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25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연순동

청주녹색소비자연대 공동대표

한국전쟁 이후 1954년에 박시춘 작곡 가수 백설희의 노래로 우리에게 널리 날려진 "봄날은 간다" 대중가요가 있다. 이 노래만 들으면 눈물이 나서 견딜 수 없는 나에게 또 이 노래가 부딪혀 왔다. 매주 수요일 난타를 배우러 동사무소 무료 교육장에 갔는데 칠판에 이 가사가 적혀 있었던 것이다.

"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 오늘도 옷고름 씹어가며 산제비 넘나드는 성황당 길에 / 꽃이 피면 같이 웃고 꽃이 지면 같이 울던 / 알뜰한 그 맹세에 봄날은 간다. "

나는 금새 눈물이 핑돌았다. 관광 길에 나서면 누구나 한 마디씩 노래를 하는데 60세에 세상을 떠난 한 분이 이 노래를 구성지게 아주 잘 불렀었기 때문이다. 우연인지 모르지만 그 분의 마지막 입관 예배를 보러 갔었는데 평상시보다 더 고운 화장에 연분홍 치마를 입고 편안히 누워 계셨던 것이다. 정말 봄날처럼 가버리셨다. 2절 마지막 소절은 얄궂은 그 노래에 봄날은 간다이고 3절 마지막 소절은 실없는 그 기약에 봄날은 간다이다. 이 외에도 이 노래 속에는 아름다운 단어가 참 많다. 꽃편지, 청노새, 역마차표 등 우리의 마음을 들뜨게 만드는 단어들이다. 별이 뜨면 같이 웃고 별이 지면 같이 울던 친구들이 하나 둘 죽어간다. 봄날 가듯이 죽어간다. 인천에 사는 친구는 남편 죽고 얼마 안 가 친구마저 죽었다. 그 친구가 죽었을 때 나는 다른 친구에게 부의금을 부탁했었다. 그런데 그만 올봄에 그 친구 잘 있느냐고 물었다가 된서리를 맞았다. 부의금만 부탁하고 교통비도 안주더니 엉뚱한 소리를 한다고 핀잔을 들었다. 순간 나는 아차 싶었다. 치매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서둘러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고 있다. 의사는 다 잊어 버리고 나만을 위해 살라고 한다. 눈물을 흘리며 안간 힘을 써보지만 어떻게 나만을 위해 살 수가 있단 말인가. 어떻게 살든 봄날은 가고 있다. 연분홍 치마를 입은 채로 화장터로 들어간 그 여인은 생전에 정말 아름답게 살았다. 의사 아들, 딸 둘은 교사, 공무원이다. 그보다 더 훌륭한 것은 생전에 그가 보인 남편에 대한 애정이었다. 교회 장로이던 남편이 IMF를 맞았을 때 너무 속상하여 담배를 핀 적이 있었다. 하필이면 그 순간 아내는 지붕 위에 올라가 고추를 널고 있었는데 잠시 틈새에 집 뒷벽에 기대 담배를 피는 남편을 본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화내지 않고 그냥 마냥 웃었단다. 그 웃음소리에 무안한 남편은 그 이후 담배를 피지 않았다는 사연이 있다. 그 여인은 그렇게 봄날처럼 가버렸다.

인생무상이라는 말이 그냥 읊어내는 말이 아니다. 내 이웃이 한 명 한 명 죽어간다. 모두 아름답게 꽃처럼 죽어간다. 장례식을 다녀올 때마다 마음 속에 다짐하는 한 가지는 아름다운 언어를 사용하자는 것이 다. 봄날만 속절없이 가는 것이 아니다. 우리 인생도 짧다. 이렇게 허무한 삶을 살면서 우리가 신중하게 해야 할 것은 언어 사용이다. 솔밭공원으로 소풍을 갔다가 선배를 만났다. 교직 5년만에 부장이 되었다는 내 소식을 들은 그 선배가 불쑥 한 마디 했다. " 연순동은 하나님이 키우시는구나." 그 말 한 마디를 붙잡고 교직 40년을 버티어 왔다. 요즈음 직장생활이 힘들 때 버티기를 잘 해야 한다고 한다. 힘들게 버티기보다는 노랫 가사를 흥얼거리며 긍정적인 생각을 하면 고난은 곧 사라질 것이다. 얄궂게 가버리는 봄처럼 말이다. 무심히 흘려 버린 말 한 마디가 비수가 되어 사람을 죽일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인생은 봄날처럼 짧다.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배너

랭킹 뉴스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 "멀리보고 높게 생각해야"

[충북일보] 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은 "충북체육회는 더 멀리보고 높게 생각해야한다"고 조언했다. 다음달 퇴임을 앞둔 정 사무처장은 26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방체육회의 현실을 직시해보면 자율성을 바탕으로 민선체제가 출범했지만 인적자원도 부족하고 재정·재산 등 물적자원은 더욱 빈약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완전한 체육자치 구현을 통해 재정자립기반을 확충하고 공공체육시설의 운영권을 확보하는 등의 노력이 수반되어야한다는 것이 정 사무처장의 복안이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학교운동부의 위기에 대한 대비도 강조했다. 정 사무처장은 "학교운동부의 감소는 선수양성의 문제만 아니라 은퇴선수의 취업문제와도 관련되어 스포츠 생태계가 흔들릴 수 있음으로 대학운동부, 일반 실업팀도 확대 방안을 찾아 스포츠생태계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선 행사성 등 현장업무는 회원종목단체에서 치르고 체육회는 도민들을 위해 필요한 시책이나 건강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의 정책 지향적인 조직이 되어야한다는 것이다. 임기 동안의 성과로는 △조직정비 △재정자립 기반 마련 △전국체전 성적 향상 등을 꼽았다. 홍보팀을 새로 설치해 홍보부문을 강화했고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