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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혁연

충북대 사학과 초빙교수

정유년 닭의 해가 시작됐다. 닭이 우리 역사에 처음 등장한 것은 고대 중국의 진나라 진수가 쓴 『삼국지』이다. 그 가운데 <동이전> 한전조에는 다음과 같은 표현이 등장한다. ‘出細尾鷄 其尾皆五尺餘’(출세미계 기미개오척여), 의역하면 ‘동이 즉, 한국에서는 가는 꼬리의 닭이 나오는데, 그 꼬리의 길이가 모두 5척 남짓하다’ 정도가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삼국지』가 쓰여진 원삼국시대에도 닭이 길러졌음을 알 수 있다.

닭은 우리나라 고전문학 작품 속에도 등장한다. <심청전>의 크라이막스는 아버지의 눈을 띄게 하기 위해, 심청이가 공양미 3백석에 팔려가는 대목이다. 그날 심청이는 이렇게 자탄했다. ‘닭아, 닭아, 우지마라, 네가 울면 날이 새고 / 날이 새면 나 죽는다. 나 죽기는 섧지 않으나 / 의지 없는 우리 부친, 어찌 잊고 가잔 말가.’

신윤복 그림 '닭'

닭과 과련된 우리말 중에는 잘못 쓰이고 있는 것도 있다. ‘영계’라는 표현이다. 많은 사람들이 젊은 사람을 뜻하는 속어인 영계를 영어 Yong과 한자 닭계 자의 결합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영계는 우리말 단어 ‘연계’가 잘못 알려져 사용되는 경우다. 연계는 한자 ‘연할 연’(軟)자 와 닭계(鷄)자로, 연한 닭이라는 뜻이다. 연계의 반대되는 표현은 ‘묵을 진’과 ‘닭계’ 자를 쓴 진계(陳鷄)로 묵은 닭, 즉 나이가 많은 닭이라는 뜻이다.

병아리의 어원도 재미 있다. 우리말 접미사 ‘아지’ 혹은 ‘아리’는 새끼를 의미하는데 자주 사용된다. 강아지는 ‘개’에 ‘아지’가 붙어 생겨난 표현으로, ‘개아지’에서 발음하기 좋게 '강아지'로 변하였다. 그러나 병아리의 ‘병’은 조금 어렵다.‘닭’과 발음이 같지 않아 어원이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어문학자들에 따르면 병아리는 중세 15세기에 ‘비육’으로 불렸다. 지금의 병아리는 이 ‘비육’에 ‘아리’가 붙어 생겨난 말이다. ‘비육아리’로 불리다가 지금의 병아리로 변했다. 확실하지 않지만 ‘비육’은 병아리 울음소리에서 왔을 가능성이 높다.

우리 선조들은 닭을 소재로한 그림도 많이 남겼다. 그런데 닭그림에는 맨드라미가 함께 등장하는 경우가 많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닭볏은 입신출세를 상징한다. 그래서 우리 선조들은 출세하는 것을 ’벼슬한다’라고 표현하였다. 잘 살펴보면 맨드라미는 모양 뿐만 아니라 색깔도 닭볏을 많이 닮았다. 따라서 닭그림에 맨드라미를 함께 그리는 것은 출세에 대한 강한 염원을 의미한다. 이를 벼슬에 벼슬이 더해졌다는 의미로 관상가관(冠上加冠)이라고 하고, 맨드라미꽃은 닭벼슬처럼 생겼다고 해서 닭계자를 써 계두화(鷄頭花) 또는 계관화(鷄冠花)라고 한다.

닭과 관련된 지명이 충북에도 많이 존재한다. 옥천군 군서면 금산리에 닭의산, 괴산군 불정면 목도리에 달갯들이 있는데 땅이 달걀 노른자위 같이 좋다고 해서 붙여진 지명이고, 괴산군 연풍면 유상리에 계금티가 있다. 이밖에 단양군 단성면 장회리에서 제천 수산면으로 넘어가는 고개가 계란티, 그리고 제천시 수산면 밑의 마을은 계란리라 불린다. 영동군 상촌면 유곡리 마을에 닭재가 있다.

또 보은군 탄부면 하장리 닭모랭이 마을과 단양 영춘 사이곡리 달기미산은 이른바 금계포란형 지형으로 유명하다. 충주의 진산인 계명산은 옛날 산에 지네가 많았고 그래서 닭을 풀어 기르니 지네가 없어져서 계족산이라고 불렸다. 그러나 계족산, 즉 닭발산이라는 어감이 안 좋아 지난 1958년 지금의 계명산으로 개명하였다.

/조혁연 충북대 사학과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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