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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식

전 음성교육지원청 행정지원과장

음성교육지원청에서 팀장요원으로 발령을 받고 근무할 때, 가까이 지내던 선배가 들려준 이야기다. 자신이 여러 명의 교육장님들을 모시고 겪어 보았는데 지나고 나서 생각하니 다음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고 했다. 첫째는 이름 뒤에 직함을 붙여 부르는 사람 ○○○교육장(님), 두 번째는 이름 뒤에 '씨'자를 붙여 부르는 사람 ○○○씨, 다음은 그냥 이름만 부르거나 뒤에 '이'자를 붙여 부르는 사람 ○○○이 있다고 했다. 처음에는 무슨 말인지 잘 이해가 되지 않았으나, 공직생활에 연륜이 쌓이면서 그 분이 하신 말의 뜻을 알 수 있었다. 수십 년 동안 한자리에서 여러 기관장을 모시고 근무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기관장들의 성격이나 스타일을 알게 된 것을 나름대로 판단한 것으로 기억된다.

기관의 장이 바뀌게 되면 해당 기관의 소속직원은 물론이고 산하기관 소속 기관장이나 직원들까지 초미의 관심사항이 되고 모두가 긴장하게 된다. 기관장의 스타일에 따라서 기존의 행정 형태는 모두 새로운 기관장에 맞추어야 하고 업무스타일 뿐만 아니라 즐겨먹는 음식이나 차까지도 신경을 쓰고 눈치를 보아야하기 때문이다. 물론 소문으로 성격이 어떤 사람이 발령을 받고 오는 지는 대충 알고 있으나 부임하고 업무보고가 이루어지고 유관기관을 찾아 인사를 다니다보면 자연스럽게 기관장의 스타일과 보폭을 읽을 수가 있다. 조용히 기관을 지키고 업무에만 충실한 분인지, 기관간의 폭 넓은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분인지 알 수 있다. 또 원만한 업무처리를 거부하고 독특한 스타일로 업무를 챙기는 스타일도 있다.

필자도 35년 동안 음성과 청주교육청 및 관내학교에서 15명의 교육장과 6명의 학교장을 모시고 근무했다. 또 상급기관장도 여러분 모셨다. 고매한 인품과 품격 있는 행동으로 직원들로부터 존경을 받고, 위기와 어려운 상황에서도 의연한 자세로 잘 대처하여 직원들로부터 존경을 받고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분도 있고, 듣기 민망한 큰 소리를 지르거나 결재서류를 던지는 등 무례한 행동을 하고, 자신의 안위만을 제일 먼저 생각하는 기관장도 있었다. 감정을 조절하지 못해서 체신에 맞지 않는 행동을 하거나 편파적인 행정으로 원성을 사는 경우도 있었다. 다 지나간 일이지만 면면이 생각이 떠오르곤 한다.

기관장에 따라서는 본인이 근무하는 동안 큰 공적을 세우고 나중에라도 실적을 남겨서 치적을 홍보하고자 하는 사람이 있다. 나무나 조형물마다 직함을 새겨서 남기고자 하는 사람도 있다. 자신을 많은 사람들이 우러러 보고 오래 동안 기억해 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일 것이다. 그러나 내가 쌓은 치적이나 이름은 나 외엔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다. 나의 치적은 공직자로서의 당연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또한 기관을 떠나는 순간 과거의 사람, 과거의 일이 되게 마련이다.

기관장은 탁월한 리더십을 요구하는 자리가 아니다. 물론, 변혁적이고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여 통제를 강화하고 일사 분란한 지휘체계를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고 본다. 그러나 기관의 최고 권력자는 온화하고 자상하며 모든 사람을 포용하는 리더십을 가려야 한다. 직원들의 처한 어려움을 살피고 위로를 아끼지 않는 측은지심을 가져야 한다. 공사를 막론하고 어떤 위기나 어려움에 직면하였을 경우에도 의연하고 침착한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 세세하고 구체적인 업무는 참모들에게 많이 위임하고 보고를 받아서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기관장은 말을 많이 하기 보다는 멀리 보는 안목과 판단력을 가진 정곡을 찌르는 한마디로 말하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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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