를 빚어 나누면서 조상의 은혜에 감사하고 풍요를 기원했다. 그 옛날 수운교통의 중심지로 한강을 오르내리는 황포돛배로 북적였던 남한강 목계나루, 해마다 청명 때가 되면 겨우내 운행을 멈추었던 배를 띄운다. 그러면 마을사람들은 뱃길의 무사안녕을 기원하는 제를 올렸다. 그때 제주로 사용되었던 술이 바로 청명주다. 술 이름에 절기이름이 붙은 유일한 술이다. 충주시 가금면 창동으로 청명주를 담으러 김영섭 충북무형문화재2호 기능보유자를 찾아갔다. 대문 앞 큰 바위에는 "淸明酒"라고 새겨져 있다. 마당에서도 하늘빛을 닮아 반짝이는 남한강이 훤히 내다보인다.

청명주

ⓒ 이효선
김영섭 선생님의 가문은 이 고장에서 6대째 살고 있는 토박이다. 술을 빚기 시작한건 4대정도, 300년이 넘었다. 집안 대대로 내려오던 술이 일제 때 명맥이 끊겼다. 그 맥을 다시 살린 건 그의 아버지 김영기 옹이다. 청명주를 제대로 복원할 수 있었던 건『향전록』에 청명주의 제조비법이 상세히 기록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기록에 의거하여 청명주를 재현하고 그 비법을 아들에게 전수해 준 것이다. 그는 아버지의 뜻에 따라 젊은 나이에 기능보유자가 되었다. 청명주를 와인잔에 따라주며 맛을 보라고 권한다. 순간 "전통주를 와인 잔에·" "요즘 젊은이들은 청명주를 와인 즐기듯이 마셔요" "그래서 일부러 술병디자인도 와인병 모양으로 바꿨어요." 라고 한다. 맛은 정말 화이트화인처럼 달콤하고 향기로운 것이 기가 막혔다

청명주 빚는 방법은 먼저 충주지역에서 생산된 찹쌀로 죽을 쑤어 통밀로 만든 누룩을 섞어 3일간 발효시켜 밑술을 만든다. 밑술이 준비되면 술밥을 쪄서 섞어 덧술을 담는다. 그리고 100일간 숙성시킨다. 어찌 보면 간단하게 보이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청명날 먹기 위해 시간을 역으로 계산하여 정월에 담아야 하고, 술의 성공여부는 100일 후에야 알 수 있으니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닐 것이다. 청명날 제주로 쓸 것인데 잘못되면 낭패가 아닌가!

시루에 찐 술밥을 손으로 일일이 떼어 식히고 밑술을 넣고 꾹꾹 눌러 으깼다. "술 담기는 딸을 시키고 장담기는 며느리를 시킨다는 말이 있는데 사실이에요?"라고 농을 걸자 "저는 손에 크림 하나 바르지 않아도 매끄러워요"하면서 본인의 손 등을 만져보라고 내민다. 진짜 매끄럽고 고았다. 그만큼 술에 좋은 영양이 풍부하게 들어있다는 반증이다. 어느새 고슬고슬하던 술밥이 죽처럼 변하였다. 덧술이 완성, 항아리에 담고 그 위에 다시 누룩가루를 뿌려 뚜껑을 덮었다. 이제는 오로지 100일 간의 기다림이 필요하다.

통밀누룩

ⓒ 이효선
100일 지나 완성된 항아리에는 술이 흥건하다. 체에 거르니 쌀알이 부서지며 뿌옇게 흐린 술, 탁주가 되었다. 귀한 술이라 그런지, 양도 많지 않다. 용수를 박아 맑은 국물만 뜨면 청주가 된다. 완성된 술을 체에 짜내니 뽀얀 국물이 뚝뚝 떨어진다. 마치 "생맥주·"같은 느낌이에요" "자연스런 맛이에요"하니 "살균을 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균이 이 안에 들어있는 거거든요"하면서 "술을 오래 담았지만 매번 성공하는 건 아니에요." "이번 술은 잘 익었네요" "맛이 좋아요"라고 한다. 뭔가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기분, 술을 마셨지만 몸이 건강해진 느낌이다.

황포돛단배

ⓒ 이효선
청명주를 빚어 목계나루를 찾았다. 곡식을 싣고 서울로 향하던 황포돛단배는 이제 보이지 않지만 남한강 물빛은 여전히 푸르고 바람은 시원하다. 육상 교통의 발달로 뱃길은 사라졌지만 청명주만은 길이 보전하고 전수되는 것은 물론 시대 흐름에 발맞추어 발전시켜 나아가길 바래본다. 청명주 파이팅을 외치며 잔을 높이 들어 올린다. 때는 바야흐로 하늘빛과 물빛이 맑은 절기, 청명을 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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