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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막한 노근리… 잊혀진 '300여 원혼'

현장르포 - 영동 양민학살 현장 가보니…

  • 웹출고시간2016.11.14 22:01:16
  • 최종수정2016.11.14 22:09:05
[충북일보=영동] 경부선 열차를 타고 서울을 떠나 부산을 향해 절반쯤(서울기점 225㎞) 가다 보면 충북 영동에 한 굴다리를 지나게 된다. 노근리 마을로 가는 쌍굴 다리다. 노근리 양민학살사건은 바로 이곳에서 일어났다. 1950년 7월 26일부터 29일까지 3일간 미군은 영동군 황간면 하가리와 노근리 일대에서 피난 가던 사람들을 폭격, 기총소사로 대량 학살했다.

지난 10일 오후 2시께 영동 노근리 쌍굴 다리 현장을 찾았다.

카메라를 챙겨 차에서 내린 기자는 눈을 의심했다. 아무리 평일이라 하지만, 단 한 명의 사람도 찾아볼 수 없었다. 노근리 사건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도가 부족한 것 같아 마음 한구석이 무거워졌다.

'이곳은 노근리 사건 현장입니다'라는 게시물이 눈에 들어왔다.

쌍굴다리 아래 개울물에서 먹이사냥하는 수달.

ⓒ 장인수기자
쌍굴 옆쪽에는 노근리 사건 안내표와 설명이 간략히 적혀 있다. 발생 일시, 발생 장소, 피해 인원, 경위. 너무나 간단했다. 안내판이 오래 되서 인지 녹슨 자국이 선명하다.

민간인 학살 전쟁범죄인데도 다만 몇 줄의 안내로 끝나 버리는 느낌을 갖게 했다.

쌍굴 주변을 더 둘러보다가 알 수 없는 표시들의 정체를 알아냈다. 흰색의 동그라미와 세모들은 짐작했듯이 총탄과 포격의 흔적들이었다. 쌍굴을 지나 안쪽으로 들어가니 누군가 번호를 매겨 논 흔적들도 보였다. 쌍굴 벽면에 걸려있는 노란색과 흰색의 지화(紙花)가 눈에 들어왔다. 쌍굴 안에서 억울하게 죽어간 영혼들을 위한 작은 그 손길의 따스함을 느꼈다.

쌍굴 중 한 굴을 통과하는 개울물은 여전히 흐르고 있었다. 이 개울물은 노근리 평화공원을 가로지르는 지천과 합류한다.

뜻밖의 상황을 맞이했다. 쌍굴 다리 아래 개울물에서 먹이를 사냥하는 수달 한 마리를 목격했다. 몸길이가 70cm 정도였다. 사진촬영을 시도하자 수달은 황급히 개울 바위틈으로 사라졌다. 수달은 천연기념물(330호)과 멸종위기야생생물로 지정돼 있다.

영동 노근리 쌍굴다리 인근에 설치된 '고압가스관 주의' 팻말.

ⓒ 장인수기자
현장을 둘러보는 내내 마음이 착잡했다. 사건 당시의 상황을 그려보니 그랬다. 또 하나는 쌍굴다리가 등록문화재 지정과 6.25 전쟁 중 발생한 역사의 현장인 데도 주변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쌍굴 다리 주변 개울에는 생활쓰레기가 즐비했다. 방문객들을 위해 마련된 방명록 기재소 유리는 훼손된 채 방치돼 있었다. 방명록은 이물질이 묻어난다. 볼펜은 교체하지 않아 사용할 수조차 없었다.

쌍굴 다리 인근 한국가스공사의 '고압가스관 주의' 팻말은 역사의 현장과 부조화 속 삭막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주변 대형화분에는 현장에 걸 맞는 꽃은커녕 살아있는 식물조차 심겨져 있지 않았다.

방문객들을 위해 마련된 화장실 내부는 냉기 그 자체였다. 화장실 방향에 방문객 통제를 위해 설치한 것으로 보이는 쇠말뚝 수십여 개도 눈에 거슬렸다.

현장 탐방을 마치고 고개를 숙이고 눈을 감았다. 다시는 일어나선 안 될 비극의 장면들이 떠오른다. 노근리 민간인 학살의 혼령들이 부디 영면하시고, 이 땅에 평화를 지켜주시길….

영동/장인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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