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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중

전 단양교육장·소설가

유엔이라는 국제기구의 수장에서 정치 신인으로의 변신을 시도했던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좌고우면하더니 마침내는 현실 정치의 벽에 부딪혀 백기를 들고 말았습니다.

'국민대통합'과 '정치교체'라는 이상을 품고 귀국해 범여권의 유력 대선 주자로 주목받았던 반 전 총장은 고작 3주일 만에 대선 불출마를 전격 선언하며 두 손을 들고 만 것이지요.

애초부터 많은 사람들이 귀국 후의 그의 행보를 보며 고개를 갸웃했습니다. 그의 지지도가 높았던 것은 보수 쪽의 기대를 한 몸에 받기 때문이었는데 귀국 후 확실한 자기 편을 만들지 못하고 이쪽저쪽을 넘나들며 기웃거리는 것이 그러했고, 비전을 똑떨어지게 제시하지 못하고 두루뭉술하게 포괄적으로 뭉뚱그려 내놓는 것 또한 그러했지요.

평생 공직생활을 하며 온실 속의 화초처럼 생활해왔기에 진흙탕 같은 정치판에 몸을 섞기가 어려웠을 것입니다. 정치판이 어떠한 곳입니까? 오죽하면 정치인이 강물에 빠질 경우 강물의 오염이 우려되어 서둘러 그를 건져내야 한다는 이야기가 떠도는 것 아니겠습니까?

반기문 전 총장은 대선 후보로 나서기엔 맷집이 너무도 허약했습니다. 전철을 탈 때 만 원권 두 장을 낸 실수, 꽃동네 방문시 두른 앞치마에 대한 시비, 선친 묘소에서 음복을 했을 때의 구설수 등이 터졌을 때 이를 지적하는 언론에 대해 허허 웃으며 대수롭지 않게 처신했어야 했는데 곧장 화를 내며 소인배의 모습을 보임으로써 여지없이 허약한 맷집을 드러내고 말았지요.

그의 그러한 모습은 많은 모략과 손가락질에도 불구하고 묵묵히 자신을 지키며 승리를 일구어낸 트럼프와 잘 대비됩니다. 분명 트럼프는 헤비급 복서 이상의 맷집 소유자입니다. 사방에서 잽이며 어퍼컷이 쉴 새 없이 들어오는 데도 꿈쩍도 하질 않았거든요. 대선 기간 동안 뛰어난 맷집으로 우매하다고 여겨질 정도로 버텼지요.

미군 참전용사를 모욕했다고 여론이 들끓을 때에는 변명으로 일관하며 위기를 넘기더군요. 군대 관련 인사들이 주로 경합주에 거주하고, 그 중 절반 이상이 트럼프의 지지자였기 때문에 이들의 반(反)트럼프 정서는 대선 가도에 결정타로 작용할 수 있었는데도 그것을 뚝심으로 버텨냈지요.

뉴욕 타임즈가 9억 달러에 달하는 소득세를 탈세했다고 보도했을 때에는 불법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법의 테두리 안에서 이루어진 절세라고 주장하며 태연하게 맞받아쳤습니다.

워싱턴 포스트에 의해 음담패설 녹음파일이 공개되었을 때에는 위기감을 느끼고는 이례적으로 재빨리 사과를 하더군요. 하지만 "내가 바보 같은 말을 하긴 했지만 말과 행동은 다른 것이 아니냐"고 유감표명을 하는 한편으로 "힐러리의 남편인 빌 클린턴은 실제로 여성을 성적으로 학대했으며, 힐러리 또한 피해 여성들을 괴롭히며 수치심을 줬다"고 상대방을 공격함으로써 논점을 흐리는 너스레를 떨기도 했지요. 이를 빌미로 자신의 소속당인 공화당의 상․하원 의원과 주지사들이 일제히 비판을 하며 후보 사퇴를 언급하는 데도 눈 한번 깜빡이지 않았습니다.

결국 그러한 배짱과 맷집이 그를 오늘날 세계를 지배하는 미국의 대통령으로 만들었습니다. 취임 이후 좌충우돌하며 세계를 놀라게 하고 있는 그의 기행(?) 또한 그러한 배짱과 맷집이 바탕이 되는 지도 모릅니다.

각설하고, 어쨌거나 반 전 총장은 이제 뉴스의 중심에서 벗어났습니다. 그동안 대통령을 배출하지 못해 줄곧 변방에서 생활하며 타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았다고 여기며 큰 기대를 걸었던 충청도 사람들의 희망 또한 물거품이 되었습니다. 정치인에게 맷집은 필수불가결한 요소가 아닌가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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