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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산에 가고 싶다 - 설악산

하늘의 들꽃정원 대청봉 '감동의 풍경'

  • 웹출고시간2016.06.23 17:44:00
  • 최종수정2016.06.23 17:44:00

산길 따라 여름 꽃들이 지천이다. 침엽수와 활엽수가 조화롭다. 거센 비바람 뒤 평화가 찾아든다. 희뿌연 안개가 녹색 신비감을 더한다. 청량한 기운이 천상화원을 지배한다. 진초록 사이로 서늘함이 가득하다. 설악산 대청봉이 하늘과 맞닿아 선다. 산정이 뿌연 구름에 휩싸인다.

[충북일보] 멀고도 먼 길이다. 청주에서 설악산 찾기는 쉽지 않다. 도로 사정이 좋아졌다고 해도 여전히 먼 길이다.

밤 11시 청주를 출발한다. 밤새 달려 오색에 도착한다. 이번 산행의 들머리다. 새벽 3시 산문이 열린다. 잠시 다리쉼도 없이 산행을 시작한다. 캄캄한 새벽어둠을 가르고 오르고 오른다. 앞으로 또 앞으로 나간다.

욕심 많은 일부 산객들이 추월하고 나선다. 또 다른 산객들이 앞서간다. 부지런히 가니 어느새 뿌옇게 여명이 밝아온다. 고사목 사이로 덩치 큰 소나무가 눈에 띈다. 그 옆에 아직 지지 않은 철쭉이 웃는다.

설악산 대청봉이 하늘과 맞닿아 선다. 산정이 뿌연 구름에 휩싸인다. 산길 따라 여름 꽃들이 지천이다. 침엽수와 활엽수가 조화롭다. 거센 비바람 뒤 평화가 찾아든다. 희뿌연 안개가 녹색 신비감을 더한다. 청량한 기운이 천상화원을 지배한다. 진초록 사이로 서늘함이 가득하다.

분비나무 군락지도 보인다. 고사목 숫자도 제법 많다. 해발고도 1500m 지대를 지난다. 아직은 활엽수와 침엽수가 섞여 평화롭다. 스멀스멀 올라온 짙은 안개가 신비감을 더한다. 곱게 핀 야생화가 선계에 든 느낌을 준다.

까만 밤을 하얗게 달려와 급히 오른다. 숨을 힘껏 몰아쉬고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간다. 마침내 대청봉(1708m)이다. 그러나 희뿌연 안개속이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심한 바람에 비까지 내린다.

거센 비바람이 얼굴을 때린다. 배낭과 옷이 모두 젖는다. 정상석에서 인증샷을 포기하고 돌아선다. 중청대피소를 향해 걸음을 옮긴다. 이미 온 몸이 비에 젖어 떨린다. 간신히 대피소에 도착해 몸을 녹인다.

동료 산객들의 도움을 받아 아침 식사를 마친다. 대피소를 나오면서 2천 원짜리 비닐 우비를 구입해 입는다. 예상치 못한 기상변화에 혼란스럽다. 갈등이 계속된다. 귀때기청봉으로 대표되는 서북능선 종주가 관건이다.

예정대로 갈 것인지, 말 것인지 판단해야 한다. 종주 산행을 즐기는 산객에게 고통의 시간이다. 갈 것이냐 말 것이냐 그것이 문제였다. 비는 계속 심하게 떨어진다. 잠깐을 망설이다 괴롭게 결정한다. 오색으로 회귀다.

사고예방이 최선이다. 기본기에 충실하기로 한다. 산에 대한 겸손함을 표하기 로 했다. 가는 길에 대청의 아름다움에 좀 더 눈을 돌리기로 한다. 애써 격한 마음을 누르고 진정한다.

소청과 끝청, 귀때기청이 눈에 아른거린다. 눈물 나도록 아름다운 풍경이 그려진다. 빗속에서 잠시 그쪽 풍경을 상상한다. 귀때기청봉으로 이어진 서북능선이 반갑다. 대승령의 푸른 기운이 곳곳에 미친다.

다시 정신을 차린다. 비는 여전히 쏟아진다. 빗속을 뚫고 발걸음을 내딛는다. 2천 원짜리 우비 덕에 견딜만하다. 다시 대청봉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을 옮긴다. 잘 한 선택이다. 그 만큼 보상도 받는다.

설악산 다람쥐. 설악산에 가면 다람쥐를 쉽게 만난다. 대청봉 가는 길에 만난 다람쥐가 두손을 가지런히 모아 무언가 간절히 빌고 있는 듯 하다.

대청봉이 아주 잠깐 감동의 풍경을 선물한다. 예상치 못한 수확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능선을 따라 오르는 감동의 걸음이다. 거세기만 했던 비가 잦아든다. 미지의 세계로 발을 디딘 듯하다. 신선한 공기가 한 가득이다.

유월의 아침 햇살이 설악운(雲) 사이로 내리쬐어 신비롭다. 대청봉이 꿈의 봉우리가 된다. 구름 사이로 쏟아진 햇볕이 골마다 가득하다. 아주 잠시 설악의 전부가 한 눈에 들어온다. 장쾌한 설악의 절경 능선이 눈앞에 펼쳐진다.

한계령이 저 멀리 보였다가 사라진다. 숨을 참은 공룡의 등줄기는 여전히 장관이다. 그 옆으로 용아의 이빨이 희미하다. 아침운해가 선계 입성을 환영한다. 잠시 종주욕심이 다시 되살아난다. 이내 욕심을 버린다.

돌탑들

짧은 시간에 자연이 내게 큰 깨달음을 줬다.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금방 배우게 했다. 산과 산객의 관계, 나의 존재를 돌아보게 했다. 함께 한 이들을 어떻게 인도해야 하는지도 가르쳐줬다.

산에 드는 사람은 자연의 흐름에 따라 들고나야 한다. 공손히 나를 낮추고 모든 존재를 귀하게 여길 줄 알아야 한다. 그래야 스스로 지킬 수 있다. 비온 날 아침 대청봉의 풍경이 가슴에 박힌다. 설악산의 모습을 더 멀리 바라본다.

■ 산행후기

들꽃부터 희귀식물까지 1천200종 '삶의 터전'

6월의 설악산, 여름비가 내린다. 설악의 산색이 짙은 초록으로 물든다. 수많은 여름들꽃들이 대청봉 가는 길에 폈다. 힘든 산행에 즐거움을 준다.
설악산에 자생하는 식물 수는 엄청나다. 대략 1천~1천200종으로 추산된다. 우리나라에 분포하는 식물의 30% 정도라고 한다. 그 덕에 설악산은 1982년 유네스코에 의해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됐다.

대청봉-서북능선 산행에 나선다. 대청봉엔 여러 번 올랐다. 하지만 다시 또 간다. 서북능선으로 거쳐 가기 위해서다. 지천으로 놓인 들꽃 구경을 위해서다. 하지만 악천후로 이곳을 지날 수 없게 됐다.

그러나 기상변화가 뜻밖의 선물을 줬다. 대청봉의 나무와 들꽃들을 더 자세히 보게 했다. 풍경 좋은 곳에 터를 잡은 털개회나무를 볼 수 있었다. 조록싸리도 보고 자색으로 변한 붉은병꽃도 봤다.

오색에서 대청봉으로 이어지는 코스는 아주 가풀막지다. 하지만 수많은 희귀식물들이 자라 들꽃산행에 제격이다. 이런 희귀식물들을 보며 걷는 산행의 묘미가 남다르다. 어디서든 목적이 분명하면 얻는 게 있다.
백당나무꽃이 얼굴을 내민다. 눈개승마와 두메고들뻬기도 자기들을 봐달라고 아우성이다. 아직 지지 않은 철쭉은 여전히 화사하다. 어느 것 하나 곱지 않은 게 없다. 설악의 조팝나무는 이제야 제철이다.

눈잣나무 아래 바람꽃 무리도 한 역할을 한다. 여름이면 설악의 대청봉은 바람꽃 천국이다. 중청 내려가는 길에 바람꽃이 만개한다. 그 아래 산오이풀꽃이 보인다. 모두가 제자리를 지키며 풍경을 만든다.

어느 해 유월 중청에서 대청으로 가던 때를 생각한다. 눈잣나무 숲이 불현 듯 다가온다. 눈잣나무에 내리는 비에서 추억을 떠올린다. 그 때도 바람꽃이 지천으로 폈다. 서북능선의 금강초롱이 부럽지 않았다.

들꽃산행에서 그 곳에 어떤 식물이 자라는지 알고 가는 건 중요하다. 하지만 어느 코스로 어떻게 갈 건지를 아는 게 더 중요하다. 시간과 체력이 안배돼야 꽃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엄청난 고생은 주변 보기를 포기하게 한다.

멈춰야 비로소 볼 수 있는 게 있다. 설악산엔 그런 꽃들이 많다. 그래서 설악엔 무작정 드는 게 아니다. 몸과 마음의 준비를 마쳐야 한다. 그래야 설악산의 꽃 보기도 할 수 있다. 설악의 모든 자연생태가 건강하길 기도한다.

구름이 내려앉는다. 하늘에 머리가 닿는 듯하다. 바람이 등에 스민다. 시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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