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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6.11.16 14:42:37
  • 최종수정2016.11.16 14:42:37

전 음성교육장·수필가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의 지명들을 보면 그 의미를 알아내기가 매우 어렵다. 그 이유는 오랜 세월에 걸쳐 변화됨으로써 옛 모습과 의미를 잃었기 때문일 것이다. 왕조가 바뀔 때마다 지역을 통치하기 위한 정책이 변하고 그에 따라 지역을 표기하는 방법이 달라지고 지명의 표기도 변화를 겪게 되며, 심지어는 이민족에게 나라를 빼앗겨 남의 통치를 받는 동안에는 지배국의 방식에 따라 지명이 회복하기 힘들 정도로 커다란 변화를 가져왔던 것이다.

그보다도 우리의 지명 변화에 더 큰 타격을 입힌 것은 바로 오랜 세월동안 지속적으로 이루어진 한자 표기라고 할 것이다. 순수한 우리말로 만들어진 지명이 정착되어 오랜 세월을 지내왔지만 우리 글자가 없어 입에서 입으로 구전되다가 한자가 들어오게 되었다. 우리 글자가 없어 기록을 남기지 못하다가 남의 글자인 한자로 표기하고자 하니 많은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더욱이 그 지역의 일반 주민들은 한자를 모르는 하층 계급으로서 지명의 한자 표기에 관여할 수가 없었고 그 지역을 잘 모르는 지배 계급인 일부 지식층이 한자로 기록하게 되면서 그 지역의 지명의 의미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채 표기하면서 문제가 발생하게 된 것이다. 고유의 음을 듣고 음만 한자로 표기하거나 그 의미를 엉뚱하게 해석하여 그 의미의 한자를 가져다 표기하게 되니 고유의 음과 훈이 바뀌어 한자로 표기되고, 바뀐 음이 또 다른 의미를 만들어내면서 그 뿌리를 찾기 어렵도록 혼란을 가중시키게 된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여러 지역에 많이 분포되어 있는 '가마실'이란 지명은 '가마'가 '크다'는 의미이므로 '큰 마을'이라는 아주 흔하고 일반적인 이름인 것이다. 그런데 오랜 세월 구전되어 오다 보니 '감실, 검실, 곰실,가마실, 거미실, 거무실, 개미실, 감나무골' 등으로 변이되어 나타나게 되었다. 그러나 아무리 변화하더라도 '감, 가마'라는 뿌리를 그 속에 간직하고 있기에 그 의미를 유추해 낼 수가 있을 것이다.

그런데 한자가 들어오면서 양반들은 한문으로 글을 읽고 쓰기 위하여 지명을 한자로 기록해야만 했는데 고유어는 한자와는 표기법이 다르기에 한자로 기록하는 사람에 따라 음이 다르고 훈이 다른 지명이 생겨나게 되는 것이다.

위의 '가마실'의 변이음을 한자로 기록하게 되면 음에 의해 추정되는 의미를 가진 한자를 가지고'금곡(金谷), 현곡(玄谷), 감곡(甘谷), 시동(·洞)' 금리(琴里), 부곡(釜谷), 의곡(蟻谷), 주곡(蛛谷), 웅곡(熊谷)' 등으로 표기하는 지역이 나타나는 것을 볼 수가 있는데, 이는 앞의 '가마'의 변이일 뿐이고 뒤에 '실' 대신 '골, 바위, 재, 들, 성, 산, 섬, 부리, 거리, 고개'가 붙게 되면 그만큼 또 다른 변이를 가져오게 된다.

한자는 뜻글자이기 때문에 고유어의 음만 표기하더라도 한자의 훈을 가지고 다른 의미로 해석하여 새로운 지명 유래가 만들어지고 다른 방향으로 변이가 이루어져서 세월이 지나면 그 뿌리를 찾기가 어려워지는 것이다.

충남 천안의 병천이라는 곳은 아우내라 부르던 지명을 한자로 '竝川(병천)'이라 표기하였다. 竝(병)과 川(천)은 '아우르다'와 '내'라는 의미를 한자로 표기한 것으로, 100여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사람들은 '竝川(병천)'이라 써놓고 '아우내'라고 읽었다. 하지만 지금은 모두 '병천'이라 읽게 되어 아우내면이 아니라 병천면이 되었고, 아우내순대가 아니라 병천순대로 부르게 되었으며 '아우내'라는 말은 사용하지 않게 되고 그 의미조차 잃어버리게 되니 세월이 흐르게 되면 영영 고유어를 잃게 되며 세월이 더 흐르면 한자의 음을 가지고 다른 이미지를 유추하여 또 다른 변화가 시작되는 것이다.

그래서 지명의 의미를 해석할 때는 한자의 음이나 훈에만 의지해서는 안되고 지형의 형태, 주변의 자연 지명, 유사한 음의 고어, 지명 유래 그리고 다른 지역에 나타나는 유사한 지명들의 의미를 비교 분석하여 그 의미를 유추해 낼 수 있는 것이니 언어학, 역사학, 지리학, 통계학, 방언학, 논리학 등을 총망라하여야 해석할 수 있는 종합 학문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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