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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두희

공군사관학교 교수

"밤은 어두운 연기처럼 피어올라 계곡을 가득 메웠다. 계곡과 들판이 구별되지 않을 만큼 어두워지자 마을이 별무리처럼 불을 반짝이며 신호를 보내 왔다. 그도 표지등을 깜박이며 불빛들에게 응답을 했다. 등대가 바다를 향해 불을 비추듯 저마다의 집들이 거대한 밤을 향해 불을 밝히면 대지는 온통 서로를 부르는 불빛으로 뒤덮였다. '파비앵'은 밤으로 들어서는 것이 마치 포근하고 아름다운 항구에 들어가는 것 같았다."

생떽쥐베리가 그의 소설에서 그린 야간비행의 느낌이다. 산의 그늘진 뒤쪽 계곡에서부터 밤이 차오르고, 어두워짐에 따라 별처럼 살아나는 사람들의 불빛을 편안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오죽하면 어두워지는 것이 아름다운 항구로 들어가는 것 같다고 했을까.

그가 말했듯 야간비행은 불빛의 세계로 들어감을 뜻한다. 하늘에는 별들이 마치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총총하고, 땅위 사람들의 불빛은 오종종 무리를 지어 경쟁하듯 반짝인다. 거대한 도시는 보석 상자를 엎지른 양 휘황찬란한 불빛들을 하늘 높은 곳까지 환하게 쏘아 올린다. 바다에도 불빛은 있다. 고기잡이배들은 몸집보다 더 크고 환한 빛으로 깊은 바다 속의 물고기들을 유혹하고, 그 불빛의 일부는 물에 반사되어 찰랑인다.

온 세상을 비추는 해가 저물면 만물은 스스로의 불빛으로 존재성을 드러낸다. 오직 불빛을 통해 자신을 나타내고, 불빛으로 서로 대화하며, 불빛에 의지하여 한 발자국씩 움직일 수 있을 때 만물은 평등하다. 색채나 크기의 가식(假飾)에 위축되지 않고 누구나 반짝일 수 있으니, 얼마나 자유로운 공간인가. 불빛만 감추면 자신을 꼭꼭 숨길 수도 있으니 얼마나 안락한 휴식의 세계인가. 그래서 생떽쥐베리는 밤으로 들어서는 것이 편안하다고 했는지 모른다.

하지만 스스로 표지등을 깜박이며 하나의 별이 되는 야간비행은 아름다울지는 모르지만 어둠의 배경이 몰고 오는 본능적 불안감은 어쩔 수 없다. 우리는 눈으로 보이는 시각적 감각에 너무 많이 기대고 있어서다.

더구나 원근과 대소, 땅과 하늘마저도 잘 구분되지 않는 공간을 빠른 속도로 날다보면 치명적 위험에 처하기도 한다. 나의 위치와 자세를 잃어버리는 '비행착각', 즉 '버티고(vertigo)'이다. 비행착각에 빠지면 비행기가 땅이나 바다를 향해 곤두박질을 치고 있어도 잘 모르고, 잘 날아가고 있다가도 갑자기 비행기가 거꾸로 뒤집어 지는 느낌이 온다. 몸의 느낌과 비행계기를 통해 나타난 실제와의 괴리가 발생하면 조종사의 몸은 긴장으로 땀범벅이 된다.

야간비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은 곧게 뻗은 활주로등의 불빛이 반겨준다. 밝은 빛의 방해를 막기 위해 주변 불빛을 모두 꺼버리거나 줄여서 호수처럼 깜깜해진 넓은 비행장 터에는 활주로등이 정든 집 대문처럼 포근하다. 최종 착륙은 앞쪽에 달린 자신의 불빛으로 활주로를 비추며 착륙한다. 착륙 후 엔진을 끄고 땅에 발을 디딘 조종사는 그때서야 비행기 연료처럼 온몸의 에너지가 거의 다 사용되었음을 알아차린다. 퇴근길, 한 잔의 시원한 맥주가 생각나는 것은 몸과 마음의 자연스런 갈증이리라.

밤은 낮의 뒷면이다. 양(陽)과 음(陰)의 관계처럼 상호의존적 존재인데도 언제부턴가 우리의 밤이 더 가벼워지고 짧아지기 시작했다. 밤은 편안한 휴식의 시공(時空)이라는 개념이 점점 퇴색되고 있다. 상대방과의 경쟁에서 이기려면 밤을 줄여 낮처럼 활동해야 하는 것이다. 전투기가 파란 꼬리 불빛을 달고 이륙하는 내면엔 적과의 전투를 준비하는 시퍼런 목적이 담겨있다. 선박이나 기차보다 더 빠른 우편배달을 위해 소설 '야간비행'의 주인공 '파비앵'은 뇌우가 번쩍이는 밤하늘을 날아야 했다. 결국 그는 짙은 구름 속에서 잠깐 비치었던 별빛을 쫓다가 어둠속으로 사라졌다. 십여 년 전, 밤바다 위의 작은 배를 공격하는 훈련을 하다가 사랑하는 두 명의 부하도 바닷물 속으로 유성처럼 사라졌다. 지금도 누군가는 아름답지만 치명적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밤하늘을 날고 있을 것이다. 그들의 안전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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