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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준

전 음성교육장·수필가

청주시의 달동네라고 하면 우암산 자락에 있는 수동(壽洞)을 들 수가 있을 것이다.

본래 수동은 청주군 북주내면(北洲內面)의 지역으로서 청주 향교의 서쪽이 되므로 교서(校西)라 하였는데 1914년 행정구역 폐합에 따라 원리(院里)일부와 동주내면의 교동리(校東里) 일부를 병합하여 교서리라 해서 청주면에 편입되었다가 1920년에 일본식으로 수정(壽町)이라 하였는데 1947년 왜식 동명 변경에 의하여 정(町)을 동(洞)으로 바꾸어 수동(壽洞)이 된 것이다.

원래는 향교 인근에 조성된 마을이었는데 도시가 점차 팽창되고 6.25 전쟁후의 혼란기에 산기슭에 무분별하게 생겨난 집들이 들어서 새마을이라 불리게 되었다.

이후 청주시가 도시 계획으로 정비가 이루어지면서 이곳은 산기슭이라 뒤처지다보니 달동네라는 이름을 얻게 된 것이다.

그런데 다행히 KBS 2 텔레비전에서 2010년에 방영된 제빵왕 김탁구라는 드라마가 이곳을 배경으로 촬영함으로써 일약 유명한 명소로 변하게 되었다. 이 드라마는 주인공 김탁구가 제빵에 타고난 천부적인 후각을 바탕으로 온갖 시련을 딛고 제빵업계의 1인자로 거듭난다는 이야기를 담은 내용인데 시청률이 30%를 넘었던 인기 드라마였다. 이 드라마 덕분에 도시화에서 밀려났던 수암골 달동네를 하루아침에 크게 변신시키는 계기가 되였다. 이후 김탁구 빵의 판매는 물론 좁은 골목에 벽화거리를 만들어 관광객을 끌어들이기도 했으나 이제는 점차 사람들의 관심이 적어지는 것 같다.

드라마의 제목으로 쓰인 주인공 김탁구라는 이름은 제빵왕으로서의 이미지가 담겨 있는 것도 아니고 탁구라는 운동과 관련이 있는 것도 아니며 제빵과 이 지역과의 필연적 연관도 만들지 못하다 보니 드라마의 인기가 사라지면서 이곳도 점점 잊혀지는게 아닐까· 차라리 지역의 고유한 땅이름이나 역사적 사실과 제빵과의 연관성을 결부시키거나 아니면 무엇인가 요즈음 사람들의 관심거리인 건강, 미용 등을 창의적으로 연관시켰더라면 영원한 명소로 자리잡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우리 충북 지역에서 새로운 명소를 전국적인 아니 세계적인 브랜드로 개발하고자 한다면 이러한 교훈을 본받아야 할 것이며 지역 개발을 위하여 많은 돈을 들여 시설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시설에 걸맞는 브랜드, 개발한 시설에 좋은 이미지를 입히고 포장하여 개발 효과를 상승시킬 수 있는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한 것이 아니겠는가·

그러한 점에서 브랜드의 최고의 자원이 되는 우리 지역의 옛 지명이 더 훼손되고 사라지기 전에 보존하고 찾아내는 지명 연구가 문화재 발굴에 못지않은 중요한 일이며 후손된 도리일 뿐 아니라 향토 사랑의 길임을 다시한번 절감하게 된다.

그러면 달동네라는 말은 어떻게 생겨난 말일까·

달동네라는 이름은 높은 곳에 위치해 달이 잘 보인다는 뜻에서 붙여졌다고 하는데 사실은 예로부터 높은 지역에 있는 마을을 달동네라 하였으며 '달'은 '높다'라는 의미의 고어였다.

경기도 고양시의 '고양(高陽)'이라는 이름은 1413년(조선 태종 13) 전국의 행정구역을 폐치 분합할 때 고봉과 덕양(행주)의 두 고을을 합하고 여기서 한 글자씩 취하여 고양현이 되었다. 이 지역에는 고봉산이라 불리는 낮은 구릉성 산지가 있어 신라가 삼국을 통일한 신라 경덕왕 16년에는 고봉현으로 불리기도 하였다. 고봉(高峰)의 옛 이름이 '달을성'인데 '달'을 한자로 '고(高)'로 표기함으로써 '달'이 '높다'는 의미로 쓰여온 말임을 알 수가 있다.

오늘날의 달동네는 광복 이후 조국을 찾아 귀국한 동포들과 남북 분단 이후 월남한 난민들이 도시의 산비탈 등 외진 곳에 판잣집을 짓고 살기 시작하면서 각 지역에 형성되기 시작한 것이다. 달동네가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은 경제개발이 급속하게 추진되기 시작한 1960년대 이후라 할 수 있다.

수출주도형 공업화가 추진되면서 비롯된 대규모 이농현상으로 도시빈민층의 주거밀집지역으로서 달동네가 확산되었으며 이농 인구의 대부분은 단순노동, 노점, 행상 등 영세업에 종사하면서 도시빈곤층을 형성하게 됨으로써 달이 잘 보이는 전망 좋은 산동네라는 의미의 달동네에 빈민촌이라는 이미지가 덧붙여지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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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