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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두희

공군사관학교 교수

자연계 모든 생물에게 주어진 가장 큰 명제는 '살아남기'가 아닐까. 바퀴벌레가 공룡보다 강하다고 할 수 있는 것은 적어도 1억4천만년 이상 현재의 모습으로 살아남았기 때문이다. 특히 지구상 대부분의 동물이 멸종한 백악기말의 혹독한 환경에서도 살아남은 적응력이 지금도 그를 완전히 퇴치해내기 어려운 이유다. 우리 주변의 음침하고 습기 찬 곳에는 어김없이 그가 살고 있다.

조그만 주물공장을 운영하던 막내 동생이 최근 부도를 내고 가라앉았다. 불경기란 위기를 맞이하여 운영자금만이라도 건져보려고 발버둥을 치더니 끝내 살아남지 못했다. 이처럼 '살아남기'라는 말에는 구차한 생명유지의 어감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어쨌든 모든 생물의 본능적 욕구이며, 최종 목표다. 고귀한 영혼을 가진 인간의 행동들도 따지고 보면 경쟁에서 살아 남기위한 몸부림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한다.

전투조종사가 평소에 갈고 닦아야 하는 훈련이 비행훈련만 있는 것은 아니다. 생환(生還)훈련이란 것도 있다. 말 그대로 살아서 돌아오는 훈련이다. 임무 중 산과 바다, 어디에서건 불가피하게 비행기에서 비상탈출을 할 경우 무사히 생환할 수 있도록 하는 훈련이다. 조종사 한 명을 길러내기 위해 필요한 수많은 돈과 시간, 그리고 그가 가진 무형의 전투력과 군사정보를 생각하면 생환이 왜 작전인지 짐작할 수 있다. 실제로 조종사 한 명을 구하기 위해 수많은 전투기와 폭격기, 헬기, 특수부대를 투입하여 입체적 작전을 전개하기도 한다.

생환훈련은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어있다. 낙하산을 타고 적진 깊숙한 곳에 떨어졌을 때 우선 적으로부터 몸을 숨겨야 하고, 가지고 있는 최소한의 도구를 이용하여 물과 음식을 구할 수 있어야 한다. 바닷물에 떨어졌을 경우 몸에 붙어있는 낙하산을 신속하게 분리해내지 못하면 목숨이 위험하다. 그런 다음 1인용 고무보트에 올라타야 하는데 그것도 훈련되어 있지 않으면 제대로 해낼 수가 없다.

산과 바다에서 펼쳐지는 여러 가지 훈련 중 백미는 역시 스스로 먹을 것을 찾아내고 조리를 하는 일이다. 산속에서 살아있는 뱀과 야생의 새를 가정한 생닭, 토끼 등을 잡아서 직접 조리해 먹는 훈련도 한다. 식용 나물과 열매를 구분할 수 있어야하고 독충이나 짐승의 위험에 대해서도 알아야 한다. 그런데 여러 사람이 훈련을 하다보면 사람마다 어디서 어떻게 자랐는지 금방 드러난다. 시골에서 자란 사람과 도회지에서 자란사람, 부모님의 사랑을 듬뿍 받아 곱게 자란 사람과 많은 형제들의 경쟁 속에서 자란 사람 등을 쉽게 구분할 수 있다. 누구나 위기에 처하면 못할 것이 없다고 하지만 도회지에서 곱게 자란 샌님에겐 뱀은 고사하고 닭과 토끼를 손으로 잡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것은 적응력이다. 적응력은 주위의 상황을 읽고 그 환경에 맞추어 나를 변화시키는 능력이다. 옛날 사람들은 자신의 능력이 유한함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주어진 상황에 어떻게든 맞추어 살려고 했다. 하지만 요즘과 같은 지식사회에서는 감각의 중요성이 떨어졌다.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만 있으면 모르는 것, 못할 것이 없다고 믿고 있다. 체험을 통한 자신의 지혜와 적응력을 쌓아가기보다 검색에 의한 다른 사람의 지식에 너무 의존하다보니 실제 위기상황에서는 무력해질 수밖에 없다.

7080시대, 서울의 한 명문여고생이 선생님께 배우자 고르는 법을 물었더니 그 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어린 시절 시골에서 자란 남자!"

나이가 들어 되돌아보니 그 말이 공자님 말씀이더란다. 시골남자는 어수룩하여도 정서가 모나지 않아서 사람들과 부딪히는 일이 적다. 시골남자는 영리하지 않더라도 자연과 인간사회에 대한 적응력이 있어서 어떻게든 살아남는다. 또한 느리더라도 끈기를 가지고 승부한다. 그래서 그의 아내는 평생 험한 일을 당하지 않고 살 수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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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