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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준

전 음성교육장 수필가

싸리나무는 옛사람들의 생활용품으로 다른 어떤 나무보다 두루 쓰였다. 일반 백성들의 집에 들어가려면 먼저 싸리나무로 엮은 사립문을 밀고 들어가야 한다. 또 마당에 놓인 싸리비, 삼태기, 지게 위에 얹는 바소쿠리와 부엌에 두는 광주리, 키 등 거의 대부분이 싸리 제품이었다. 집을 지을 때는 기둥과 기둥 사이를 먼저 싸리로 엮고 그 위에 흙을 발랐으며, 명절날의 윷놀이에 쓰는 윷짝 역시 싸리나무였다. 전쟁 때는 싸리나무로 화살대를 만들었으며 횃불이 필요할 때도 싸리가 사용되었던 것이니 일일이 그 쓰임을 다 찾아내기가 어려울 정도다.

싸리나무가 우리 생활에 이렇게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느니 만큼, 충주시 금가면 잠병리의 '싸리골', 청주시 상당구 문의면 문덕리의 '싸리골', 단양군 적성면 애곡리의 '싸리골'처럼 지명에도 많이 분포되어 있는 것을 볼 수가 있다. '싸리골'은 '싸리골의 신화'라는 영화로 유명해진 마을 이름이다.

이만희 감독의 싸리골의 신화는 1967년에 만들어진 반공영화로 선우휘 원작의 단편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이 영화는 6.25 전쟁 당시 가상의 시골 마을 '싸리골'이 배경이다. 전쟁이 한창일 때 싸리골에 9명의 낙오병들이 숨어 들어온다. 이들은 마을에 도움을 청하고 마을의 정신적 지주인 강노인(최남현)은 이들을 마을 사람으로 위장시켜 머물게 한다. 9명의 병사 중 김소위는 지원군을 얻기 위해 떠나고 병사 중 한 명은 절에서 스님으로 위장하고 나머지 7명은 마을에 있는 각각의 집에 흩어져 머물면서 교사, 머슴 등의 신분으로 위장한다. 오래전 마을에서 머슴살이를 하다가 마을을 떠났던 좌익분자 문원(박노식)이 인민군 장교가 되어 나타나서 마을을 장악한다. 숨겨둔 국군을 내놓으라고 공갈협박을 하는 그의 횡포에 마을 사람들은 괴로움을 당하게 되는데, 그 와중에 한 청년의 배신으로 국군 중 한 명의 정체가 탄로 나서 총살당하기 직전 7명의 군인들은 힘을 합쳐 인민군들을 쫓아내는데 성공한다. 마을이 위험하게 되자, 마을 처녀가 인민군을 찾아가 7명의 국군이 잠입해있음을 고발하게 되고 몰려오는 인민군을 맞이하여 8명의 군인들은 마을을 지키기 위해서 격전을 벌이게 된다. 때마침 김소위가 인솔하는 아군 구원부대가 당도함으로써 괴뢰군 일당이 섬멸되고 싸리골에는 평화가 찾아 든다는 내용이다.

6.25 전쟁이후 많이 만들어졌던 전쟁을 배경으로 한 반공영화지만 이념에 치우진 영화가 아니라 전쟁의 공포 속에서 불안하게 살아가는 한 마을을 배경으로 인간적인 내용을 다룬 영화로 알려져 있으며 2005년 무렵에 상영된 '웰컴 투 동막골'이라는 영화와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여기에 등장하는 '싸리골'처럼 전국에 '싸리골이라는 이름이 많이 산재하고 있는데 과연 싸리나무와 관련이 있는 것일까?

경남 진주군 축곡면 사다리의 싸리골은 쌀이 많이 난다고 하여 싸리골이라 했다는 유래가 전하는데 한자로 '축곡(丑谷)'이라 표기한 것은 쌀이나 싸리나무의 의미가 아니라 소의 고삐인 '사리'의 의미임을 알려주는 귀중한 증거인 것이다.

충주시 금가면 잠병리의 '싸리골은 싸리나무가 많다고 하여 한자로 '유동(杻洞)'이라 표기하였는데 여기에서 '뉴(杻)'자는 싸리나무라는 의미도 있지만 소(丑)의 고삐인 사리처럼 휘어진 것을 의미한다. 즉 유동은 싸리나무골이 아니라, 구불구불한 골짜기나 고개에서 유래한 것으로도 볼 수 있는 것이다. 충주시 금가면 매화리의 '사리울'은 한강의 여울이 살같이 빠르게 흐른다고 하여 '살여울'이라 했다는 유래가 전하는데 인근에 사리울고개도 있는 것으로 보아 '사리'는 화살의 '살'이 아니라 지형의 모양을 가리키는 것으로 소 고삐 모양의 구부러진 지형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는 것이 더 타당하다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단양군 어상천면 심곡리의 '사리골', 청주시 상당구 낭성면 삼산리의 '사리골' 등은 싸리골의 어원을 간직하고 있는 귀중한 지명이라고 할 것이다.

지명의 유래는 세월에 따라 변형되어 왔기에 그 근원은 자연환경에 따른 표현으로 거슬러 올라가며 유구한 역사의 변천에서도 그 표기를 달리할 뿐 본래 의미를 고수하는 특징을 지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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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