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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6.02.02 18:12:29
  • 최종수정2016.02.02 18:37:04

조혁연 객원 대기자

패륜(悖倫)의 본래 의미는 윤리에 어긋난다는 뜻이고, 불윤(不倫)은 윤리가 아니다라는 의미이다. 그러나 지금은 패륜은 부모에게 큰 죄를 지었을 때에 붙이고, 불륜은 보통 부적절한 남녀관계를 가리키는 것으로 말뜻이 다소 변했다.

조선 성종 때 우리고장 청주목에서 희대의 불륜사건이 일어났다. 청주목의 변석령(邊石齡)이라는 사람이 장모 막비(莫非)와 간통한 것으로 신고됐으나 장모는 이를 부인했고, 대신 중 학초(學初)와 간통을 해 임신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반면중 학초는 막비와의 간통사실을 부인했다.

성종실록 15년 4월 25일자. '청주', '변석령' 등의 표현이 보인다.

조선은 강상윤리[삼강오륜]를 매우 중히 여겨, 이를 어긴 사람은 중범죄자로 다뤘다. 따라서 지방정부가 아닌 국가에서 직접 수사를 맡았다. 따라서 이 사건도 지방 청주목에서 일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중앙의 형조에 배당됐다.

혹독한 국문이 시작되자 변석령은 6차 고신(拷訊)을 받고 "장모 막비와 간통했노라"라는 자백하였다. 고신은 고문(拷問)과 같은 말로 숨기고 있는 사실을 강제로 알아내기 위하여 육체적 고통을 주며 신문하는 것을 말한다.

이에 비해 막비는 13차 고신을 당하고서도 "사위(변석령)가 아닌 학초와의 간통으로 임신한 것"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다가 고문 후유증으로 사망했다. 그러나 중 학초는 여전히 "막비와 간통 사실이 없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간통 혐의를 받고 있는 쌍방 두 사람 가운데 여성은 죽고, 남자는 살아 있으면서 수사의 초첨은 생존해 있는 두 사람에게 쏠렸다. 성종이 하명을 하자 대신들이 나서 각자 나름의 법리적인 견해를 내놨다. 먼저 당시 종친관리 직책을 맡고 있던 영돈녕부사 정찬손(鄭昌孫)의 말이다.

"변석령이 이미 승복하였으므로 율문(律文)에 따라 사형에 처해야 하겠으나, 막비는 장신(杖訊)을 13차 받고도 승복하지 않고 죽었으므로 이것이 의심스러우니, 다시 학초를 국문하여 하나로 귀결된 뒤에 다시 의논하는 것이 어떠하겠습니까."-<성종실록 15년 4월 25일자>

대신 심회(沈澮)와 윤필상(尹弼商)은 간통을 의심받는 변석령과 막비가 현장범으로 집힌 것이 아니라 막비 남편의 아우, 즉 시동생이 고장(告狀)을 내서 시작됐다는 점을 지적했다.

"변석령의 일은 간통하는 현장에서 잡힌 것이 아니고, 막비의 지아비의 아우 정질(鄭耋)이 억측하여 고장(告狀)을 낸 것이므로 믿기 어렵습니다. 또 변석령이 장신을 6차까지 받고서야 승복하였으니, 아마도 거짓으로 승복한 것일 것입니다."-<〃>

논쟁의 종지부를 찍는 쾌도난마의 의견은 대신 이극배(李克培)로부터 나왔다. 그는 '죄가 의심스러우면 가볍게 처벌해야 한다'는 논리를 전개하였다.

"이제 막비는 이미 죽었고 학초도 승복하지 않으니, 의옥임은 의심할 것 없습니다. 옛사람이 말하기를, '죄가 의심스러우면 가볍게 처벌한다.' 하였으니, 전석(全釋) 할 수는 없더라도 말감(末減) 하는 것이 어떠하겠습니까."-<〃>

전석(全釋)은 조금도 벌하지 않고 놓아 주는 것을, 말감(末減)은 가장 가벼운 죄에 처하는 것을 의미한다. 대신들의 이야기를 모두 들은 성종은 전석(全釋)할 수 없으니, 사형을 감하여 논죄(論罪)하라"라고 판결했다. 변석령은 하옥생활을 했으나 목숨은 부지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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