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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시억

국회사무처

고등학교 졸업 이후 군복무기간을 제외하고는 쭉 서울에서 생활을 해온 나는 추석과 설날 등 명절에는 우리나라 국민 대부분이 그러하듯이 매년 고향을 찾는다. 고향을 떠나 외지에서 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들은 명절이야 말로 평소 이런저런 핑계로 찾아뵙지 못했던 부모님과 일가 어르신들, 오랜 동네친구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이기에 돼지고기 몇 점과 소주 한 잔으로 그간 잃었던 점수를 만회했다고 스스로 위안(慰安)을 받곤 한다.

그런 위안을 너무 크게 기대했기 때문이었을까? 금년도 달력은 5일간이나 이어진 추석연휴를 선물해줬기에 다른 어느 때보다 가벼운 마음으로 고향에 내려갔지만, 평소 자주 찾지 않았던 시골의 고향마을엔 그 사이 훌쩍 커버려 낯선 몇 명의 아이들과 명절임에도 쉬지 못하고 차도(車道) 옆에서 복숭아와 포도를 팔고 계신 어르신들의 주름진 얼굴을 간간이 볼 수 있을 뿐이었다.

매년 반복하듯이, 고향집에 보따리를 풀고서는 여든 중반의 노모(老母)가 아픈 허리를 굽히면서 정성으로 담가놓았던 동동주를 친척 어르신들에게 가져다드린 후, 시내(市內)에 살고 있는 친구에게 소주 한 잔하자고 연락을 해봤다. "벌써 술 한 잔 했는데 여기가 옥천이라 청주까지 나가기가 어려워…." 다들 바쁜가 보다. "이제 나이 더 들면 재테크도 중요하지만 같이 놀아줄 친구테크가 더 중요한 거여…." 누군가 내게 해줬던 말이 귓가에 맴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인지라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고 함께 어울려 살려는 속성이 있기에 도시(都市)가 자연발생적으로 형성되는 것이라는 글을 어디선가 본 기억이 난다.

그러나 나는 본래 시끌벅쩍하고 혼잡한 곳보다는 조용하고 혼자 있을 수 있는 환경을 좋아한다. 이는 도시생활(都市生活)에 지친 사람들은 전원생활(田園生活)을 꿈꾸는 것이라고 보면 될 것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추석같은 명절에도 혼자있고 싶어할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을 듯하다.

남해안 진도(珍島)에서는 명절에 시댁가기를 부담스러워하는 며느리들을 배려하는 마음에서, "올해 설거지는 시아버지가 다 해주마!"라고 걸린 현수막이 화제다. 아들, 손자, 며느리를 기다리는 부모의 마음이 녹아있는지라 아마 그 현수막을 보고서도 시댁에 가지않은 자식(子息)들은 없을 것이다.

어느 때부터인가 추석 등 명절에 관한 뉴스에 '부담(負擔)', '후유증(後遺症)'이라는 단어가 많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혼기(婚期)를 놓친 자녀들의 결혼과 졸업 이후에도 직장을 잡지 못한 자녀들의 취업을 채근하는 듯한 친지(親知)들의 시선이 부담스러워 고향에 가지 않고 혼자 지내는 사람들이 많고, 며느리들은 차례상 장만하고 남편들은 장시간 운전하느라 육체적·정신적으로 피로해진다고 한다.

누구나 즐거워야 할 명절이 부담과 후유증으로 다가온다면 문제다. 그렇다고 일 년에 한 두 번인 명절을 부담과 후유증을 이유로 외면한다면 그것은 더 큰 문제다. 부담과 후유증을 줄이는 방안을 찾아보자! 앞으로 다가올 시대에는 가족이나 친지들이 물리적 접촉이 점점 줄어들어 그만큼 유대감(紐帶感)이 점점 희미해질 것이고 유대감이 없는 사회는 단합된 힘을 발휘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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