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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6.06.19 14:16:03
  • 최종수정2016.06.19 14:16:07

김두원

청주시 원예유통과 가공수출식품팀장

간이역에서는 역무원 딱 한 사람이 표를 발행하고, 가을에 낙엽을 쓸고, 겨울에는 난로에 불을 붙였다. 일하는 장소가 간이역이면, 딱 한 사람이 이런저런 일을 도맡아 해도 늘 여유롭게 보였다. 열차를 타고 내리는 승객도 몇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완행열차만 멈춰서는 역이 간이역이었다. 급행은 간이역을 그냥 지나쳤다. 급행 중에 새마을호가 가장 빠르고 요금도 비쌌다. 간이역에 새마을호가 멈춰, 승객들이 열차를 타고 내리는 일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최근 회자하는 말 중에 KTX 열차를 멈추게 하여 승객들이 타고 내리는 간이역을 짓겠다고 하는 터무니없는 발상이 있다. 세종역을 간이역에 비유하다니 너무 말도 안 되는 발상이어서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고 우스꽝스럽기까지 하다.

간이역에 300㎞로 달리는 KTX 열차를 세우겠다는 그 발상이 어디서 나왔을까·

세종특별자치시에서 새로 지으려는 KTX역의 규모가 간이역 수준이라고 한다. 허나 그것은 문제의 본질과 하등 무관하다. 본질은 KTX 열차가 멈춰서는 역이 하나 더 늘어난다는 것이다.

호남 KTX의 출발역은 청주시 오송역이다. 종점은 광주광역시 송정역. 총 거리는 182㎞이다. 청주 오송역과 광주 송정역 사이에 열차가 멈춰서는 역은 청주

오송역 → 공주역 → 익산역 → 정읍역 → 광주 송정역으로 세 곳이 전부다.

청주 오송역과 공주역 사이 거리는 40㎞. 호남 KTX 전체 거리 182㎞에 견주어 봤을 때 두 역 사이가 그렇게 가깝다고 할 수는 없다.

세종역이 하나 더 늘면 '청주 오송역 → 세종역 → 공주역'으로 바뀐다. 40㎞ 구간에 KTX 열차가 세 번 멈춰야 한다. 멈춘 동안 승객들이 내리고 탈 것이다. 그만큼 시간이 지연되어 승객에게 불편을 초래할 것이다.

거액을 들여 KTX 시스템을 개발한 목적을 생각해 보자. 크게 두 가지다.

첫째, 고속도로보다 빠르게. 운전하지 않고 편하게.

둘째, 국토의 균형발전으로 경제발전의 파급효과를 높이자.

21세기 한국인 중에 느려도 상관없다며 KTX 열차표를 예매할 사람은 거의 없다. '빠르게'의 목적이 달성되지 않으면 '편하게'도 무의미하다. 또한 KTX 이용으로 국토의 균형발전과 경제발전 파급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KTX 열차를 완행열차로 이용할 수 없다는 것이 도시생활에 익숙한 사람들의 보편적인 심리다. 40㎞ 구간에서 KTX 열차가 세 번이나 쉬어야 한다는 것은 두 가지 문제를 야기한다. 먼저 대한민국의 국가경쟁력 전체를 떨어뜨리는 일이며, 다음으로 기존에 청주 오송역과 공주역을 중심으로 구축한 환승버스 인프라를 무용지물로 만들 수 있다.

세종특별자치시는'세종시 설치 등에 관한 특별법'을 근거로 2010년 12월에 공사의 첫 삽을 떴다. 허나 대도시의 면모를 갖추기에는 상·하수도 등 자족기능이 태부족하여 충남과 충북에서는 정부시책에 호응할 전담팀을 꾸렸다. 그 과정에 충청도의 교통망도 영향을 받았다. 청주오송역과 공주역을 중심으로 환승버스 인프라를 갖추게 된 것이다.

오늘날 서울, 인천, 경기도 주민들은 김포와 영종도의 공항 인프라를 공유하고 있다. 공항 인프라와 더불어 공항버스 인프라가 서울, 인천, 경기도 주민들의 삶에 편리를 제공한다. 수도권의 여러 자치단체가 협력했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세종특별자치시, 공주시, 청주시가 협력하기만 하면, 기존의 KTX 환승버스 인프라를 보다 효율적으로 관리 가능하다. 요금 할인 등 경제적 메리트를 부가하면 어느 자치단체의 주민이라도 손해 볼 일은 없다.

세 지역을 단일 생활권으로 묶어 풍성한 볼거리, 숙박시설을 제공했을 때 어떠한 국제행사도 유치할 수 있고 행사가 수월해진다.

도시의 자족기능이 어느 정도 갖춰졌다고 지금까지 공유했던 인프라를 단번에 깨려는 것은 이웃 간의 예의가 아니다. 세종특별자치시의 입법화 취지도 그러하다. 수도권에 과도하게 집중된 행정기능과 인구를 지방으로 분산시키려 했던 결과물이 세종특별자치시가 아닌가·

홀로 독식하겠다는 자세는 특별자치시에서 보여줄 행동이 아니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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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