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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베트남 잇는 '800년의 약속'

무용수 전유오씨
1226년 고려에 정착한 베트남 왕자 이야기의 퓨전극
호찌민 오페라 하우스서 공연
한국-베트남 공동제작, 다양한 예술가 참여
"양국 교류 도움됐으면"

  • 웹출고시간2016.06.12 17:32:49
  • 최종수정2016.06.12 17:32:49

고려에 정착한 베트남 왕자으 이야기를 그린 창작무용극 '800년의 약속'에서 주연 무용수 전유오 씨가 열연을 펼치고 있다.

[충북일보] 지난 2일 오후7시30분 베트남 호치민시에 위치하고 있는 오페라하우스에 아주 생소한 공연이 무대가 올려졌다.

오페라도 아니고, 그렇다고 연극도 아니었다. 전통 베트남 악기와 대한민국의 전통악기에 피아노, 그리고 춤이 함께 조화된 퓨전극에 관객들이 박수로 환호했다. 커튼콜이 시작되자, 500석 규모의 오페라하우스는 박수갈채로 가득했다. 박수는 주연 무용수인 한국인 전유오(55·사진) 씨에게 향했다.

'800년의 약속'이란 이름으로 무대에 올려 진 작품은 1226년 고려에 정착한 이용상(1174~미상·李龍祥·리롱뜨엉)이라는 인물의 이야기다.

베트남 최초의 세습 왕조인 리왕조(1010~1225)의 왕자인 이용상(6대왕 영종의 7남)은 왕조의 몰락과 함께 망명길에 오른다.

배를 타고 수십 일을 표류한 끝에 그가 도착한 곳이 황해도 화산(花山), 고려왕 고종은 안남국(베트남)의 왕자가 고려에 왔다는 소식을 듣고 그가 정착할 수 있도록 도왔다.

그리고 그를 화산군(花山君)에 봉했다. 그렇게 화산 이씨의 시조가 된 그는 고려에 터를 잡았고, 그의 후손들은 우리나라 전역에 살고 있다.

◇한국-베트남, 문화교류 가교

무용가 전유오 씨는 이번 작품에서 주연으로 무대에 오른 것은 물론 기획부터 안무까지 작품 대부분을 책임졌다.

그는 베트남 땅에서 이용상의 이야기를 무대에 올리고 싶었다. 한국과 베트남의 관계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베트남 아가씨들이 얼마나 많이 한국에 가서 살고 있나. 그렇다보니 가끔 가슴 아픈 소식도 들린다. 이럴 때 '할아버지끼리 친구였다', '굉장한 인연이 있다'는 말을 전해 듣는다면 자부심도 생기고 위로가 되지 않겠나."

'800년의 약속'이란 제목으로 창작무용극을 베트남 호치민시 오페라하우스에서 마치고 주연 무용수 전유오 씨가 관객들의 박수에 화답하고 있다.

사회주의 국가인 베트남과 우리나라가 수교를 맺은 것은 불과 24년 전이다.

하지만 어느 새 두 나라는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로 중요한 외교국가가 됐다.

우리나라에 정착한 베트남 이주여성은 6만명, 베트남 노동자를 포함한 주한 베트남인은 14만명에 이른다.

이 이야기가 더욱 관심을 모으는 이유다.

지역의 많은 예술인들이 이번 공연을 기다려왔다. 지난 해 12월 초연에서 호평을 받아 각계의 요청으로 이번 무대가 성사됐다.

하지만 전씨는 "초연에서 부족했던 점을 채우려 노력했다"며 "한국과 베트남 공동제작 차원에 중점을 뒀고, 베트남 전통음악가 등 다양한 예술가들과 교감해 국경과 장르를 초월하는 무대를 만들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예술을 사랑한 기업인의 딸
전씨는 ㈜대원 전영우 회장의 3녀다. 그의 삶도 이용상 만큼은 아니지만 드라마틱하다.

선화예중·고를 거쳐 이화여대와 동대학원에서 한국무용을 전공한 전씨는 우리나라에서 내로라하는 무용가인 김병섭·이동안·김천흥·이매방·김용배 선생 문하에서 춤을 배웠다.

학문적인 연구도 병행했다. 英 서레이(Surrey) 대학에서 움직임 분석을 주제로 박사과정을 밟았다. 그리고 1991년 서원대학교 무용과 교수로 강단에 선 그는 2004년 학과 통폐합 때 사직서를 제출했다. 서원대 무용과는 체육교육과에 흡수됐다. 그리고 그는 제2의 인생을 살게 된다.

교수직을 버리고 그가 택한 삶은 기업인이다.

충북을 대표하는 향토기업인 대원 전 회장의 3녀인 그는 대원텍스타일베트남법인장으로 화려하게 등장했다. 10여년이 지난 지금, 대원텍스타일베트남법인은 까다롭기로 정평이 나 있는 일본에서도 인정받는 업체로 성장했다.

그의 예술적 자부심은 산업현장에서도 그대로 이어졌다. 'OEM 생산은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키고 있는 것이다.

베트남에 온 후 처음 몇 년은 온전한 기업인으로 살았다. 하지만 기업에 집중하면 집중할수록 가슴 속 허전함은 커졌다.

한국으로 돌아갈까도 생각했다.

"이때까지 가져온 게 필요없는 게 돼 버릴까봐 두려웠다. 결국 다시 무용을 시작했다. 업무 시간 외에는 누구도 만나지 않고 연습을 했다"고 회상했다.

4년의 공백, 그리고 4년의 노력 끝에 무대에 올린 작품이 '사이공 아리랑(2014년作)'이다.

지난 해에는 호치민시립발레단과 함께 미쩌우 공주의 전설을 소재로 한 '활'을 무대에 올렸다. 이 밖에도 에벤에셀 무용단과 물맷돌 무용단을 창단해 함께 하는 등 예전보다 더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앵콜 공연을 마친 그는 "내가 할 수 있고, 하고 싶은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만으로 시작했다. 결과적으로 의미있는 일이 됐다. 예술을 통해 양국의 교류에 도움이 된다면 더없이 좋은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앵콜공연은 7일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에서도 열렸다. '800년의 약속'에는 독일 음악가 겸 피아니스트 피터 쉰들러, 베트남 배우 부이 녀 라이와 베트남전통음악가, 발레 무용수 등이 참여했다.

/ 엄재천기자 jc002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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