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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7.01.25 14:41:30
  • 최종수정2017.01.25 14:41:30

이상준

전 음성교육장·수필가

팔영루를 통과하여 일직선으로 뻗은 길가에 양옆으로 집들이 옹기종기 늘어서 있는 읍내는 읍리라 하여 읍상리, 읍중리, 읍하리로 구분되었다. 읍내에는 온통 옛 청풍부의 관아가 있던 흔적들로서 일부는 지금의 청풍문화재단지로 이전하였다고 하지만 그것은 보이는 것 중의 일부이고 조상들의 손때가 묻은 흔적들이 물 속에 수장되어 영원히 사라지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정말로 안타깝다.

가장 대표적인 건물이 한벽루인데 이 누각은 앞에 바라보이는 전경을 생각하며 지어지고 그에 따라 그 의미가 부여되며 이름이 지어졌을 것으로 생각된다. 지금의 한벽루에서 바라보는 경치는 청풍호를 바라보는 전망대의 역할을 할 뿐이므로 별다른 흥취가 떠오르지 않지만 옛 청풍의 한벽루에서 바라보는 경치는 이와는 사뭇 다른 운치가 느껴졌었다. 강가의 바위절벽 위에 솟은 한벽루에서 바라보는 남한강의 푸른 물결을 파수(巴水)라 하였으며 건너편에 병풍바위라고 부르는 금병암(錦屛岩) 이 펼쳐진 금병산이 있다. 이 병풍바위 밑에 바람굴(風穴)이 있는데 입구의 지름이 2m 정도가 되는데 봄과 여름에는 찬바람이 불어오고, 가을과 겨울에는 바람이 굴 속으로 들어간다고 한다. 바람굴에서 150m 거리에 큰 굴이 있는데 물이 솟아올라서 큰 못을 이루었고, 내부에 10여개의 굴이 있으며 종유석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고 물 흐르는 소리가 우렁차게 나며 이 굴을 물굴(水穴)이라고 하는데 전해오는 말로는 이 물길이 단양까지 연결되어 있다고 한다. 바람굴과 물굴 사이에 수직으로 뚫린 굴이 있는데 그 깊이를 알 수가 없다고 하며 부엉이가 살았다고 하여 부엉이굴이라고 부른다.

물굴(水穴)의 아래에 강물이 이 곳에 이르러 호수를 이루었는데 물빛이 쪽물처럼 검푸르게 보이므로 청초호(淸草湖)라 부른다.

한벽루는 이와같이 바위 병풍을 둘러친 듯한 금병암의 아름다운 경치를 마주하고, 아래로는 청초호의 푸른 물결, 그리고 바람굴에서 불어오는 찬바람에 여름에도 시원함을 느낄 수 있는 명당에 서 있어 한벽루라 이름하였던 것이다.

조선 말에 부사 민치상(府使 閔致庠)이 청풍8경(淸風八景)을 노래한 팔영시에 "巴江流水(파강유수-유유히 흐르는 물에 파도가 장관이요), 錦屛丹楓(금병단풍- 비단 단풍을 두른 듯한 금병산 단풍이 절경이라)" 하는 싯구는 바로 한벽루에서 바라보는 경치를 노래한 것이리라.

보물 제528호로 지정된 한벽루(寒碧樓)는 청풍 관아에 딸린 누각으로 남한강의 아름다운 풍광을 즐길 수 있는 곳에 위치하여 예부터 수많은 사람들이 찾아왔다. 특히 이산해(李山海)는 호서 제일의 명승지(形勝湖西第一洲)라고 했고, 한벽루 편액은 우암 송시열의 글씨이며, 퇴계(退溪) 이황(李滉)은 이곳을 지나다가 이렇게 시를 읊었다.

"한벽루 높다랗게 자색 하늘에 솟았는데[寒碧樓高入紫冥] 개울 건너 마주하니 구름병풍 펼친 듯[隔溪相對展雲屛] 갓 개인 저녁 외로운 배에 기대어 바라보니[新晴晩倚孤舟望]

거울도 아니고 연기도 아닌데 온통 푸르름 덮였네[非鏡非煙一抹靑]"또한 조선 초기 청풍군수(淸風郡守) 정수홍이 인근에 순행하는 하륜에게 고려 문신 주문절공의 다음과 같은 시를 들려주며 한벽루(寒碧樓)를 극찬하고 청풍에 들러주기를 요청하였다고 한다.

"물빛이 맑고 맑아 거울 아닌 거울이요[水光潧潧鏡非鏡] 산 기운이 자욱하여 연기 아닌 연기로다[山氣靄靄煙非煙] 차고 푸름이 서로 엉기어 한 고을 되었거늘[寒碧相凝作一縣] 맑은 바람[淸風]을 만고에 전할 이 없네[淸風萬古無人傳]"이러한 시들의 내용으로 보아 한벽루, 그리고 한벽루 앞의 아름다운 경치와 찬바람이 나오는 지형과는 서로 깊은 관련이 있으며 청풍이라는 고을 이름이 이에서 비롯되었음을 유추해 볼 수가 있다.

또한 청풍(淸風)이라는 고을 이름은 시원한 맑은 바람을 의미할 뿐만이 아니라 백성을 다스리는 관리들이 한벽루에 앉아서 청렴한 마음, 맑고 깨끗한 마음을 다짐하던 우리 조상들의 지명 명명의 높은 정신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아울러 오늘날 세상이 혼탁해지고 위정자들의 부정부패로 좌절에 빠진 후손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는 것 같아 다시 한번 청풍(淸風)이라는 이름을 되뇌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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