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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6.08.24 14:59:30
  • 최종수정2016.08.24 14:59:30

이상준

전 음성교육장·수필가

충주에 산척이라는 곳이 있다. 그런데 그 의미를 정확히 모르기에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어 그 역사와 뿌리를 찾아내어 고유의 의미를 밝혀보고자 한다.

충주시의 산척면은 인근에 천등산이라는 산이 있어 산척면이라 했다고 전해질 뿐 정확한 유래를 알 수가 없다. 다른 지역에서 산척이라는 지명을 찾아보니 제천시 봉양면 학산리에 산척(山尺)이라는 마을이 있는데 묘재, 묫재라고 불리고 있었다. 산척면 송강리에도 묘재라는 마을이 있는 것으로 보아 산척이라는 이름은 묘재에서 온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 화성시 동탄면의 산척리(山尺里)는 산 밑이 되므로 산잣골 또는 산척동이라 한데서 산척이라는 명칭이 생겼다고 하는 것으로 보아 '산 또는 고개'라는 의미의 '잣'을 음차하여 '척(尺 자 척)'으로 표기하였다. 그렇다면 '잣'은 '재'와 같은 의미로 사용되는 고유어이므로 '산잣'은 '뫼재, 묘재'와 같은 말이 되는 것이다. '산(뫼)'과 '잣(재)'가 결국 같은 의미의 말이 중첩되어 쓰인 것이며 시대에 따라 변화가 있었겠지만 뒤에 쓰인 '잣(재)'이 '고개'란 의미로 쓰여 '산척리'란 '산을 넘는 고개 인근에 있는 마을'의 의미가 되는 것이다.

이러한 해석의 근거가 되는 지명으로 경기도 시흥시의 산현동이 있다. 산현동은 조선말부터 '산현山現'이라는 지명이 사용된 곳인데 1911년경 간행된 '조선지지자료'는 한자로 '山現里' 언문으로 '뫼재'라고 적었다. 한자와 언문 지명 모두 현재까지 변함없이 쓰이며 지금도 묘재, 뫼재로 불리고 있다. 아마도 처음에 한자로 표기한 사람은 지명의 바른 의미를 알고 있었기에 산현리(山峴里)라 표기하였는데 조선말에 이러한 역사적 변천 과정을 모르는 사람이 고개라는 의미의 '峴'을 '現'으로 잘못 기록한 것으로 짐작이 된다.

진천군 진천읍 산척리(山尺里)는 한국학중앙연구원의 한국향토문화전자대전에 의하면 1914년 행정구역 폐합에 의하여 산직리(山直里)의 '산(山)'자와 장척리(長尺里)의 '척(尺)'자를 따서 산척리(山尺里)라 하였다고 한다. 산직은 장자울 서북쪽에 있는 마을로 경주이씨 산지기가 살았다고 하여 붙은 이름이고, 장척은 산직리 동남쪽에 있는 마을로 고려 때 임연(林衍) 장군이 살던 곳이라 한다. 학문과 덕망이 높은 장자(長者)가 덕문이 방죽 가운데에 바위로 울타리를 치고 살았다 하여 붙은 이름이라고 하며 장자의 음을 나타내는 '장(長)'과 자의 뜻을 나타내는 '척(尺)'을 빌려 장척이라 하였다고 전해진다. 지명의 명명과정이 다른 경우이긴 하지만 '자'의 음을 '척(尺)'으로 표기한 것은 다른 지역의 산척리와 같은 예라고 할 것이다.

충주 지역에는 주민들이 현재 쓰이고 있는 지명의 의미가 아름답지 못하다고 생각하거나 관광지로의 발전을 위하여 지명도가 높은 이름으로 바꿀 필요성에 의하여 또는 기타의 이유로 지명을 바꾼 곳이 있다. 계족산이 계명산으로, 이류면이 대소원면으로, 상모면이 수안보면으로 바꾼 것이 그 예이다. 일제가 민족 정신을 말살하기 위해 변경한 지명이거나 또는 타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는 원래대로 되돌리거나 개명의 필요가 있겠지만 무분별한 변경은 바람직한 것이 아니므로 지명의 변경은 신중하게 판단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지명이란 처음에는 그 지형의 특성을 나타내는 말로 만들어지기에 이름만 들어도 그 의미를 알 수가 있었겠지만 세월이 지나면서 언어가 변함에 따라 그 의미를 잃게 되고 의미를 잃으면 그 음이 엉뚱하게 변이되어 원래의 음과 의미를 되찾기가 어려워지게 되는 것이다. 오늘날 이처럼 소리만 있을 뿐 원래의 의미를 잃어 지명으로서의 역할을 다하기가 어려운 지명들이 많기에 그러한 지명들의 역사와 뿌리를 찾아내어 지명의 역할을 온전히 하게 하는 작업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따라서 현재의 지명을 가지고 엉뚱한 해석을 하여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폄하하거나 섣불리 다른 이름으로 바꾸려는 시도보다는 그 지명이 가지고 있는 역사성과 고유의 의미를 찾아내는 작업이 더 필요하리라고 본다.

그러한 점에서 '산 고개 마을'이라는 의미로 지어진 산척(山尺)이라는 이름이 '산 좋고 물 좋은 곳에 위치한 청정 지역'이라는 의미를 되새겨 가면서 자랑스럽게 오래오래 불려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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