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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7.02.08 18:05:27
  • 최종수정2017.02.08 18:05:27
[충북일보] 설을 쇠기 위해 지난달 27일 차를 몰고 세종에서 대구로 가던 중 교통정보를 알기 위해 라디오를 틀었다.

그런데 젊은 여성 리포터의 방송 내용이 귀에 거슬렸다. "서울에서 지방으로 가는 '귀경객'들로 고속도로가 붐비기 시작했습니다."

이틀 후 저녁,기자가 즐겨 시청하는 모 TV 퀴즈 프로그램에 출연한 한 여고생은 사회자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저를 아는 전국의 '애청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국내 경제신문 중 가장 발행부수가 많다고 알려진 모 경제신문 인터넷판에는 지난해 12월 13일 이런 제목의 기사가 올랐다.

"방송인 공서영이 '도깨비' 애청자임을 드러냈다." 그런데 기사 내용을 보니 도깨비는 모 케이블TV의 드라마 제목이었다.

'귀경(歸京·돌아갈 귀,서울 경)'은 "서울로 돌아간다"란 뜻이다. 따라서 리포터는 '귀성(歸省·부모를 뵙기 위해 객지에서 고향으로 돌아가거나 돌아옴)이나 '귀향 (歸鄕·고향으로 돌아가거나 돌아옴)이라고 표현했어야 옳았다. 두세째 사례로 든 애청자(愛聽者·사랑할 애,들을 청,사람 자)는 '시청자' 또는 '열렬 시청자'라고 하는 게 맞다.

최근 대중매체나 인터넷·SNS(사회관계망서비스)가 범람하면서 잘못 쓰이는 단어가 급증, 국민의 언어생활이 혼란스러워지고 있다. 하지만 정작 문제는 자신이 구사하는 표현이 제대로 된 것인지 아는 사람이 갈수록 줄어든다는 사실이다. 이른바 '한자문맹(漢字文盲)' 세대가 급증하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교육부가 국어를 제외한 초등 5·6학년 일부 교과서에 나오는 한자어 300개에 대해 2019년부터 음과 함께 뜻을 풀이하는 방식으로 병기(倂記)하겠다고 하자, 해묵은 찬·반 논란이 재연되고 있다. 필자처럼 찬성하는 측이 내세우는 주된 논리는 "한자를 많이 알면 어휘력이 향상돼 공부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반면 한글단체를 비롯한 일부 교육대학 교수와 학생,학부모 등은 "어려운 한자를 몰라도 언어 생활에 큰 불편이 없다"며 반대한다. 이들은 특히 학부모들의 사교육비 부담 증가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국민의 일상 언어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이른바 '메이저 신문'들은 기사 속 주요 단어에 영어는 물론 한자도 병기하고 있다.

한글로만 적는 것보다 독자가 뜻을 파악하는데 더 도움이 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소비자인 독자에 대한 배려다.

국내 주요 언론매체 중 유일하게 '한글전용'을 표방한 H신문은 1988년 창간됐다. 그러나 한자에 익숙한 세대가 이 신문을 읽다 보면 혼란스러운 경우가 적지 않다.

예컨대 2월 3일 기사에는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은 복직을 위해 안 해본 것이 없습니다. 옥쇄파업, 삭발, 단식, 노숙농성, 오체투지…. 고공농성만 세 차례 했습니다"란 표현이 나온다.

하지만 불교에서 나온 '오체투지(五體投地)'란 단어를 아는 독자가 과연 얼마나 될까. 이 신문 '1월 31일 궂긴 소식'에는 '인××씨 별세'라고 돼 있다. 30여년 기자 생활을 해 온 필자도 몰랐던 '궂기다'를 사전에서 찾아 보니 '(완곡하게) 윗사람이 죽다'라고 돼 있다. 그렇다면 '별세(別世)'도 '궂김'이라고 표현하는 게 맞지 않나.

다행히 필자가 좋아하는 극소수 언론인 중 한 명인 김종구 논설위원은 1월 23일 쓴 "박 대통령, '셀프 내란죄 수괴'라 불러야 옳다"란 제목의 칼럼에서 '수괴(首魁)'란 단어에 한자를 병기했다.

어려운 한자를 배우지 않고도 잘 살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좁은 땅 한반도에서 태어난 우리에게 한자는 영어와 마찬가지로 피할 수 없는 '숙명(宿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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