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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예

수필가

느닷없이 목이 시원찮다. 젊을 때야 그냥 지나칠 일이지만 나이를 먹다보니 조금만 아파도 겁부터 덜컥 난다. 서둘러 동네 의원을 찾았다. 평소에는 한산한 곳이었는데 어찌된 일인지 대기실엔 사람들로 넘쳐났다.

"무슨 일이죠· 왜 이렇게 환자가 많아요·"

놀라서 묻자 직원은 귀찮다는 듯 쳐다보지도 않고 건성으로 대답한다.

"요새 독감이 유행이잖아요. 독감검사까지 하느라 정신없이 바빠요."

간신히 접수를 마치고 밖으로 나왔다. 무려 서른일곱 번째라는 대기 번호를 받아들고 말이다.

문득 손자들은 괜찮을까 걱정이 되었다. 궁금하여서 막 전화를 하려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딸이었다. 큰손자가 어젯밤부터 열이 높아 검사를 해봤더니 A형 독감으로 판정이 났다한다. 이상하게 잠만 자던 둘째도 뒤이어 A형 독감으로 확인이 되었다면서 엄마는 괜찮으냐고 안부를 물어왔다.

이번 주 내내 아이 둘을 돌봐야하는 딸의 고생이 안타깝고 고열과 고통에 시달릴 손자들이 안쓰러웠다. 이번 독감은 전염력이 높다는데 이러다 딸과 사위까지 앓게 될까 봐 근심이 앞섰다.

"따르릉 따르릉"

이번에는 아들이다. 두 손자들의 상태가 영 엉망인 모양이다. 열이 높아 유치원도 못 보내고 집에서 돌보는 중이란다. 오늘은 아들이 아이들을 보살피고, 내일은 며느리가 돌볼 예정이지만 모레까지 손자들이 낫지 않으면 좀 도와 달라는 부탁전화였다. 다급해서 전화한 아들에게 나도 아파서 병원에 왔다는 말을 차마 할 수가 없었다. 그때까지 손자들이나 내가 회복되기를 간절히 바랄 수밖에 딴 도리가 없었다.

병원 진료를 마치고 대형 마트에 들렸다. 밥상 물가가 보통이 아니다. 겨울이니 야채 값이야 으레 비싸려니 한다지만 제철 채소인 시금치며 냉이와 무, 배추 값도 장난이 아니다. 더 놀라운 것은 달걀 값이었다. 일주일 전보다 무려 두 배나 값이 비쌌다. 뜨악해하는 나를 보고 판매원이 한마디를 건넨다. 내일은 더 오를 거라고. 조류 인플루엔자 때문에 달걀 공급이 제대로 안 된다고.

지금 우리나라는 조류 인플루엔자 때문에 난리이다. 예년과 달리 전파속도가 빨라서 AI 재앙이라고도 칭한단다. 이미 살 처분한 닭과 오리가 무려 2000만 마리정도라니, 정말 엄청난 재앙임에 틀림이 없다. 더구나 앞으로 늘어 날 피해가 가늠하기조차 힘들 지경이라니, 걱정이 아닐 수 없다.

독감이 극성을 부리고 AI가 판을 치는 현 상황은 이미 예견된 인화가 아니었을까싶다. 국민들은 최순실과 박근혜 대통령의 언행에만 쏠려 촛불과 태극기로 나뉘어 반목하고 있고, 나라는 국정공백으로 혼란스럽다. 정치인들은 온통 다음 정권 창출에만 관심이 있어 그들에게 국민들이 열망하는 진실규명과 안정된 국정 운영 따위는 뒷전이 된지 이미 오래이다.

나라가 이 모양이니, 독감이나 AI 발생 초기 때, 어찌 제대로 된 방역이나 조치가 이루어 질수 있었겠는가. 해마다 연례행사처럼 치르는 독감과 조류인플루엔자발생의 대처 능력이 이것 밖에 되지 않는다니......,

어서 빨리 시간이 갔으면 좋겠다. 다음 해 이때쯤이면, 분명 촛불과 태극기가 대치되는 이 답답한 상황에서 벗어날 것이며 틀림없이 진실과 거짓이 밝혀 질 것이고 국민만을 생각하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어 있을 테니까 말이다. 하지만 이것 또한 허망한 꿈이 되지나 않을 런지. 심히 불안하고 답답하기 짝이 없는 나날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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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