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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6.01.20 14:51:19
  • 최종수정2016.01.20 14:51:54

이상준

전 음성교육장·수필가

도장골, 도장리라는 지명은 경상북도 예천군 지보면 도장리,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 도장리, 인천광역시 강화군 양도면 도장리, 전남 영광군 군남면 도장리, 화순군 도암면 도장리, 영암군 군서면 도장리, 광주광역시 칠석동 도장리(都莊) 등을 들 수 있으며 충북 지역에도 청주시 상당구 가덕면 한계리의 도장골, 충주시 앙성면 사미리의 도장골, 충주시 신니면 송암리의 도장골, 진천군 덕산면 구산리의 도장골, 옥천군 청성면 도장리, 음성군 생극면 생리의 도장골, 원남면 보룡리의 도장골, 삼성면 상곡리의 도장골 등 지명으로 많이 사용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여기에서 '도장'이란 무슨 의미일까· 한자로는 '道長, 道庄, 道場, 道藏, 倒葬, 圖章' 등 여러 가지로 표기되고 있지만 여러 지역에서 공통적으로 쓰인다는 것은 예전에 사람들이 널리 사용하는 일반적인 용어였을 것으로 추측할 수가 있을 것이다.

전남 완도군 금일읍의 도장리는 나라에 바칠 세곡(稅穀) 창고가 있어 도장리(都莊里)라 명명하였다고 전해지며, 완도군 청산도의 도장리는 원래 유도(유학)를 숭상한다는 뜻에서 도장리라 불리었다고 한다. 인천광역시 옹진군 대청도의 도장골은 북쪽을 향해 포근하게 앉아있는 골짜기로서 1860년경에 천주교 박해를 피해 살던 곳이라는 이야기가 전해오며 이름의 유래에 대해서는 해적과 관계되는 것으로 추측한다고 한다. 옹진군의 영흥도에도 도장골이라는 곳이 있는데 긴 골짜기의 안쪽에 위치한다. 이 골짜기에 물이 들어올 때 마을의 가장 위쪽에 있어서 들어가는 길(道)이 무척 길다(長)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전해온다. 또 옹진군 대이작도 이작1리의 도장골은 옛날에 마을에서 고사를 지낼 때 소나 돼지를 잡던 도살장이 있던 곳이라서 도장골이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인천광역시 연수구 선학동의 원 이름이 도장마을이었는데 옛날에 조상의 묘소를 쓸 때 항렬의 순서를 따르지 않고 벼슬의 높낮이를 기준으로 순서를 정했기 때문에 앞뒤 순서가 바뀌는 경우가 많아 '장례(道)의 순서가 뒤바뀌었다(倒)'는 뜻에서 도장(倒葬)마을이 되었다고 전해진다.

이와같이 땅이름에서 '도장'이라는 말을 '해적, 기다란 길, 도살장, 유도의 숭상, 뒤바뀐 장례 순서'등 유사한 음의 한자를 가지고 그 뜻을 연관짓고 있으나 중세 국어에서 '도장'은 안방이나 규방을 뜻하던 말로서 조선 중종 때 최세진이 쓴 한자 학습서'훈몽자회'에 '도장 규(閨)', '도장 합(閤)'이라고 나와 있는 것으로 보아 예전에는 순우리말 '도장'이라는 말이 흔히 쓰이던 말임을 알 수가 있으며 '도장'이 땅이름에 쓰일 경우는 흔히 사방이 산 같은 것에 둘러싸여 안방처럼 아늑한 느낌을 주는 마을이나 산골짜기를 뜻하는 말인 것이다.

우리나라의 지형은 주로 산지이므로 추운 겨울을 보낼 수 있는 마을의 입지는 자연히 주변이 산이나 언덕으로 둘러싸인 아늑한 곳이 선호되었을 것이고 풍수지리에서도 명당으로 이야기되어 왔으므로 도장이라는 땅이름이 많을 수밖에 없을 것이며 실제로 도장리라는 마을들의 위치는 깊숙한 곳, 또는 아늑하고 포근한 곳이라고 이야기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세월이 흘러 '도장'이라는 말이 쓰이지 않게 되면서 후손들이 그 의미를 알 수가 없게 되자 여러 가지 훈을 지닌 한자로 표기했지만 우리말 '도장'을 나타내기 위해 소리만 따서 쓴 글자들에 불과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도장골', '도장리'는 '주변이 산으로 둘러싸인 아늑한 마을'이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가 있으며 이 마을들은 풍수지리로 보아도 명당에 위치한 마을이라고 할 것이다.

옥천군 청성면의 도장리는 1914년 행정구역 통폐합시에 도곡리와 마장리를 병합하여 도곡리의 도자와 도장리의 장자를 취하여 도장리라 하였으므로 순우리말로 이루어진 도장리와는 다르지만, 음성군 금왕읍 도청리에 있는 '되자니'라는 마을은 그 의미를 짐작하기가 어려웠으나 옛 문헌에는 '도장리'로 기록되었으므로 '도장리→되장리→되자니'의 음운 변화를 재구함으로써 옛 선조들이 남겨놓은 원래의 아름다운 의미를 되찾을 수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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