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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두희

공군사관학교 교수

시간의 흐름이 2016년이란 매듭을 남기며 지나가고 있다. 매년 한 해가 오고 가는 이맘때쯤의 감회이지만 또다시 새롭다. 만약 흐르는 시간에 일 년, 한 달, 하루와 같은 매듭이 없다면 살아가는 흔적을 무엇에 의존하여 기록하고 또 기억해 낼 수 있을까. 아마도 "언제·"라는 물음에 답을 할 수가 없을 것 같다. 먼저 태어난 사람과 나중에 태어난 사람을 어떻게 구분하고,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설명할까. 우리 삶 속의 크고 작은 일들과 희로애락의 감정마저도 스쳐지나가는 바람처럼 흔적을 남기지 못하고 허공에 흩어져버릴지도 모른다. 매듭이 있기에 고달픈 하루를 내려놓고 쉴 수 있으며, 계절이 오고 감을 예측할 수 있다. 그리고 여느 때와 다름없이 떠오르는 해이지만 '새해'라는 희망을 실어 바라볼 수 있는 것이다.

과학적으로 태양의 공전과 자전의 주기를 바탕으로 만든 약속에 지나지 않지만 시간의 매듭은 우리 삶을 단위별로 정리하고 되돌아보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새해가 정유년(丁酉年) 닭띠 해란다. 그러고 보니 내가 태어난 해도 정유년이었다. 세월이 삽시간에 지나쳐 버린 것 같지만 꼬박꼬박 한 해씩 지나가 드디어 60번째에 이른 셈이다. 정유년에서 시작하여 무술, 기해, 경자, 신축, 임인과 같이 59개의 매듭을 거쳐 다시 정유년이 되기까지 나는 어떠한 발자취를 남겼을까. 아무래도 내가 남긴 발자취는 대부분 군인으로서 그리고 조종사로서의 흔적일 것이다.

평범한 사람들의 흔적은 평상시 사용하던 소소한 물건들이거나 인연이 닿은 사람들의 뇌리에 저장되어 있는 기억이 전부다. 3천 시간이 훨씬 넘는 나의 비행시간도 큰 발자취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그 자체로는 단순한 숫자에 불과하다. 주위 사람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쳤느냐가 실질적인 나의 발자취일 것이다.

작년 1월부터 지금까지 충북일보를 통해 총 34편의 '하늘이야기'를 남기게 되었다. 평범한 조종사의 한 사람에 불과한 내가 일간지 지면을 통해 글을 남긴 다는 것은 개인적으로 커다란 영광이요, 뚜렷한 발자취였다. 나 스스로 긍지를 가질 수도 있게 되었다. 글재주가 일천함에도 불구하고 소중한 지면을 내어준 '충북일보사'에 고개 숙여 감사드린다. 그 누구보다도 한 편 한 편의 글을 읽어준 애독자들께 심심한 감사의 말씀을 드리지 않을 수 없다.

머릿속의 생각 조각들을 엮어 한 편의 정리된 글로 써낸다는 것은 도공이 도자기를 구워내는 일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 흙으로 정성들여 빚었다 해도 막상 구워진 것을 꺼내놓고 보면 보잘것없어 보이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글을 쓰기위해 소재를 찾고 다듬는 과정에서 많은 부분들을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고 지난 40년의 삶을 전체적으로 정리하는 시간이기도 하였다.

2년 전 1월7일자 신문에 실린 나의 첫 글은 '진정한 하늘의 아름다움'이었다. 하늘의 아름다움은 많은 사람들이 동경하는 하늘 위의 멋진 풍경이나 신기한 자연현상에 있을 것이란 생각을 하기 쉽다. 하지만 목숨을 걸고 지켜야 하며 땀을 흘리는 훈련장으로서의 하늘은 내게 그리 아름답게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진정한 하늘의 아름다움은 조종사들의 피와 땀과 눈물이 배어있는 삶의 터전이기 때문에 아름다운 것이라고 썼다. 우리의 삶이 그런 것이었다. 고통을 겪지 않기 위해 열심히 발버둥치고 있지만 진즉 삶의 아름다움은 그 고통을 참아내고 극복하는 데에 있음을 조금씩 깨닫게 되었다.

요즘 국내외 여러 가지 혼란스러운 일들로 인해 다가오는 새해가 불안하다. 중요하다고 믿어왔던 것들이 조금씩 흔들리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역사는 늘 어려움을 슬기롭게 극복한 사람들이 주인공임을 가르쳐 주었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의 근간을 튼튼하게 지켜야 한다. 다 같이 고통을 기꺼이 감내하겠다는 건강한 편대정신(編隊精神)이 요구되는 때이다. 전망이 다소 어둡더라도 희망의 밝은 기운을 모아 새해를 맞이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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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