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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지성 - 영국 양치기의 편지

잉글랜드 북서부 레이크 디스트릭트 국립공원 양치기
자연의 순리대로 살아온 겸손·자유·행복 이야기 전달
윤택한 삶만 좇는 현대인들에 일침… 참인생의 의미 제시

  • 웹출고시간2016.10.11 17:50:30
  • 최종수정2016.10.11 17:51:52

영국 양치기의 편지

제임스 리뱅크스 지음 / 미래엔 북폴리오 / 376쪽 / 1만5천원

[충북일보] 자연의 순리대로 살아온 양치기의 삶은 어떠할까.

영국의 한 양치기가 겸손과 자유, 행복이 담긴 이야기를 전한다.

잉글랜드 북서부에 자리한 레이크 디스트릭트 국립공원은 방문자들에게 상상력을 자극하는 곳이자 마음속에만 그려오던 이상적인 공간이다. 바쁜 일상으로 가득한 도시들과 대척점에 있는 이곳은 철학자들의 사색을 꽃피우게 해주는 곳이다.

이곳에 바보처럼 양을 치는 이가 있다. 저자 제임스 리뱅크스는 아버지와 할아버지 모두 양치기였던 목장 집안의 장남이다. 그의 집안은 여러 세대에 걸쳐 레이크 디스트릭트에서 일하며 살아왔다.

고향의 아름다움을 잘 알고 있는 저자는 땀 흘려 열심히 일하는 삶에 자부심을 가지고 살아간다. 저자는 마음속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명쾌한 문체로 양치기의 삶 구석구석으로 안내한다.

그의 삶은 양치기에 집중돼 있다. 경매에 나가 좋은 양을 사들이고, 건초를 모아 겨울을 준비한다. 구제역 발생으로 온 마을사람들이 망연자실하기도 한다. 진저리나는 눈이 쌓이고 바람이 무서운 속도로 부는 겨울이 오고, 추위를 이기지 못해 죽는 양이 생기기도 한다. 하지만 다시 돌아올 생명력 가득한 여름을 상상하며 겨울을 헤쳐 나간다. 이윽고 봄이 오면 암양들이 출산을 한다. 접종을 하고 양들을 다시 산으로 올려 보낸다. 양들은 원래의 보금자리로 돌아가려는 강력한 본능이 몸속에 그대로 남아 있다.

저자는 양들을 다시 산으로 몰고 올라갈 때를 가장 행복하게 여긴다. 넓디넓은 방목지에서 개들과 함께 양 떼를 몰며 느끼는 자유로운 기분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그는 산과 언덕으로 둘러싸인 지역에서 양을 치는 지금 삶의 방식 그대로를 사랑한다고 말한다. 매서운 눈보라와 지독한 폭우가 괴롭기는 해도 말이다. 그는 자연을 정복하는 태도 대신 겸손을 가르친다. 자신만 중요하다는 오만함을 깨뜨리라고 조언한다.

저자는 도시의 사람들과는 달리 조금 늦게 공부를 다시 시작했다. 도시에서 온 전문직 종사자들이 산골 마을의 주택을 사들이는 걸 종종 목격했기 때문이다. 그들이 버는 돈은 자신이 몇 달 동안 버는 것보다 더 많은 것 같았다. 저자는 지금껏 고수해오던 가치관과 과감히 타협하고 그가 싫어하던 세계에 발을 들여 보기로 결심한다. 그는 입학 지원서에 '레이크 디스트릭트 산에서 돌담을 쌓았음'이라고 자기소개를 적는다. 신기하게도 옥스퍼드 대학 입학 면접이 기가 막히게 술술 풀렸고 그는 합격했다.

옥스퍼드 대학에서 공부하는 동안 그는 사람들에게 "매일같이 시골에서 일만 하며 살다가 옥스퍼드에서 공부하게 되다니 정말 엄청난 변화군요"라는 식의 얘기를 들었다. 어느 날 교수님은 그에게 "자네 아마도 그곳 생활이 그립겠구먼."이라 말한다. 저자는 목장 일을 완전히 떠난 게 아니라고, 그곳으로 다시 돌아갈 거라고 대답했다. 그랬더니 교수님은 퍽 의아해하는 표정을 짓는다.

저자는 이 부분에서 도시에서 성공만 좇는 현대인들에게 일침을 가한다. 저자는 자연의 순리대로 살며 전통을 지키고 인생을 사랑하는 양치기의 삶이 아름답다 말한다. 다수의 현대인들은 때때로 만나는 대자연의 아름다운 경치에 감동하기는 하지만, 도시의 윤택한 삶을 찬양한다. 그리고 전통적인 방식으로 자연 속 삶을 유지하며 일하고 있는 사람들을 무시하기도 한다.

저자는 책을 통해 삶의 공간에 대한 진한 애착이 담긴 이야기를 들려준다. 사람들의 시야의 바깥에 있어 잘 보이진 않지만 인간 역사의 중요한 한 편을 차지하고 있는 삶의 방식이 담겨 있다.

책은 우리에게 자연과 함께하는 아름다운 삶과 인생의 새로운 의미를 제시한다. 자연의 순리대로 살아온 한 양치기의 겸손, 자유, 행복의 이야기가 우리의 마음을 움직인다. 저자는 지금도 트위터를 통해 전 세계 8만 명이 넘는 사람들과 레이크 디스트릭트에서 양을 치는 자신의 삶을 공유하고 있다.

/ 유소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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