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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6.09.06 14:58:39
  • 최종수정2016.09.06 15:00:23

정서영

청주시 차량등록사업소 주무관

공무원이 되고 나서 놀란 것은, 공무원이 없는 곳이 없고 공무원이 하지 않는 일이 없다는 것이었다. 온갖 곳에 공무원이 있고, 온갖 일을 공무원이 하고 있었다. 그것은 차량 관련 사무도 마찬가지였는데, 차도 없고 운전도 할 줄 모르니 차량등록사업소라는 존재조차 몰랐던 나의 첫 발령지가 차량등록사업소였다.

온종일 수많은 사람들이 다녀가고, 마치 기계처럼 어마어마한 양의 민원서류를 처리하는 모습이 늘 일상이다. 차량등록사업소에는 '기계직'이 많은데, 우스갯소리로 '기계직은 마치 기계처럼 일을 해야 돼서 기계직'이라는 말까지 해가며 눈코 뜰 새 없이 민원을 처리하고 잠시 커피 한 잔으로 쌓인 피로를 달랜다.

차량등록사업소 업무 중 재미있는 한 가지는 말소 업무이다. 평소에 '자동차'라는 것을 딱히 중요한 재산 목록으로 생각하지도 않았고 사고팔고 처분하는 것에 대해서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러나 말소 창구에 방문하는 민원인의 다양한 사연을 듣다 보니 자동차는 신중하게 관리해야 하는 재산이라는 것이 피부로 와 닿았다.

폐차장에 믿고 맡겼는데 홀연히 증발한 차, 사위의 친구에게 빌려줬더니 가지고 도망간 차, 이전을 했는데 양수인이 명의를 이전하지 않고 대한민국에 존재하는 모든 교통법규를 어기며 타고 다니는 소위 말하는 '대포차', 차가 어떻게 생겼는지 본 적도 없는데 자신 명의로 등록되고 심지어 수출이 돼버린 차,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난 후 상속 과정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아버지 명의의 차, 압류가 200개 넘게 잡혀있는데 그 상태에서 사라진 차 등등. 상상하기도 힘든 황당한 경우들이 너무도 많아서 옆에서 듣다 보면 신기하고, 이런 다양하고도 기상천외한 민원을 해결해야 하는 담당자가 몹시 안쓰럽다.

자신의 관리에서 벗어나 돌아다니는 재산이라는 것은 무서운 것이다. 본인 명의로 돼 있다는 사실 때문에 속수무책으로 자동차세 체납 및 의무보험 미 가입·검사 지연으로 수백만 원의 과태료가 발생해 통장 압류 등을 당해 납부할 수밖에 없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것을 설명하면 민원인은 자기가 운전하지도 않았고, 지금 수중에 있지도 않은 차의 과태료를 왜 물어내야 하냐며 화를 내고 심할 때는 욕설과 과격한 행동도 서슴지 않는다. 이런 상황을 보니 차는 함부로 빌려주지도 말고, 이전이나 폐차 등 어떤 행위를 했으면 행정상으로도 등록이 됐는지 확인하는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게 됐다.

2개월 후면 공무원을 시작한 지도 1년이 된다. 처음엔 민원 처리량이 많아 야근도 하고 힘들었지만 지금은 잘 적응해 한결 마음의 여유를 갖는다. 얼마 전 실타래처럼 이해관계가 엉킨 복잡한 민원 차량 문제를 온종일 매달려 해결해줬다. 민원인이 작은 쿠키를 한 팩 주시면서 20년이나 자신을 괴롭힌 문제를 드디어 해결하게 됐다고, 행복의 기운이 가득 찬 함박웃음을 지으시며 몇 번이나 고맙다고 해 업무 담당자로서 긍지와 보람을 느꼈다. 오늘도 민원인을 가족 형제처럼 따뜻하게 맞이해 감동을 주는 친절한 공무원이 되도록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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