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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6.11.23 14:26:53
  • 최종수정2017.07.12 13:44:45

이상준

전 음성교육장·수필가

이름이란 어떤 사물을 지칭하는 것이기에 그 사물의 특성을 대표할 수 있는 것이라야 하며 그 이름을 부르면 그 사물의 이미지가 연상되는 것이 가장 좋은 이름이라 할 것이다.

따라서 같은 사물을 가지고 나라마다 그 이름이 다른 것은 나라마다 가지고 있는 언어가 다르고 역사가 다르며 사상과 철학이 다르므로 그 나라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생각하는 이미지를 가진 소리로서 사물의 이름을 정하기 때문인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우리말은 있으나 오랫동안 우리 글자가 없어 남의 나라의 글자인 한자를 빌려다 쓰면서 우리가 생활주변에서 항상 대하는 사물들의 이름에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떠올리는 이미지가 없는 한자 이름이 많아 언어를 통한 사고, 추리, 상상의 기능을 한정 받아왔다는 사실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가 없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이름에서도 이런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조직폭력배들이 조직원을 부르는 이름에 '쌍칼, 개코, 똥파리'들이 있는데 이 이름이 상스럽고 저속하게 들리지만 그 사람의 특징을 잘 나타냄으로써 이름의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음을 부인할 수가 없을 것이다. 사람의 이름은 그 사람을 대신 나타내는 것이며 그 사람이 죽을 때까지 사용하다가 죽어서도 이름은 남기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중요한 이름을 내가 정하는 것이 아니라 태어날 때 부모님이 지어주시게 되는데 하루에도 수십 번씩 이 이름으로 불리면서 성장하게 되니 인간의 성장 환경으로서 이보다 중요한 것이 있으랴·

나타니엘 호돈의 단편소설인 '큰바위얼굴'에서 주인공인 소년이 큰바위얼굴을 보고 자라면서 그 대로 닮아가듯이 인간의 이름이 가진 이미지는 태어난 아기가 앞으로 이러한 사람으로 자라기를 바라는 부모의 희망과 꿈과 염원이 들어있는 일종의 주문인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이름의 중요성을 알고 철학관에 가서 비싼 돈을 주고 지어오기도 하지만 자라나는 어린 아이가 그 이름을 들으면서 큰바위얼굴로 삼을 만한 이미지가 느껴지지 않는다는 데 문제가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이름은 성과 이름으로 구성되는데 성은 가문을 이어받기 위하여 바꿀 수가 없고 일반적으로 두 자로 이루어지는 이름 속에는 집안마다 돌림자가 있어 또 바꿀 수가 없으니 이름 지을 때 선택권은 한 글자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서 '곽○철, 김○규, 박○용, 권○식……'와 같은 이름이 되는데 그 의미를 알아보기가 어려워 마치 비밀 암호를 표시한 것처럼 느껴진다. 이름을 듣고 좋은 의미의 이미지가 떠오르지 않는다면 이는 이름의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

우리 조상들도 그런 불편을 절실히 느낀 나머지 부모님이 지어주신 본명은 부르기를 삼가고 자(字)와 호(號)를 지어 부르지 않았는가· 본명(本名)은 태어났을 때 부모에 의해 붙여지는 데 비해 자(字)는 윗사람이 본인의 기호나 덕을 고려하여 붙이게 되며, 자(字)가 생기면 본명은 별로 사용하지 않으므로 본명을 휘명(諱名:부르기를 삼가야 하는 이름)이라고 하는 것이다.

본명이나 자(字) 외에 편하게 부를 수 있도록 지은 이름으로 호(號)가 있는데 아호(雅號) 또는 별호(別號)를 지어 불렀으며 거처하는 곳(所處以號)이나 자신이 지향하는 뜻(所志以號), 좋아하는 물건을 대상으로 한 경우가 많았다. 따라서 거처하는 곳이 바뀜에 따라 호가 달리 사용되기도 했으며, 좋아하는 물건이 여럿인 경우 호는 늘어나게 마련이었다. 그렇다면 자(字)는 윗사람이 본인의 기호나 덕을 고려하여 붙여준 이름이고 호(號)는 나의 환경, 취향, 지향하는 뜻을 감안하여 내가 짓는 것이니 나의 특성을 나와 남의 관점에서 파악하여 부르는 진정한 나의 이름들인 것이다.

그런데 오늘날 자(字)와 호(號)는 거의 사라지고 본명만을 사용하고자 하니 이미지가 없는 이름이 되고 만 것이다. 그래서 젊은 부모들이 자녀들의 이름을 '민들레, 이슬비, 하늘, 가람, 나래, 늘봄, 마루, 아람, 보라, 바다, 초롱, 슬기……' 등 이미지가 떠오를 수 있는 순수한 우리말로 지어부르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며 이름으로서의 역할을 깨달은 당연한 귀결이기도 한 것이다.

지명도 이와 같아서 땅의 특성을 나타내지 못하는 지명은 지명으로서의 역할을 하지 못하는 암호와 같은 이름인 것이다. 행정 구역명은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앞으로 지명을 개명하거나 새로 만들 필요가 있을 때는 이러한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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