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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준

전 음성교육장 수필가

음성읍의 음성여자중학교에서 바라보이는 넓은 들판에 섬처럼 둥그렇게 솟아있는 작은 언덕이 있다. 이곳에는 소나무가 많아 사시사철 까마귀와 까치가 모여들어 사람들의 눈길을 끌고 있으므로 주민들은 이곳을 까치섬이라 부르고 한자로 '작도(鵲島)'라 표기하고 있다.

또한 까치섬 앞의 넓은 들을 '바다미들'이라 부르는데 글을 배운 양반들과 관리들이 한자로 '해산(海山)'으로 표기하였다. 주민들은 '해산(海山)'을 음성의 산악지대에 보기드믄 넓은 들이므로 '바다처럼 넓은 들'이라고 그 의미를 부여해 왔다.

까치섬 주변의 음성천 냇가에는 멱바위라는 바위가 있는데 이곳에서 바다 미역을 채취했다는 전설이 전해 온다. 또한 선비들이 놀면서 바위에다 '용암(龍巖)'이라는 글자를 새겨 놓았다. 옛날에 어느 현감이 자기가 죽으면 용자가 들어있는 곳에 묻어달라고 유언을 했는데 상여를 메고 가다 이곳에 이르러 움직이지 않으므로 이곳에 묻었다고 하는 전설도 전해온다.

그런데 이들 세 가지 지명이 모두 바다와 관련이 있어 다음과 같은 웃지 못할 일화가 전해온다.

조선 초기에 있었던 일이라고 한다. 음성현은 산악지대였기에 조정으로 진상하는 물품은 대대로 약재였다. 어느 해에 진상품을 받던 조정의 관리가 음성 지역의 고을명이 적힌 지도를 보고는 "음성에 '해산(海山)'과 '작도(鵲島)'가 있으니 해변의 고을이냐"고 물었다. 음성현에서 간 현리는 음성은 해변 고을이 아니라 바다와는 먼 내륙지역이라고 답하였지만 조정의 관리가 믿으려하지 않으므로 현리는 "토지가 바다와 같이 넓고 비옥하여 바다 해(海)자를 쓰고 까치가 잘 모여드는 뫼가 섬처럼 평야 가운데 있기에 섬 도(島)자를 쓰노라"고 설명을 했지만 조정의 관리는 진상품을 줄이려는 거짓말로 생각하고는 내년부터 진상 품목에 굴비를 추가하라는 지시를 받게 되었다. 다음 해에 한약재만 진상하려던 현리는 조정 관리의 호된 꾸지람을 듣고는 할 수없이 서해안으로 사람을 보내어 굴비를 사다가 진상을 하기에 이르렀던 것이다.

이 일이 소문이 나자 사람들은 조정 관리들의 어리석음과 함께 충청도 사람들의 온순함과 어리석음을 함께 비웃게 되었다. 이러한 터무니없는 굴비 진상은 그 후에도 계속되었는데 진상품을 총괄하는 관리가 진상물품을 점고하다가 충청도 음성현에서 굴비가 들어왔음을 보고 담당 관리들을 크게 꾸짖어 무식함을 책하고 당장 중지시키도록 하였다. 이로써 음성현의 굴비 진상 사건은 3년만에 진상 물목에서 삭제되었던 것이다.

그러면 이 지명들은 왜 바다와 관련된 한자로 표기가 되었을까?

우선 '까치섬'은 넓은 들에 솟아 있어 섬이라고 한 것은 맞지만 까치가 많아서 까치섬이 아니라 설날 전날인 '작은 설날'을 '까치 설날'이라고 하는 것처럼 우리 옛말에 '작다'는 의미의 '까치'라는 말이 쓰인 것으로 '작은 섬'이라는 의미이다.

'까치'가 '작다'의 의미로 쓰인 지명의 예를 들어 보자.

청주시에서 무심천(無心川)을 따라 서북쪽으로 난 제방을 따라 옥산 쪽으로 계속 가면, 오창 팔결에서 내려오는 미호천(美湖川)과 청주 시내를 흘러온 무심천(無心川)이 합수하는 지점에 이른다. 이곳을 '합수머리'라 하는데, 여기서 합수한 물이 흥덕구 원평동, 신대동, 오창면 신평리, 옥산면 남촌리, 소로리를 이어 흐른다. 이 내를 '까치내'라고 한다. 충청남도 청양군 대치면 작천리의 '까치내', 서울시 은평구 불광동의 불광천의 다른 이름인 '까치내', 제천시 봉양면 천남리의 '까치섬(烏鵲島)', 경기도 부평시 작동의 '까치산, 까치울, 까치말' 등이 모두 작은 형태나 작은 규모의 내(川), 섬, 산, 마을을 가리키는 말로 보는 것이 가장 타당할 것이다.

'바다미들'의 '바다미'는 산을 뜻하는 고유어 '받'과 '뫼(山)'가 합쳐진 말로 '바다미들'은 '산 밑의 너른 들판'이라는 의미이다. 또한 '멱바위'는 개울가에 있는 바위로서 멱을 감기 위해 옷도 벗어 놓고 멱을 감다가 쉬기도 하는 멱을 감은 바위라 하던 것이 바다와 연관을 짓다보니 미역을 따던 곳이라는 엉뚱한 의미를 부여하게 된 것이다.

이제 어리석은 충청도 사람이라는 불명예를 벗기 위해서라도 3년간의 굴비 진상품을 반환해 달라고 정부에 요청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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