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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중

전 단양교육장·소설가

나라 전체가 통째로 흔들리는 모습을 보며, 혜민 스님이 지은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라는 책자를 다시금 펼칩니다. 오래 전 읽은 책인데, 밑줄을 그었던 부분들을 다시금 새기며 짧은 생각에 잠깁니다.

'몸을 구겨서 지하철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앞뒤, 옆, 사람이 꽉 찼네요. 이 순간 우리 마음은 짜증을 부릴 수도 있고, 헤헤, 손잡이를 잡지 않아도 된다고 재미있어할 수도 있습니다. 똑같은 일이 벌어져도 사람들은 이처럼 반응들이 달라요. 왜냐하면 세상이 나를 괴롭히는 것이 아니고, 알고 보면 내 마음이 나를 괴롭히기 때문입니다.'

사면초가의 상황을 즐기는 슬기를 슬쩍 몸에 묻힙니다.

'누구를 미워하면 우리의 무의식은 그 사람을 닮아가요. 마치 며느리가 못된 시어머니 욕하면서도 세월이 지나면 그 시어머니 꼭 닮아가듯. 미워하면 그 대상을 마음 안에 넣어두기 때문에 내 마음 안의 그가 곧 내가 됩니다. 그러니 그를 내 마음의 방에 장기 투숙시키지 마시고 빨리 용서한 다음 바로 쫓아내버리세요.'

도저히 용서해 줄 수 없는 일을 용서해 줄 때 그것이 바로 진정한 용기가 되겠지요.

'지금 처한 상황을 아무리 노력해도 바꿀 수가 없다면 그 상황을 바라보는 내 마음가짐을 바꾸십시오. 그래야 행복합니다. …내 마음의 상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보니 좋은 것, 나쁜 것이 생기는 것뿐입니다.'

갈등 속에서 밤잠을 설칠 때 한번쯤 음미해 볼 가치를 느끼네요.

'싫어하는 사람을 내 가슴속에 넣어두고 다닐 만큼 그 사람이 가치가 있습니까· 내가 사랑하는 가족, 나를 응원하는 친구만 마음에 넣어두십시오.'

필요 없이 너무 넓은 가슴을 가질 필요는 없겠다 싶군요.

'김밥은 매끈하게 썰어진 몸뚱이 것보다 맨 끝 자투리가 푸짐하니 맛있습니다. 사람도 너무 완벽하고 매끈하면 인간미가 덜하고 좀 어딘가 허술한 구석도 있고 솔직한 사람이 더 인간적이고 매력 있어요.'

얼음처럼 차가운 가슴을 가진 사람은 산꼭대기에서 홀로 살아야겠지요.

'운전을 잘못하는 사람은 운전 중에 브레이크 페달을 자주 밟습니다. 대화를 잘못하는 사람은 대화 중에 상대방의 이야기를 끝까지 듣지 않고 자신의 이야기로 브레이크를 자주 겁니다.'

필자에게도 자주 일어나는 상황이 아닐까 싶어 잠깐 자신을 돌아봅니다.

'쿵푸 18계를 마스터하면 손가락 하나만 까딱해도 사람을 해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높은 36계를 마스터하면 나보다 낮은 수준의 사람이 와서 싸우려고 하면, 그 사람을 위해 도망칩니다.'

수신제가의 최고 경지를 잠시 경험합니다.

이처럼 책을 넘기며 짧은 생각에 골몰하다 문득 혜민 스님의 나이가 궁금해집니다. 혜안을 가진 스님의 나이를 필자의 나이와 견주어 보려는 의도겠지요. 하지만 어느 곳에도 스님의 나이는 나타나지 않는군요.

관련 자료를 한참을 뒤적이니 스님의 나이는 밝히지 않는 것이 관례라고 소개되어 있네요. 동안(童顔)인 사진으로 보아 혜민 스님의 나이가 필경 필자보다 아래이다 싶어 그의 글을 읽으며 심오한 생각에 젖는 자신이 갑자기 부끄러워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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