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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솟대 - 김재관 쉐마미술관장

"마르지 않는 창조의 샘, 언제나 열려 있죠"
50년간 독자적인 기하학적 추상화 세계 구축
국내 1호 미술학 박사과정 통해 슬럼프 극복
지역주민들 위한 다양한 예술 프로그램 운영

  • 웹출고시간2016.03.27 16:07:58
  • 최종수정2016.03.27 18:55:56
ⓒ 유소라기자
[충북일보] 마르지 않는 '창조의 샘' 쉐마미술관에서 김재관(70) 관장을 만났다. 미술관 이름의 어원을 묻는 질문에 그는 운을 뗐다.

"이곳은 농지로 쓰이던 터입니다. 미술관 공사 중에 땅속에 묻혀있던 샘을 발견하게 됐고, 그냥 묻기엔 아까워 우물로 복원하자 마음먹었죠. 희랍어로 접두사 'scehe'는 우물을 뜻하고, 영어로 'schema'는 개요를 뜻합니다. 창조라는 개념과 일맥상통하죠. 모티프 '창조의 샘'에 착안해 쉐마(schema)라는 이름을 붙이게 됐습니다."

김 관장은 1967년 첫 추상작품 'Abstract 67-1' 이후 현재까지 끊임없는 기하학적 조형세계를 개척하며 경지를 넓혀왔다. 그는 보이지 않는 세계를 리얼리티(reality)로 끌어낸다. 작품형성의 근본개념인 그리드(Grid)를 단순한 표현의 수단을 넘어 우주생성의 근본 원리로서 해석하고 있다.

"기하학은 유전자의 본체인 DNA와 관계가 있습니다. 미술은 역동적인 성격과 기하학적인 성격 두 가지로 나뉘죠. 역동적인 것은 표현성이 강하고 감성적이며, 기하학적인 것은 지적이고 이성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빈센트 반 고흐는 역동적이고 감성적인 성격, 폴 세잔은 이성적이고 지적인 성향이 강한 사람이죠. 제 작가적 성향은 후자에 가깝습니다."
오는 2017년은 김 관장이 기하학적 추상화 세계를 구축한 지 만50년이 되는 해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그는 빅쇼 등 기념전을 구상 중이다.

"한국 단색화의 거장 박서보, 하종현 스승님이 제 길을 찾아주셨어요. 감성적인 줄로만 알았던 저의 성향이 이성에 더 가깝다는 걸 알려주신 분들이죠. 그렇게 본격적인 저의 기하학적 추상화 작품세계가 시작됐습니다."

독자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하며 승승장구하던 그는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지독한 슬럼프에 붓을 꺾어야 하나 큰 고민에 빠졌었다.

"40대 중반 즈음이었을 거예요. 제 작품에 스스로 만족스럽지가 않더라고요. 심각하게 고민하던 찰나 학문적 소양과 역량을 키워야 되겠단 결심을 했죠. 모교 홍익대에서 국내 1호 미술학 박사과정을 마치고나니 작품세계가 단단해졌어요. 5년 동안 학문에 매진하면서 평생을 작가로서 살 수 있는 엄청난 에너지를 얻게 됐죠."

지난달 김 관장은 의미 있는 협의체의 초대회장을 맡게 됐다. 충북지역 등록미술관으로 구성된 충북미술관협의회다. 협의회 창립은 지난 2003년부터 움직임이 시작돼 13년 만의 결실이었다. 그동안 한국박물관협회에 함께 속해있던 박물관과 미술관은 각각의 차별성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예부터 이어져 온 박물관과 미술관의 종속관계를 깨고 싶었어요. 박물관과 미술관은 엄연히 그 범주가 다릅니다. 지역에서도 미술관의 기능을 체계적으로 살리기 위한 취지로 설립하게 된 거죠."

올해 첫발을 뗀 충북미술관협의회는 앞으로 지역 문화예술 진흥을 위한 커뮤니티를 구성하는 한편 미술관 학예연구사의 전문화와 문화예술 교류, 정책제안 등을 추진하게 된다.

김 관장은 후학양성을 위해서도 분주하게 달려왔다. 32년간 홍익대, 청주대, 서원대, 전주대를 종횡무진하며 활발한 강의를 펼쳐왔다. 퇴임 이후에도 자신의 강의를 원하는 곳이 있으면 짬을 내 찾아가고 있다.

'예술의 생활화'를 중시하는 김 관장은 예술이 소외된 국내 교육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국어·영어·수학 중심으로 진행되는 교과과정이 안타까워요. 선진국은 예술수업을 굉장히 중시해요. 성장과정에서부터의 밀착교육은 창의력 개발에 굉장히 큰 도움이 되거든요. 그나마 다행인건 요즘은 생활예술 교육이 많이 활성화됐다는 겁니다."

쉐마미술관은 지역 문화예술 진흥을 위해 시민 누구에게나 미술관을 개방하고 있다.

찾아가는 지역특성화수업, 장병가족 교육, 중·고등학생 방과후교육, 꿈다락학교 등 어린이에서부터 성인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참여할 수 있는 교육을 운영하고 있다. 또 청년작가 전국공모전, 우수작가 발굴 전시, 지역작가 양성 교육, 성인작가 아카데미 등 신진작가나 유망작가를 발굴하고 양성하기 위한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쉐마미술관은 개인 연구기관을 넘어서 지역미술계의 파워 스테이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50년째 작가생활을 하는 국내 1호 미술학 박사로서 제가 가진 역량과 가치를 이곳에서 최대한 나누고 싶습니다."

김 관장은 초기 혼재된 기하학적 추상화에서 불필요한 요소를 털어내고 현재는 세계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독창적인 작품 세계 구축을 위해 골몰하고 있다. 작가로서의 최종적인 목표는 무엇일까.

"최종 목표요? 그런 건 없습니다. 끝없이 머나먼 길을 걷는 중이거든요. 다들 오래됐다 하지만 현재는 지나가는 정거장에 불과해요. 앞으로도 비가시적 세계 속에 있는 진리와 원리를 회화적인 요소로 표현해 나갈 계획입니다. 최종적인 궤도가 어디인진 모르겠지만요."

김 관장에게는 현실적인 목표가 있다. 미술관의 문턱을 낮춰 지역민들 곁에서 살아 숨쉬게 하는 것이다.

"미술에 대한 지식이 없어도 용기내서 오세요. 영어로 'see'는 '보다', '알다'를 뜻합니다. 봐야 알 수 있습니다. 작품을 자주 접하면 안목이 생기고, 안목이 생기면 지식도 생깁니다. 미술관의 문은 언제나 활짝 열려 있습니다."

/ 유소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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