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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미옥

수필가

잘 고른 귀고리 하나가 미모를 30프로 이상 돋보이게 한다는데 왜 악세서리를 하지 않느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여자치고 아름다워지고 싶지 않은 이가 있을까. 가끔 반지를 끼고 외출해볼까 해서 한 두 개 있는 것 중 하나 택하여 끼어 보기도 하나 바로 벗어놓게 된다. 귀고리도 마찬가지다. 나는 반지나 목걸이들이 신체에 부착하여 편안해지는 시간까지 기다리지를 못한다. 그것들의 존재가 느껴져 금시 벗고야 만다. 통념상 시간이 가면 착용감을 못 느끼고 편안해 지겠거늘, 그렇게 되기까지 필요한 시간을 인내하지 못하니 30프로 효과를 누리지 못하고 살아 마땅하다.

팔다리가 몸통에 붙어는 있다는 것을 의식하지 않고 편안히 잘 살아 왔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팔다리존재가 느껴지더니 무릎이 슬슬 느껴지기 시작했다. 좀 심하게 써주면 물리치료를 받거나 파스를 붙이라 신호를 보낸다. 그러고 보니 마른오징어를 먹은 지가 언제이던가. 젊은 날 책 한권 뽑아, 냄새만 맡아도 군침이 도는 오징어를 볶은 땅콩에 돌돌 말아 씹으며 미각과 뇌를 채우던 행복을 어디다 견줄까. 그런데 요즘은 오징어를 먹고 나면 치아의 존재가 며칠간 느껴진다. 의식하지 않으면 숨 쉬는 일이 느껴지지 않듯, 사지백체四肢百體 존재가 숨처럼 느껴지지 않아야 건강한 것, 어떤 형태로든 존재가 느껴지면 건강에 문제가 생겼다는 신호다.

사람관계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함께 있어도 부담이 느껴지지 않아야 진정 쉼 같은 관계일 거다. 연애 시절에는 아내감에게 매력적으로 보이려고 근육을 가꾸고 그것을 보고 설레기도 하지만, 부부간에 서로를 의식하며 잘 보이려고 끝없이 노력해야 한다면 피곤할 거다. 아내가 아침에 일어나 단장하고 퇴근시간 맞춰 단장하는 일을 어찌 평생하면서 살겠는가. 나 역시 신혼여행을 앞두고 벗은 발과 민얼굴을 어찌 보이나 고민한 적고 있었고 퇴근시간 맞춰 단장을 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머잖아 남편대하는 것이 편안해졌다. 숨처럼 고요한건지 쉼처럼 편안한건지…. 아이들이 분가해 나가자 요즘은 남편이 집에 있는지 의식하지 못할 때도 있다. 어떤 날은 신문을 뒤적이는 소리에 '옆에 있었구나.' 할 때가 종종 있기도 하다.

편안한 관계가 아니면 관계지속이 힘들다. 어떤 상황에서도 편안해야 깊은 관계로 갈 수 있고, 어떠한 이유로든 불편해선 관계가 이어지기 힘들다. 부부가 한평생 같이 갈 수 있는 건 여러 이유가 있지만 쉼같이 편안해서아닐까. 진심으로 느껴지는 내면의 관계는 그가 달밤에 나만을 위한 아리아를 불러주고, 신혼여행지에서 부끄러워 일어나자마자 단장하던 과거의 내가 아닌, 지금의 편안함이 만들어주잖은가.

사람들은 지식으로 가득 찬 차가운 머리보다 좀 부족해도 편안한 사람에게 매력을 느낀다. 마음이 추울 때 너무 잘나서 내게 지식을 쏟아 붓는 이보다 따뜻한 가슴으로 위로해 주는 이에게 끌린다. 마음이 따뜻한 사람에게서는 은은히 배어나오는 매력이 발산 되는 법, 자신의 장점을 내세우며 은근히 상대방의 단점을 말하는 사람과는 편안한 인간관계를 유지할 수가 없다. 자신과 그저 다를 뿐인데도, 자기기준의 잣대로 상대방이 틀렸다는 느낌을 뾰족하게 지적하여 심어주려는 자와는, 설령 그것이 자신을 위한 일이고 선한 일이라 하여도 함께 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나는 남들에게 어떤 존재로 비쳐질까. 외진 세상에서 힘들 때 누군가에게 쉼 같은 존재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어차피 같이는 가야 하는데 숨처럼 편하지 않은 이를 만나면 어찌해야하나. 상대의 멘탈을 바꾸려 말고 나의 멘탈을 그에게 맞춰보자. 살아보니 늘 그랬다. 내가 바뀌니 그가 편하게 되고 그 편안함이 나를 편하게 했다. 이야말로 상대를 변화시키고 우리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지름길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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