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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6.08.29 18:02:53
  • 최종수정2016.08.29 18:03:03

허영화

상당구청 민원지적과 가족관계등록팀

연인이 사랑을 시작하기 좋은 계절이 봄이라면 여름은 사랑이 무르익는 계절 같다. 사랑이 무르익으면 행복한 가정을 꿈꾸며 결혼도 한다. 자라온 배경과 문화가 다른 두 사람이 결혼생활을 시작하면 서로 다른 상대의 어떤 무언가에 당황할 때가 종종 있다. 하지만 어느 가정마다 그렇듯이 부부는 서로 맞추어가며 살아간다.

안타깝게도 모든 부부가 처음에 다짐했던 백년해로를 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예기치 않은 상황으로 인해 이혼을 선택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그 상황이란 성격차이 일수도 있고 경제적 문제일수도 있고 배우자의 부정일수도 있다. 이유야 어찌되었든 상대에 대한 '사랑'이라는 감정이 '미움'이라는 감정에 자리를 내주어 더 이상 같이 있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을 때 부부는 이혼을 한다. 이혼으로 결론짓기까지 수많은 갈등과 불협화음으로 그들의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미혼남녀들은 사랑하는 연인과 헤어지면 상실감과 공허함 때문인지 곧 새로운 연인을 만나 또 다른 사랑을 시작하기도 한다. 실제로 '10년 만난 남친 혹은 여친과 헤어졌는데 다른 사람이랑 소개팅을 해서 잘되었다더라, 새로 만난 사람과 곧 결혼한다더라' 이야기는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보았을 만한 연애스토리다.

헤어진 부부 또한 다르지 않다. 가족관계등록신고를 받다 보면 이혼하고 몇 개월이 지나지 않아 새로운 배우자와 함께 혼인신고를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또 그들은 몇 개월이 지나지 않아 출생신고를 하러 온다. 그런데 이때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 그것은 산모가 전 남편과 이혼한 날로부터 아이가 태어난 날까지의 기간이 300일이 되지 않을 때이다.

현재 가족관계등록법은 혼인관계종료의 날부터 300일 내에 출생한 자는 혼인 중에 포태한 것으로 추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여성이 혼인 중에 포태를 했다면 출생자의 가족관계등록부에 기록될 수 있는 부(父)는 생물학적 부(父)가 아닌 법률적 부(父)이다. 즉 산모의 현재의 남편이 아니라 전 남편이 아이의 아버지가 된다. 이것을 친생자추정의 법칙이라고 한다. 법은 오로지 '친생부인의 소'로만 이 법칙을 깨뜨리도록 규정하고 있다.

출생신고를 하러 온 민원에게 위와 같은 가족관계등록법을 설명하면 부부는 아주 큰 혼란에 빠진다. 유전자 검사결과를 내밀어도 소용이 없다. 오로지 판결로만 해결할 수 있으며 소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마주해야 할 전 배우자와의 소통은 곧 고통이다.

대략 한 달에 한두번은 친생부인의 소를 피해서 출생신고를 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달라는 민원을 만난다. 그들의 반응은 제각각이다. 분노에 차서 공무원들은 부작위로 일관한다며 소리를 치기도 하고 출생신고를 차일피일 미루어 예방접종도 하지 못했다며 사정을 하기도 한다. 소를 진행하면서 다시 만나게 될 전 남편이 너무도 두렵고 다시는 마주하고 싶지 않다고도 한다.

혼인종료일은 통상 이혼 신고일이거나 이혼판결확정일이다. 3개월간의 이혼 숙려제도나 재판상 이혼에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혼인종료일 전에 포태한 아이의 아버지가 법률상 남편일 개연성은 부족하다. 게다가 현대 의학의 발달로 유전자 검사결과라는 객관적 지표까지 확인할 수 있다. 상황이 이러한데 21세기를 살고 있는 개방적인 우리에게 친생자추정의 법칙이란 그 얼마나 낡고 당황스러운 제도 인가.

지난해 4월 30일 헌법 재판소는 동 제도에 대해"모의 인격권, 행복추구권, 개인의 존엄과 양성평등에 기초한 혼인과 가족생활에 관한 기본권을 침해한다" 며 헌법불합치판결을 한 바 있다(2013헌마623) 19대 국회에서는 통과되지 않았지만 20대 국회가 열리자마자 법안은 다시 발의되었다. 새로운 법이 시행되기 전까지는 기존의 법을 적용한다.

필자는 하루 빨리 법이 제정되어 새 생명이 태어났을 때 출산일을 계산해야만 하는 불편함이 없어지길 바란다. 예쁜 아기의 탄생에 축하와 행복의 메시지만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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