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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산에 가고 싶다 - 소백산

'충북일보 클린마운틴'
전국 10대 명산 탐사보도 기획

  • 웹출고시간2016.02.25 18:48:58
  • 최종수정2016.02.25 18:49:07

편집자

지난 2007년 시작된 '충북일보 클린마운틴'이 2016년에도 계속된다. 본보는 그동안 올바른 산행문화 실천과 교육, 보급에 앞장서 왔다. 올해는 '그 산에 가고 싶다'란 제목으로 전국 10대 명산 탐사보도를 기획했다. 매월 1회 정해진 명산 탐방을 통해 '사람의 산, 치유의 산'을 공감토록 할 계획이다.

소백산은 겸손하다. 모난 데 없이 부드러운 육산이다. 큰 산이면서도 작은 이름을 가졌다. 너무 겸손해 무시할 수 없다. 산세가 웅장해 어디서건 오르기가 쉽지 않다. 부드러운 능선이지만 은근하게 힘들다.

눈 덮인 하얀 길을 오른다. 사계를 통틀어 가장 아름다운 겨울의 소백산을 찾는다. 은색의 향연이 오랫동안 이어진다. 눈 덮인 설경이 시리도록 계속된다. 2016병신년 새해에도 소백산은 겨울 산의 아름다움을 유감없이 드러낸다.

제2연화봉 대피소.

2016년 2월19일 새벽 5시 죽령을 출발한다. (전날 도착한 일부 대원은 제2연화봉 대피소에서 합류했다.) 겨울 새벽의 죽령은 찬바람만 휑하니 분다. 주차장엔 이미 여러 대의 차량이 주차돼 벌써 떠난 산객들의 움직임을 짐작할 수 있다.

죽령 이정표.

제2연화봉으로 오르는 죽령 입구에 잔설이 얕게 깔렸다. 검은 어둠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해드랜턴 불빛에 숨겨진 죽령의 모습이 살짝살짝 보인다. 눈 덮인 겨울 소백산을 상상해 본다. 마음은 벌써 연화봉에서 일출을 본다.

죽령에서 연화봉으로 오르는 길은 넓은 시멘트 포장길이다. 연화봉 소백산천문대로 오르는 길이다 보니 어쩔 수가 없다. 눈이 많이 내려도 제설이 필수다. 원활한 공무를 위해 당연히 해야 하는 절차다. 그러다 보니 누구나 오르기가 쉽다.

어둠 속에서 아이젠 발자국 소리가 경쾌하다. 다져 진 얼음 눈길을 밟아 나는 소리다. 백두대간 소백산 구간에서 누릴 수 있는 잠깐의 호사다. 죽령에서 제2연화봉(1,358m)까지는 4.2km의 완만한 오르막길이다.

연화봉.

2시간여 걸어 제2연화봉에 올라서니 바람이 차다. 쉼 없는 북서풍이 갈 길의 험난함을 예고한다. 잔뜩 흐린 날씨로 해가 뜨는 듯 마는 듯 선명하지 않다. 일망무제의 일출은 고사하고 해 구경이 힘들다.

소망했던 소백일출(小白日出)은 마음으로만 족했다. 서서히 구름 사이로 해가 솟는 가 했더니 그대로 끝이다. 오전 7시40분 구름 속에 잠깐 내민 해는 사라졌다. 찬란한 일출의 마술은 볼 수 없었다. 그래도 마음속의 희망까지 사라지진 않았다.

아침 식사를 마치고 연화봉으로 걸음을 옮긴다. 산 아래와 달리 중산간은 아직도 설국이다. 멀리 비로봉을 향해 순백과 회색이 뒤섞인 능선이 이어진다. 옅어지는 흑백의 농담이 자연의 미를 더해 준다. 설국을 알리는 신의 손길인 듯 아름답다.

나뭇가지마다 핀 상고대가 눈부시다. 아쉬운 일출 대신 준 선물인가 보다. 눈 맞아 핀 설화가 아니다. 간밤 구름이 자고 남긴 수상(樹霜), 바로 상고대다. 흰색 하나로 천하의 비경을 연출하는 자연의 경외가 놀랍다.

비로봉 가는길 (왼쪽) 소백 능선.

연화봉은 천상의 설국이다. 곧게 뻗은 대간 길은 제1연화봉까지 하얀 융단길이다. 소백의 절정이 능선에 있음을 실감케 한다. 죽령 지나 남쪽으로 도솔봉이 보인다. 동쪽 아래엔 경북 영주시 풍기읍이 있다. 서쪽엔 충북 단양군 대강면이 보인다. 죽령의 용도를 쉽게 알 수 있다.

연화봉의 설경이 아름답다. 비로봉까지 이어지는 마루금이 선명하다. 무리 지어 오른 형형색색의 산객 복장이 되레 옥에 티가 된다. 표지석 앞에서 사진을 찍기 위해 시끌벅적하다. 악다구니질이 아니어서 그나마 다행이다. 산엘 온 건지 사진 찍으러 온 건지 알 수 없다. 정말 보기 싫은 광경이다.
한차례 세찬 삭풍이 철없는 산객들을 몰아낸다. 연화봉에서 풍경사진 몇 장을 담고 비로봉으로 향한다. 다소 추워진 날씨를 견디려 걸음을 재게 놓는다. 수백 개의 계단을 밟고 제1연화봉(1,394m)을 오른다. 천상의 하늘 길이 끝없이 이어진다. 멀리 비로봉이 다가온다.

비로봉 정상 표지석(왼쪽)과 산악인의 선서의 비석.

비로봉은 해발 1,439m다. 정상은 연화봉보다 더 넓은 고위평탄면을 이루고 있다. 죽령에서 비로봉에 이르는 11.5km의 소백산 백두대간길이 선연하다. 비로봉이 그 모든 걸 감싸 앉는다. 바람의 세기가 점차 강해진다. 잠시 고민 끝에 어의곡 탐방소로 날머리를 잡는다. 천하를 굽어보는 비로봉을 뒤로 하고 국망봉 쪽으로 걸음을 옮긴다.

국망봉과 어의곡, 비로봉을 가르는 삼거리에 다다르니 바람의 세기가 최절정이다.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의 강도다. 얼굴 볼이 얼얼할 정도로 바람을 맞는다. 어의곡 쪽으로 한참 동안 하얀 눈길이 이어진다. 눈 맞은 나목들의 행렬이 눈에 들어온다. 오르는 산객들의 거친 숨소리가 들린다. 두 시간을 내려가니 어의곡 탐방소다.

새벽에 나서 꿈같이 하얀 소백의 길을 걸었다. 서쪽 하늘에 빛나는 붉은 해가 참 보기 좋다. 내 마음도 꼭두서니 빛으로 물들어간다.
■ 취재후기


"눈 내린 소백산 흑백으로 그려진 진경산수화"

아름다운 겨울산은 많다. 국립공원 소백산의 겨울 풍경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 장대한 설경은 어느 산에 뒤처지지 않는다.

비로봉 정상에서 기념촬영한 모습.

연화봉에서 비로봉을 거쳐 국망봉으로 이어지는 연봉의 물결은 장쾌하다. 부드럽게 이어지는 비로봉 계단도 빼놓을 수 없다. 비로봉 직전 아고산대엔 키 작은 관목들이 즐비하다. '굽은 나무가 산을 지킨다'는 장자의 말처럼 모두 납작 엎드려 있다.

소백산의 겨울나무들은 늦가을부터 상고대로 치장한다. 겨울나무가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아름다움이다. 나무 스스로 정말 그렇게 주장하는 것 같다. 소백산의 나무들은 철따라 옷을 바꿔 입는다. 여름엔 파랗게, 가을이면 노랗게 치장한다.

하얀 옷은 겨울이 돼야 비로소 입는다. 소백의 겨울은 흑백의 농담만으로도 가장 빼어나다. 다른 색의 가감 없이 그대로 진경산수화다. 진정한 아름다움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바람이 불며 내는 소리까지 풍경이 된다.

상고대는 나무에 맺힌 서리, 수상(樹霜)이다. 눈꽃과는 근본부터 다르다. 나뭇가지에 서리가 맺히면 찬바람이 응고를 돕는다. 때론 눈가루가 들러붙어 만들어진다. 바람과 시간, 그리고 기온이 만들어내는 조화다. 그 무늬가 아름답고 다양해 감동을 준다.

주목단지에 눈이 소복이 쌓인다. 천년의 가지마다 하얀 눈을 뒤집어쓴다. 내리는 대로 눈꽃 행세를 하며 산객들을 부른다. 그래도 바람과 기온과 시간의 작품인 상고대의 깊이를 따라가기 어렵다.

소백 설경.

상고대와 설화가 고루 섞이며 소백의 겨울공원이 완성된다. 멀리 보이는 연화봉 능선이 아득하다. 매서운 북서풍을 맞으며 오르니 비로봉이다. 나무 한 그루 없는 황량한 정상이다. 정상부엔 눈이 거의 없다. 바람이 세니 눈 쌓일 겨를이 없다.

국망봉 쪽에서 북서계절풍이 시시각각 불어댄다. 귓등과 귓불이 아리고 얼굴 볼이 얼얼하다. 망국의 한을 가슴에 새긴 마의태자 모습이 오버랩 된다. 바람의 세기만큼이나 감정이 격해진다. 겨울의 소백설산이 주는 선물이라니 아이러니다.

본능처럼 납작 엎드려 혹독한 겨울바람을 맞고 있는 소백의 관목들을 다시 생각한다. 나무마다 자신의 존재를 발현하듯 하얀 빛을 발하는 상고대를 떠올린다. 소백의 바람이 들려주는 겸손한 충고를 도저하게 받아들인다.

글 · 사진 / 함우석 주필

10대 명산 탐방일정

소백산(비로봉·2월) →태백산(천제단·3월) →지리산(천왕봉·4월) → 설악산(대청봉·5월) → 한라산(백록담·6월) →가야산(상왕봉·8월) →오대산(비로봉·9월) →덕유산(향적봉·10월) →계룡산(관음봉·11월) →속리산(문장대·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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