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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진

청주삼겹살거리발전위원장

2014년 7월 1일 점심 무렵, 청주삼겹살거리를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은 상인들과 시민들의 열렬한 환호를 받았다. 좁은 삼겹살거리를 가득 매운 수백여 명의 인파는 대통령을 연호하며 좀 더 가까이에서 대통령의 용안을 보기위해 자리싸움도 마다하지 않을 정도였다.

앞서 30분 전쯤 5평 남짓한 서문시장 상인회 임시 사무실에서는 상인회 이사들과 대통령과의 간담회가 있었다.

대통령과 상인회 이사 10여 명은 허름한 테이블을 가운데 두고 무릎을 맞댔다. 인근에 있는 깔끔한 건물을 빌려 간담회를 가질 수도 있었으나 따로 꾸미지 않고 있는 그대로 만나고 싶다는 청와대의 주문에 따른 것이었다.

대통령은 청주서문시장 삼겹살거리에 대해 익히 알고 있는 듯했다. 전통시장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며 삼겹살거리로 특화한 서문시장이 서민경제 활성화 및 창조경제를 주창한 정부 정책의 롤 모델이라고 소개했다.

이날 청주 서문시장은 인터넷 검색어 1위라는 전무후무한 호사를 누렸다.

대통령과 기념사진을 찍은 상인들은 청와대에서 보내 준 사진을 몇 배 확대해 업소마다 입구에 걸어놓았다. 거리에는 대통령 방문기념 경축 플래카드가 내걸렸고, 어느 식당은 말 그대로 대박을 맞아 평소보다 몇 배나 많은 매출효과를 보았고 나머지 업소들도 쏠쏠한 재미를 보았다.

그로부터 2년 3개월이 흐른 지금, 최순실 게이트의 몸통으로 지목된 박근혜 대통령의 플래카드는 바람에 펄럭이는 모습조차 보기 흉하다는 이유로 내려졌고, 업소들 벽면에 고이 모셔졌던 기념사진은 한 군데 업소에서 말고는 온데간데없이 자취를 감추었다.

떼어진 사진은 식당 창고 구석에 팽개쳐지거나 아예 폐기처분되기도 했다.

대통령 덕을 톡톡히 봤던 삼겹살거리가 대통령 흔적 지우기에 나서는 모습이 알려지면서 삼겹살거리는 다시 한 번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게 됐다.

일부에서는 의리론을 내세우며 영리에 쉽게 움직이는 장사꾼들의 속물근성이라고 비난하는가 하면, 많은 경우에는 손님들을 왕처럼 모셔야 하는 식당의 입장을 이해한다는 동정론에 힘을 실어준다.

그러나 정말 이곳 삼겹살거리에서 대통령의 현수막을 내리거나 사진을 떼는 진짜 이유는 다름 아닌 허탈함과 실망감이다. 다 죽어가는 시장을 특화해서라도 살려보겠다는 상인들의 가슴에 비수를 꽂았고, 하루에 몇 푼이라도 벌겠다고 아등바등 살아가는 서민들의 희망에 찬물을 끼얹었기 때문이다.

이 땅에 사는 상인들과 서민들의 어려움을 덜어주고 가려움을 긁어주겠다고 말했던 대통령의 구두선과 위선과 무능력을 보면서 이루 말할 수 없는 배신감과 절망을 느꼈기 때문이다.

대신 삼겹살거리는 촛불집회가 열리던 지난 토요일 '촛불소주'를 집어 들었다. 평소 3천원 내지 4천원에 팔던 소주 값의 몸을 태워 단돈 천원에 내어드렸다. 밖에서야 시기적절한 마케팅 전략이라고 폄하할 수도 있겠지만 상인들 나름대로는 주말에도 영업을 하느라 촛불집회에 동참하지 못하는 현실적인 부분에 대한 속죄의 의미를 담아 미약하게나마 울분을 터뜨리는 저항이었다.

식당에서는 손님들이 주권자이다. 식당의 존재감이나 명성은 손님으로부터 나온다. 주인이 아무리 자부심이 강하고 실력이 있다 하더라도 손님이 찾지 않으면 식당은 가정집에 불과하고 음식은 집 밥에 다름없다.

주권자인 손님을 만족시키기 위해 주인은 손님들의 요구에 귀 기울여야 하고 손님들과 소통해야 한다. 손님이 없는 식당은 머잖아 문을 닫게 마련이다.

손님이 없는 식당은 민심을 잃은 정권과 다름없다. 국민들의 가슴에 저마다 분노와 저항의 촛불이 켜졌으니 박근혜 정부는 이제 문을 닫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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