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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희식

시인, 충북문화재단 기획운영팀장

나이가 들면서 입맛이 까다로워진다. 굳이 맛있는 음식을 찾아다니는 편은 아니지만 가끔씩 어머니의 손맛을 닮은 집들을 찾곤 한다. 맛은 기억이라 했던가. 기억 속의 맛을 찾아 추억앓이를 한다. 참으로 간사한 게 혀다. 냄새와 혀끝을 자극하는 맛으로 우리는 많은 날의 기억을 한다. 그것은 때와 장소 불문이다. 맛을 통해 재생되어진 날들을 곱씹으며 의도하지 않은 기억을 공유한다. 그러나 진정한 맛은 기억 속에 있는 맛이 아닌 가슴 속에 있는 맛을 느끼고 공감하는 것이다.
 
설 명절이 다가왔다. 이럴 때면 집집마다 제사음식을 준비하느라 분주하다. 음식은 그 자체로 역사의 의미를 맛으로 표현한다. 결코 쉽게 변하지 않는 음식문화는 조상들의 삶의 모습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화석과도 같다. 비록 요즘 제사상에 서양과일이나 비스킷까지 오르내리는 경우도 있지만 근본은 변하지 않는다. 입맛은 유전처럼 세대를 넘어 전달된다.
 
요즘 텔레비전을 보다보면 음식프로그램 일색이다. 생활이 넉넉해지고 삶의 질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다 보니 웰빙하는 방법으로 음식에 대한 프로가 많아진 것이다. '백종원'이나 '이연복' 등의 요리사들이 대세다. 결코 나쁘진 않다. 그러나 어디 한군데 허전함을 떨칠 수가 없다. 그러나 몇 십 년 연구한 맛의 노하우를 시청자들에게 공개를 강요하는 모습이나 그들의 살며 아픈 흔적을 희화화하는 모습은 괜한 헛웃음만 나오게 한다. 그것은 대부분 사람들의 침샘을 자극하는 저 수많은 프로그램의 레시피와 음식정보가 결코 음식이 갖고 있는 기억너머 저 편에 있는 눈물을 재생할 수 없기 때문이다.
 
최근 본 영화중에서 '라따뚜이'라는 애니매이션 영화를 잊을 수 없다. 생쥐가 주인공인 영화로 '구스또'라는 전통 있는 식당에서 벌어지는 기발한 요리에 관한 것이다. '누구나 요리를 할 수 있다'라는 명대사를 남긴 이 영화는 최고의 요리사를 꿈꾸는 생쥐 '레미'와 별 취미 없는 요리 견습생 '링귀니'의 좌충우돌 요리여행이다. '라따뚜이'는 그 주인공들이 온갖 역경을 이기고 자신들의 꿈을 실현시켜 나간다는 뻔한 이야기를 참으로 완성도 있게 만든 보기 드문 수작이다.
 
'라따뚜이' 마지막 부분에 음식평론가인 '안톤 이고'는 말한다. "솔직하게 말해 예전에는 믿지 않았다. 구스또 주방장의 누구나 요리할 수 있다는 말을, 하지만 지금은 그 말이 무슨 말인지 알 것 같다. 모든 사람이 위대한 예술가가 될 수 없지만 위대한 예술가는 어디서든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레미'가 '구스또'라는 요리사의 기억을 고스란히 음식에 구현하면서도 자신만의 재료와 노력을 더하였기에 새로운 음식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결코 현실에 안주하지 않는 '레미'의 모습에서 또 다른 맛의 멋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기억 속에 공유되는 어머니의 손맛과도 같이 그 어디에도 없는 맛의 그리움은 그 것을 찾아다닌다 해서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힘들겠지만 기억 속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도전하는 모습으로 자신만의 음식을 만드는 것이야말로 구스또 정신을 구현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바로 그것이 인생에 있어 선입견을 배제한 스스로의 삶을 선택하는 자신을 발견하는 것이다. 혀나 머리로 기억하는 맛이 아닌 가슴으로 기억하는 맛, 그 것이 진정한 맛이고 감동의 재생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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