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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중

전 단양교육장·소설가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총선이 끝난 지금 정치인들의 부침(浮沈)을 살펴보자니 문득 어느 날 갑자기 유명해진 걸 그룹이 생각납니다. 바로 '꽈당 영상'으로 화제에 오른 '여자친구'라는 걸 그룹입니다. 어느 날인가는 신문과 방송에 자주 언급되는 그들의 모습이 궁금해 해당 영상을 찾아보았습니다.

무대는 강원도에서 있었던 어느 라디오의 공개 방송입니다. 이날 공연 전 비가 많이 내려 무대 상태는 매우 나쁩니다. 공연 시간이 되자 관계자들은 출연자인 '여자친구'를 무대 위로 올립니다.

무대에 오른 출연자들은 걱정스런 얼굴로 바닥의 물기를 발로 밀어냅니다. 하지만 음악이 나오자 바로 자세를 가다듬고는 자신들의 노래에 열중합니다. 그러나 미끄러운 바닥 때문에 한두 명이 몸의 무게 중심을 잃고는 비틀거리거나 넘어집니다.

이 동영상은 이들에게 엄청난 성공의 기회를 줍니다. 미끄러지는 자신들의 모습이 부끄러워 공개하지 않으려다 용기를 낸 것인데 그것이 예상 외로 뜨거운 반향을 불러온 것입니다. 때문에 발표한 노래가 별 반응이 없어 활동을 접고 잠시 쉬던 이들을 일약 스타로 만들어 줍니다. '빗속 투혼'이라는 칭찬을 들으며 계속 퍼지고 있는 이 영상은 외신을 통해 미국과 영국 등에도 소개된 모양입니다.

영상을 보며 필자는 여러 가지 생각을 했습니다. 먼저 전화위복이라는 단어를 떠올렸습니다. 우리가 흔히 농담으로 '전화가 뒤집혔다'고 표현하는 이 말은 이들에게 그대로 적용됩니다. 발표한 노래가 사장될 위기였는데 영상 때문에 급격하게 인기인으로 변모하게 된 것입니다. 병영 체험 중 날린 윙크 하나로 하루아침에 인기인으로 도약한 '응답하라 1988'의 주인공 혜리처럼 신데렐라가 된 것입니다.

다음으로 느낀 것은 측은함입니다. 무엇이 소녀들을 저토록 절박하게 만들어 빗속을 뒹굴면서도 허겁지겁 일어나 평소 연습한 안무를 잇도록 만들었는가 싶었던 것입니다. 아이돌의 연습생 제도는 이제 세간에 널리 알려졌습니다. 오랜 기간을 한 곳에 갇혀 합숙하며 기계처럼 같은 동작을 반복 연습하는 그녀들의 성공에 대한 일념이 빗속 투혼을 만들어냈다 싶어 단순히 재미있는 볼거리로 여기기엔 너무도 씁쓸했습니다.

끝으로 관계자들의 안전 불감증입니다. 무대 상태가 나쁘면 무대를 정비한 후에 출연자들을 올려야 하는데 빗물이 질척거리는 상태를 방치한 채 행사를 진행했기 때문입니다.

악천후라면 공연을 중단한다든지 일정을 연기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어야 하는데 무리하게 공연을 강행하는 모습을 보면서 어린 출연자들이 넘어져 뇌진탕이라도 당해 목숨이 위험해졌다면 그제야 호들갑을 떨며 후회했을 어른들의 얼굴이 그려졌습니다.

총선이 끝나고 여야가 모두 반성 검토에 바쁩니다. 걸 그룹 '여자친구'의 '꽈당 영상'을 보고 느끼는 것이나 총선의 결과를 보고 느끼는 것이나 오십보백보입니다. 총선 후의 여야의 모습을 바라보노라면 '전화위복'이라든지 '측은함', '불감증', '후회' 등의 단어가 자연스레 떠오릅니다. 문득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일어나는 일이 모두 그러하다는 생각마저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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