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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든 도민 1만명…"평화는 폭력보다 강하다"

범도민 시국대회 현장
취재기자들이 전하는 이야기

  • 웹출고시간2016.11.20 21:16:33
  • 최종수정2016.11.21 10:16:26

지난 19일 충북도청 앞에서 열린 ‘박근혜 정권퇴진 충북 범도민 시국대회’에서 참가자들이 촛불을 들고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 김태훈기자

안순자기자

취재 1팀 안순자기자

'물리적 충돌' 걱정은 기우 불과

시국대회에 야당 인사들도 참석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범도민 시국대회를 앞두고 충북도청에는 긴장감이 돌았다.

그러나 시국대회가 시작되자 '혹시나'했던 마음이 기우(杞憂)였다는 것을 누구라도 금세 알아차릴 수 있었다.

비가 그친 지난 19일 오전은 봄처럼 포근했다. 거리에 떨어진 낙엽만이 이 계절을 알리는 듯했다.

시국대회가 시작되는 오후 4시가 되자 도청 서문 앞 상당로에 삼삼오오 시민들이 모였다.

참가자들에게는 앉을 수 있는 깔개와 피켓, 종이컵을 씌운 촛불이 손에 쥐어졌다.

시국대회에는 시민과 함께 호흡하기 위해 더불어민주당 변재일(청원)·오제세(서원)·도종환(흥덕) 국회의원, 이근규 제천시장, 도의원, 시의원, 신언관 국민의당 충북도당위원장 등 야당 인사들도 대거 모습을 드러냈다. 새누리당 인사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날이 어둑어둑해지자 시민들은 손에 든 초에 불을 붙여주며 빛을 내기 시작했다.

집무실에 있던 이시종 지사는 오후 6시께 조용히 현장을 찾았다. 이 지사는 서문으로 나와 한참을 둘러보고 다시 한 바퀴 돌고, 또 한 바퀴 돌았다. 시민들과 인사를 나누며 현장을 지켜봤다.

그쳤던 비가 다시 부슬부슬 내려 앉을무렵 행진이 시작됐다.

도청 서문 앞에서 상당공원 사거리, 청주대교, 중앙공원, 육거리시장을 지나 다시 서문으로 오는 행진이었다.

"30년 전만 해도 이 자리에서 화염병 던지고 그랬죠. 이렇게 질서정연하다니 보고도 믿어지지 않네요."

한 무리를 따라 시선을 옮기던 한 공무원은 그 무리에서 누군가를 기억해낸 듯 눈을 떼지 못했다.

평상시 잠겨있던 도청 서관은 이날만큼은 개방이 결정됐다.

바로 '주인'인 시민들이 화장실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였다. 시국대회가 이어지는 동안 청원경찰들도 시민들을 일일이 안내하며 자리를 지켰다.

이날 시국대회에서 시민들은 모두 큰소리로 외쳤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고.

유소라기자

취재1팀 유소라기자

해학과 풍자 담긴 집회

새로운 축제의 장으로 승화


잔뜩 찌푸린 날씨의 19일 오후 청주 촛불집회 현장은 민초들의 분노로 뜨거웠다. 간간히 내린 이슬비는 이내 잠잠해졌다.

일찌감치 충북도청 앞에 모이기 시작한 시민들은 오후 7시를 넘기며 1만여명(경찰 추산 5천여명)으로 늘어났다. 성안길 일대는 차량통행이 통제되면서 차 없는 거리로 모습을 바꿨다.

'엄마 미안, 근데 화나'라는 피켓을 든 여학생은 "수능이 끝났다. 박근혜도 끝났다"며 목청을 높였다.

일부 시민은 '바람이 불면 촛불이 꺼질 것'이라는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의 발언에 맞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촛불을 켜기도 했다.

이날 촛불집회는 '최순실 흉내 내기' 같은 해학과 풍자가 담긴 각종 퍼포먼스와 유쾌한 공연으로 채워졌다.

질서정연한 모습의 시민들은 집회를 새로운 축제의 장으로 승화시켰다. 유쾌한 행진이었다. 선전과 선동 대신 노래와 공연이, 화염병의 파괴력 대신 따뜻한 촛불이 켜졌다. 셀카를 찍는 얼굴마다 미소가 가득했다. 민심의 분노에서 비롯된 난장이자 축제였다.

14년 전 국내에 처음 등장한 촛불집회는 민심의 분노를 평화적으로 표출하는 수단으로 진화했다.

시민들이 촛불을 들기 시작한 건 지난 2002년 미군 장갑차에 깔려 안타깝게 사망한 '효순이 미선이 사건'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정부가 무최루탄 원칙을 세우면서 시민들도 화염병 대신 촛불을 들었다. 이렇게 불붙은 평화집회는 지난 2004년 故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반대와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등 민심이 들끓을 때마다 어김없이 등장했다.

국민 정서는 변했다. 폭력 대신 비폭력을 외치고, 진정한 민주주의를 열망한다.

쇠파이프와 화염병을 들었던 손에 촛불과 휴대전화가, 투쟁의 머리띠와 복면 대신 패러디 피켓과 가면이 등장한 이유다.

한 개의 촛불은 바람에 쉬이 꺼질지언정 수천만 촛불은 바람이 불수록 겉잡을 수 없는 들불처럼 훨훨 타오르기 마련이다.

부디 촛불집회가 시대를 역행하는 현 정권에 국민이 꺼내든 마지막 옐로카드가 되지 않길 바란다.

박태성기자

취재 2팀 박태성기자

분노에 나이·성별 구분 없어

시작부터 끝까지 뭉클함 그 자체


"1만명까지는 힘들 겁니다. 한 2천~3천명 모이지 않겠어요?"

"일반 시민이 얼마나 자발적으로 참석하느냐가 관건입니다."

"정권에 대한 지금의 분노는 충북도민들도 다르지 않습니다."

"지난주 서울 집회에서도 봤지만, 과격한 집회는 없을 겁니다."

'범도민시국대회'를 며칠 앞두고 만난 경찰과 시민단체, 대학생 등 각계각층의 말들이다.

사실 현장취재에 앞서 여러 상황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과연 1만명이 올까', '얼마나 모일까',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을까', '불법집회 등 불상사는 없을까', '날씨는 어떨까'하는 여러 생각이 맴돌았다.

대회가 시작되고 괜한 걱정이었음을 깨닫는 데에는 불과 몇 분이 걸리지 않았다. 시작부터 끝나는 시간까지 거리에 나온 시민들의 모습은 뭉클함 그 자체였다.

분노에는 나이·성별 구분이 없었다. 교복을 입고 나온 10대 학생들. 갓난아이를 품에 안은 20·30대 젊은 부부. 자녀들의 손을 잡고 나온 40·50대 중·장년층. 흰머리가 지긋한 60·70대 노인들까지. 쌀쌀한 날씨에 빗방울까지 떨어질 때면 서로의 옷깃을 여며주었다. 미처 밥을 먹지 못한 시민들은 편의점에서 즉석 밥과 컵라면 등으로 끼니를 해결하며 자리를 지켰다.

스피커를 통해 전해지는 시민들의 말 한 마디 한 마디에는 우리 삶이 고스란히 스며있었다.

어린 학생들은 노력·실력보다는 돈과 권력이 좌우한 현실에 대한 깊은 억울함과 실망감을, 어른들은 이런 아이들에게 미안함과 함께 정권에 대한 큰 분노를 드러냈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거리로 나가보길 권하기도 했다.

지금의 머릿속을 맴도는 무수한 고민, 복잡한 심경을 정리하는 데 현장만 한 것이 없다고.

강준식기자

취재2팀 강준식기자

피켓 들고 쓰레기봉투 든 학생들도 거리로 쏟아져나와


"뉴스를 보니 우리나라가 잘 못 됐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친구들과 나왔습니다."

청주시민을 포함한 인근 지역 도민 1만여명(주최측 추산)이 오후 5시 충북도청 앞에 집결했다.

다양한 연령대가 모인 집회 현장이었지만, 유독 학생으로 보이는 앳된 얼굴이 많았다.

교복을 입고 '박근혜 퇴진' 피켓을 든 학생들부터, 20L짜리 대형 쓰레기봉투를 들고 다니며 거리를 청소하는 학생들까지. 많은 학생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집회에 참여한 청소년들은 친구들과 삼삼오오 짝을 이뤄 행진 대열에서 힘껏 현 정부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감동의 순간이었다. 현장취재 중인 기자를 포함한 기성세대들은 이 모습을 보며 "아직 우리나라 민주주의가 살아있구나"를 느꼈다.

한 40대 남성은 "청소년들의 깨어있는 의식에 놀랐다. 미래가 밝다"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분노의 이유는 달랐지만, 대상은 같았기 때문일까.

19일 '범도민 시국대회' 현장은 이처럼 기성세대와 청소년세대가 한데 어우러졌다.

한 중학생이 발언 단상에 섰다.

"'준비된 대통령'이 아니라 최순실이 '준비한 대통령'. 꼭두각시가 왕 노릇하는 이 나라, 국민이 어떻게 살아가겠습니까."

중학생의 용기 있는 발언에 어른들은 환호했다.

많은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기성세대가 어리다는 이유로 간과했던 청소년들의 집결된 힘은 놀라웠다.

집회에 참여한 청소년들은 지난 2012년 치러진 18대 대선에서 투표권조차 없었다. 어떻게 보면 기성세대들의 잘못된 선택을 청소년세대가 떠안은 것일 수도 있다.

어른들은 "신경 끄고 공부나 해"라는 말로 청소년들의 정치적 관심을 무시했다.

그러나 이번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통해 많은 이들이 느꼈을 것이다.

청소년은 앞으로 대한민국의 미래이자 대한민국을 이끌어 나갈 인재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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