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이상준

전 음성교육장 수필가

단양에는 대가리가 있고 제천에는 월굴리가 있으며, 괴산에 목도리가 있다면 보은에는 장갑리라는 곳이 있다. 장갑(長甲)은 원래 보은군 산외면 지역의 자연마을인데 1914년 행정구역 폐합에 따라 남악(南岳), 벌말, 적말, 안말, 새말을 병합하여 장갑리라 하였다고 전해진다.

그러면 장갑이란 무슨 의미일까· 추위를 막기 위하여 손에 끼는 장갑은 예전에는 오로지 추위를 막기 위한 용도의 벙어리 장갑이 대부분이었다, 손가락마다 갈라진 장갑은 추위를 막는 데는 벙어리 장갑보다 못하지만 물건을 집거나 일을 하는 데는 매우 편리하며 미관상 아름답게 보인다.

사전적 의미를 보면 장갑(掌匣)은 방한이나 장식을 위해 털실, 천, 가죽 따위로 만들어 손에 끼는 물건을 가리키는 한자어이지만 고유어 '장갑'은 무슨 의미를 지닌 말일까· 지명에 쓰인 이름이므로 땅의 모양(지형)을 가리키는 말임이 분명할 것으로 추정하고 그 의미를 살펴보고자 한다.

지명에서 지형적 특징을 달리하는 곳의 형태가 돌출된 경우 곶(串)이란 글자를 붙여 부른다. 일반적으로 바다의 경우는 규모상으로 보면 반도보다 다소 작다. 해안 지역에 주로 나타나는 지형적 의미를 갖는 지명이다. 침수 해안의 경우는 물에 잠기지 않은 산줄기 부분이 곶으로 발달하여 아름다운 경관인 해식애를 볼 수 있기도 하며, 그곳에 등대 등을 설치하여 항해에 도움을 주기도 한다. 또는 일반적으로 사취가 발달하여 바다의 돌출부로 자리잡는 경우도 있다.

어원상으로 보면 '곶'이란 돌출은 의미하며, '곧'에서 변하였다. 이러한 의미를 갖는 지명으로 널리 알려진 곳에는 '장산곶, 호미곶' 등이 있다. 이 지역들은 반도의 끝 부분인 곳에 남아 있으며, 한자에서 곶(串)이라고 차용하고 있다. 본래 우리나라에서는 반도라는 말이 없었고 육지가 바다로 튀어나간 곳이면 '곶(串)'이나 '갑(岬)'같은 한자를 사용하였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단(端), 각(角), 취(嘴), 말(末)' 등을 쓰기도 하였다. 옛 지명에서 곶의 뜻이 들어간 곳이 많이 나타나고 있으며 갈곶 또는 갈고지(갈구지)라 불리던 마을이 '갈곶리(葛串里), 갈곶리(乫串里), 갈화리(葛花里)' 등의 행정지명으로 그 흔적이 남아 있는 것을 볼 수가 있으며 '꽃'의 어원인 '곶'과 음이 같아 한자식 지명으로는 '화(花)'로 변하기도 하였다.

전라남도 장성군을 백제 때에는 고시리(古尸里)라고 불렀으며, 신라 때에는 갑성(岬城)이라 한 것으로 보아 '곶(串)'과 '갑(岬:산허리 갑)'은 예전에 같은 의미로 쓰였음을 알 수가 있다.

지명에서 '갑'이 쓰인 대표적인 예로 대전의 갑천이 있다. 갑천 지역을 중심으로 다음과 같은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 "삼한 시대에 진한의 마지막 왕이었던 태기왕이 경상도 삼량진에서 신라의 박혁거세에게 대패한 후 친위병 소수만을 이끌고 실지 회복을 꿈꾸며 재기의 터전을 세우기 위해 덕고산으로 자리를 옮겨 난공불락의 성터를 구축하고 정예 병사를 육성하였다. 그 후부터 덕고산은 태기왕의 이름을 따서 태기산으로 불리우게 되었으며 갑천이라는 지명은 태기왕의 병사들이 개천에서 갑옷을 씻었다 하여 그 후부터 갑천이라고 불리어졌다고 한다. 보은읍 성족리의 갑봉(甲捧)은 소라리 동쪽에 있는 산으로 부락에서 볼때 갑방(甲方)에 있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전해지며 청주시 상당구 가덕면 노동리 두겁바위(頭鉀)는 새터말에서 상대리로 가는 모링이에 있으며 투구 같이 생겨서 두갑바위라 하는데 인차리에서 남일면 고은리까지 도로 확포장으로 지금은 없어졌다.

모두가 '갑'의 한자 훈(訓)을 풀이한 것에 불과하지만 지명으로서의 유연성을 지니고 있는 곳으로 는 청주시 가덕면 상야리의 '사갑들'을 들 수가 있다. 한배미 남서쪽에 있는 들의 이름인데 앞에서 언급한 '곶(串)'과 '갑(岬)의 의미와 상통한다고 볼 수가 있다.

그렇다면 '장갑'의 '장'은 무슨 의미인가?

지명에서 '장자골, 장자마을'이 부자인 장자(壯者)와 연관지어 그 유래가 전해오고 있으나 일반적으로 '장자'는 '작은 잣→잔잣→장잣→장재→장자'의 변화 과정을 유추하여 '작은 고개, 또는 작은 산 언덕에 있는 골짜기나 마을'을 의미한다고 보는 것이 정설이며 그밖에도 '장'은 지명에서 '작은, 잔'의 의미로 쓰인 예를 많이 볼 수가 있으므로 '장갑'이란 지명의 의미도 '산 언덕이 작게 돌출된 지형'을 가리키는 말로 해석하는 것이 가장 타당하다고 할 것이다.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배너

랭킹 뉴스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 "멀리보고 높게 생각해야"

[충북일보] 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은 "충북체육회는 더 멀리보고 높게 생각해야한다"고 조언했다. 다음달 퇴임을 앞둔 정 사무처장은 26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방체육회의 현실을 직시해보면 자율성을 바탕으로 민선체제가 출범했지만 인적자원도 부족하고 재정·재산 등 물적자원은 더욱 빈약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완전한 체육자치 구현을 통해 재정자립기반을 확충하고 공공체육시설의 운영권을 확보하는 등의 노력이 수반되어야한다는 것이 정 사무처장의 복안이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학교운동부의 위기에 대한 대비도 강조했다. 정 사무처장은 "학교운동부의 감소는 선수양성의 문제만 아니라 은퇴선수의 취업문제와도 관련되어 스포츠 생태계가 흔들릴 수 있음으로 대학운동부, 일반 실업팀도 확대 방안을 찾아 스포츠생태계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선 행사성 등 현장업무는 회원종목단체에서 치르고 체육회는 도민들을 위해 필요한 시책이나 건강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의 정책 지향적인 조직이 되어야한다는 것이다. 임기 동안의 성과로는 △조직정비 △재정자립 기반 마련 △전국체전 성적 향상 등을 꼽았다. 홍보팀을 새로 설치해 홍보부문을 강화했고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