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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중

전 단양교육장·소설가

맞벌이를 하느라 아침마다 차를 함께 타고 출근하는 부부가 있었습니다. 아이들을 챙겨 학교에 보내랴, 자신들 출근 준비하랴, 매일 매일이 전쟁이었습니다. 그 어느 날도 부인은 정신을 차릴 수 없이 허둥지둥하며 매일처럼 겪는 일과를 치러냈습니다. 차에 오른 부인은 그제야 비로소 정신을 차리고는 자신의 매무새를 가다듬기 시작했습니다. 차가 주택가를 벗어나 도심을 향해 한참을 달렸을 때입니다. 거울을 보며 찍고 바르느라 정신이 없던 부인이 갑자기 소릴 쳤습니다.

"어머, 이걸 어째. 전기다리미를 안 끄고 나온 것 같아."

깜짝 놀란 남편은 부인에게 되물었습니다.

"확실해?"

"그런 것 같아. 첫째의 교복 치마를 다리느라 사용했는데…."

남편은 할 수 없이 차를 돌려 집으로 향했습니다. 마음은 급했지만 출근길이어서 차량이 그럴 수 없이 밀렸습니다. 겨우 도착하여 황급히 집안으로 들어가 살피니 허망하게도 다리미는 전원이 꺼진 채 구석에 얌전하게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다음날 출근길에도 부인이 한참을 가다 소릴 쳤습니다.

"내가 전기다리미를 껐나?"

남편은 귀찮고 짜증났지만 혹시 있을 지도 모를 불상사를 생각해 다시금 차를 돌렸습니다. 하지만 그 날도 다리미는 전원이 꺼진 채 구석에 얌전하게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다음날, 차가 출발한 지 10분쯤 지나자 아내가 또 소리를 질렀습니다.

"다리미를 끄고 나왔는지 또 기억이 안 나."

그러자 남편은 침착하게 차를 도로변에 세운 뒤 트렁크를 열었습니다.

"여기 있다, 다리미."

둘은 마주 보며 한참을 웃었습니다.

주(周)나라 시조인 무왕(武王)의 아버지 서백(西伯)이 사냥을 나갔다가 강에서 낚시질을 하고 있는 초라한 노인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어 보니 학식이 탁월한 사람이었습니다. 하여 서백은 이 노인이야말로 주나라를 일으킬 큰 인물이라 믿고 스승이 되어 주기를 청했습니다. 이렇게 하여 노인, 즉 강태공은 서백의 스승이 되었고, 훗날 제(齊)나라의 제후에 봉해졌습니다.

그런데 강태공은 이처럼 입신출세했지만 서백을 만나기 전까지는 끼니조차 제대로 잇지 못하던 가난한 서생이었습니다. 결혼 초부터 굶기를 밥 먹듯 하자 부인이 그만 친정으로 도망가고 말았습니다. 오랜 세월이 흐른 어느 날, 부인이 찾아왔습니다.

"전엔 끼니를 잇지 못해 떠났지만 이젠 그런 걱정 안 해도 될 것 같아 돌아왔어요."

그러자 강태공은 잠자코 곁에 있는 물그릇을 들어 마당에 엎지른 다음 부인에게 말했습니다.

"저 물을 주워서 그릇에 담아보시오."

그러나 이미 땅속으로 스며든 물이기에 담을 방법이 없었습니다. 부인은 겨우 진흙만 조금 주워 담았을 뿐입니다. 그러자 강태공이 조용히 타이르듯 말했습니다.

"한번 엎지른 물은 그릇에 담을 수 없고, 한번 떠난 아내는 다시 돌아올 수 없는 법이오."

부부의 만남과 헤어짐이 강물처럼 넘쳐나는 시절, 한번쯤 상기해 보고 싶은 이야기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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