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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나라 그이가 새가 되어, 나를 위로하러 온 것같다"

'전국 성인문해교육 시화전' 본선작 20점의 애절한 사연
못 배운 한, 남편에 대한 그리움,스마트폰 경험 등 잘 반영
8월 10일까지 홈페이지(le.or.kr)에서 본선 작 네티즌 투표

  • 웹출고시간2016.08.07 15:40:52
  • 최종수정2016.08.07 17:38:13

국가문해교육센터가 전국 시·도 평생교육진흥원 수강생들을 대상으로 최근 연 '전국 성인문해교육 시화전'에서 전국에서 출품된 작품 5천여점 중 20점이 본선에 올랐다.

ⓒ 국가문해교육센터
새가 된 당신

창가에 아른거리는 단풍잎 사이로
이름 모를 새 한 마리가
빈 화분에 앉아
나를 보고 짹짹거리며 꼬리를 흔든다

그런데 왜 갑자기 눈물이 날까
어쩌면 하늘나라 그이가 새가 되어
"공부하기 힘들지?"
나를 위로하러 온 것같다

말만 하던 내가 공부를 해서
이제는 읽을 줄 알고
이제는 쓸 수도 있
마음으로 웃을 수 있다고 생각하니
새가 된 당신이 더 보고싶습니다

공부는 당신이
내게 준 마지막 선물이라고 생각해요
정말로 제일로 고맙습니다"

국가문해교육센터가 전국 시·도 평생교육진흥원 수강생들을 대상으로 최근 연 '전국 성인문해교육 시화전'에서 세종시 대표로 뽑힌 이순례(71·여·세종시 조치원읍 푸르지오 아파트) 씨가 '새가 된 당신'을 만들고 있다.

ⓒ 세종시교육청
올해 문을 연 국가평생교육진흥원 산하 국가문해교육센터가 전국 시·도 평생교육진흥원 수강생들을 대상으로 최근 연 '전국 성인문해교육 시화전'에서 세종시 대표로 뽑힌 이순례(71·여·세종시 조치원읍 푸르지오 아파트) 씨의 작품이다. 이번 시화전에서는 전국에서 출품된 작품 5천여점 중 20점이 본선에 올랐다.

세종시교육연구원에서 3개월간 한글 공부를 한 끝에 이처럼 애틋한 '사부곡(思夫曲)'을 쓴 이 씨는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학교 문앞에도 가지 못한 채 대가족 집안으로 시집을 갔다. 남편 형제들에 이어 의지했던 남편마저 세상을 떠난 뒤 자식 하나만 바라보고 살았다고 했다. 그 당시 심정을 그는 "죽고 싶은 날이 더 많았다"고 표현했다.

하지만 우연한 기회에 세종교육연구원이 지난 3월 개설한 성인문해교육반에 등록한 뒤 세상이 달라졌다. 우선 우울증이 사라졌다고 한다. 특히 꿈속에서 수시로 만나는 남편은 공부하는 데 큰 위로가 된다. 이 씨는 "한글 공부는 저 세상으로 먼저 간 남편이 내게 준 '마지막 선물'이란 생각이 든다"며 "선물을 천천히 음미한 뒤 저 세상에서 남편에게 보답하고 싶다"고 했다.

전국 본선에 오른 작품들에는 △남존여비(男尊女卑) 사상에 희생된 이 땅 어머니들의 한 많은 삶 △먼저 간 남편에 대한 애증병존(愛憎竝存·Ambivalence·원망과 그리움) △첨단 통신수단(通信手段) 이용 불편 경험 등이 잘 나타나 있다.
ⓒ 국가문해교육센터
김금준 씨는 '영감 보고 있소?'란 작품에서 "…글 모르는 죄로 남편에게 대들지도 못하고 울기만 하며 평생 살았네. 하얀 종이에 글씨 써 보는 게 소원이었는데, 이제는 글을 배워 은행가는 것은 일아 아니라네.…"라고 했다. "…언니 오빠 따라 가던 길/아버지가 못 가게 하던 길/칠순 넘어 힘들지만/손꼽아 기다려지는 길…(김정애 '학교 가는 길')"이란 작품도 있다.
ⓒ 국가문해교육센터
김복남(71·대구글사랑학교) 씨의 '문자 보내기'에는 스마트폰에 대한 자신의 체험담이 경쾌한 문체로 잘 표현돼 있다.

"띠링~ 문자 왔다는 소리/볼 순 있어도 답장은 못 한다./행여 글자가 틀릴까 봐/바빠서 못봤다 불러대며/목소리로 답한다.

더 이상 핑계가 없어 글 공부 시작했다. /매일 매일 문자 쓰고,읽고,읽고,쓰고/문자 당장 하리라 밤낮없이 공무한다.

띠링~ '내일 모임 7시 행복식당입니다.'/ 난 이제 문자로 답한다. / '김복남 참석합니다. 수고하세요."

국가문해교육센터에 따르면 소설가 이철환 씨 등 전문가 5명은 심사평에서 "대부분의 작품이 시를 읽는 게 아니라,인생을 공부하는 느낌이 들었다"라고 했다.

한편 센터측은 전국 본선에 오른 작품 20점을 대상으로 오는 8월 10일 오후 6시까지 홈페이지(le.or.kr)에서 네티즌 투표를 진행한다.

세종 / 최준호기자 choijh5959@hanmail.net
ⓒ 국가문해교육센터
ⓒ 국가문해교육센터
ⓒ 국가문해교육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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